[책마을] '슬롯머신' 닮은 유튜브 자동재생 디자인…중독의 덫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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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트랩
윤재영 지음
김영사
352쪽│1만6800원
윤재영 지음
김영사
352쪽│1만6800원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해지하는 건 영화 속 주인공이 시한폭탄을 제거하는 것만큼이나 복잡하고 어렵다. 먼저 꼭꼭 숨어 있는 해지 버튼부터 찾아야 한다. 간신히 버튼을 찾아 누르면 서비스는 끊임없이 “진짜냐”고 물으며 집요하게 ‘잔기술’을 건다. 해지 버튼을 회색으로 표시해 마치 누를 수 없는 것처럼 위장하는 수법은 기본. 할인 혜택을 제시하며 해지 버튼을 ‘혜택 포기하기’로 표시하는 등 ‘심리전’까지 시도한다. 잠깐 실수했다가는 꼼짝없이 이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이렇게 교묘하게 사용자를 유혹하고 기만하는 전략을 윤재영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교수는 ‘디자인 트랩’이라고 부른다. 디자인을 이용해 사용자들을 속이는 함정이라는 뜻이다. 《디자인 트랩》은 윤 교수가 구글과 애플, 메타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구사하는 여러 가지 디자인 트랩의 원리와 작동 방식을 분석한 책이다.
예컨대 페이스북의 핵심 기능인 ‘좋아요’는 불확실성을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을 이용해 SNS 중독을 유발하는 장치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결과가 확실한 행동보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을 할 때 더욱 쾌감을 느낀다. 스포츠 경기나 게임이 재미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SNS에 글을 올리고 ‘좋아요’를 받는 데도 마찬가지 심리가 작용한다. 사용자들은 자신이 쓴 글에 ‘좋아요’가 얼마나 달렸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도 때도 없이 SNS에 접속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이 제공하는 자동 재생 기능은 카지노에서 볼 수 있는 슬롯머신의 원리를 빌려온 것이다. 도박 중독자들이 슬롯머신 레버를 당기지 않고 ‘자동 플레이’를 눌러 돈이 떨어질 때까지 도박을 하듯이 유튜브와 페이스북도 중독자들이 클릭할 필요 없이 콘텐츠를 계속 볼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다. 반대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해지를 어렵게 하는 건 사용자를 불편하게 해 원치 않는 행동을 막는 전략이다. 약관을 길고 어렵게 만드는 것도 ‘읽어보지 말라’는 뜻이다.
아쉽게도 이런 ‘꼼수’들을 규제할 방법은 현실적으로 찾기 어렵다. ‘사용자들을 효과적으로 유혹하는 디자인’과 ‘악의적인 디자인’을 객관적으로 구분 짓기 어려워서다. 디자인 트랩에 속지 않으려면 사용자가 깨어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이렇게 교묘하게 사용자를 유혹하고 기만하는 전략을 윤재영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교수는 ‘디자인 트랩’이라고 부른다. 디자인을 이용해 사용자들을 속이는 함정이라는 뜻이다. 《디자인 트랩》은 윤 교수가 구글과 애플, 메타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구사하는 여러 가지 디자인 트랩의 원리와 작동 방식을 분석한 책이다.
예컨대 페이스북의 핵심 기능인 ‘좋아요’는 불확실성을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을 이용해 SNS 중독을 유발하는 장치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결과가 확실한 행동보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을 할 때 더욱 쾌감을 느낀다. 스포츠 경기나 게임이 재미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SNS에 글을 올리고 ‘좋아요’를 받는 데도 마찬가지 심리가 작용한다. 사용자들은 자신이 쓴 글에 ‘좋아요’가 얼마나 달렸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도 때도 없이 SNS에 접속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이 제공하는 자동 재생 기능은 카지노에서 볼 수 있는 슬롯머신의 원리를 빌려온 것이다. 도박 중독자들이 슬롯머신 레버를 당기지 않고 ‘자동 플레이’를 눌러 돈이 떨어질 때까지 도박을 하듯이 유튜브와 페이스북도 중독자들이 클릭할 필요 없이 콘텐츠를 계속 볼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다. 반대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해지를 어렵게 하는 건 사용자를 불편하게 해 원치 않는 행동을 막는 전략이다. 약관을 길고 어렵게 만드는 것도 ‘읽어보지 말라’는 뜻이다.
아쉽게도 이런 ‘꼼수’들을 규제할 방법은 현실적으로 찾기 어렵다. ‘사용자들을 효과적으로 유혹하는 디자인’과 ‘악의적인 디자인’을 객관적으로 구분 짓기 어려워서다. 디자인 트랩에 속지 않으려면 사용자가 깨어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