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뉴욕 르네상스 만들어낸 '뉴욕 밖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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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는 뉴욕
윌리엄 B. 헬름라이히 지음
딜런 유 옮김 / 글항아리
680쪽│3만2000원
4년간 9733㎞ 걸으며 수백명 인터뷰
쇠퇴한 구도심 변신시킨 '젠트리파이어'
임대료 상승 불러 토착 빈곤층 쫓겨나
섬세한 거리 묘사…뉴욕 사회학적 탐구
윌리엄 B. 헬름라이히 지음
딜런 유 옮김 / 글항아리
680쪽│3만2000원
4년간 9733㎞ 걸으며 수백명 인터뷰
쇠퇴한 구도심 변신시킨 '젠트리파이어'
임대료 상승 불러 토착 빈곤층 쫓겨나
섬세한 거리 묘사…뉴욕 사회학적 탐구
![[책마을] 뉴욕 르네상스 만들어낸 '뉴욕 밖 주민들'](https://img.hankyung.com/photo/202207/AA.30638943.1.jpg)
《아무도 모르는 뉴욕》이 월스트리트, 자유의 여신상과 같은 뉴욕의 상징이 아니라 실제 뉴요커의 삶과 일상에 주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거창하지 않은 하루가 훗날 역사가 된다는 믿음이 책을 펴낸 계기가 됐다. 저자 윌리엄 B 헬름라이히는 4년 동안 9733㎞에 이르는 뉴욕 거리를 걸으며 수백 명을 만나고 인터뷰했다. 신발 아홉 켤레 밑창이 다 닳을 정도였다.
![[책마을] 뉴욕 르네상스 만들어낸 '뉴욕 밖 주민들'](https://img.hankyung.com/photo/202207/AA.30638921.1.jpg)
국경 밖에서 온 이민자뿐 아니라 뉴욕 바깥에서 들어온 ‘젠트리파이어’에 주목한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젠트리파이어는 쇠퇴한 구도심을 특색 있는 장소로 탈바꿈시킨 사람들을 말한다. 스러져가던 서울 을지로 골목을 ‘힙지로’로 변신시킨 대한민국의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같은 사람들이다. 책은 젠트리파이어의 그림자도 함께 짚는다. 이들이 구도심을 번듯하게 변화시킨 게 임대료 상승을 불러 결국 이 지역 빈곤층을 더 싼 지역으로 내쫓았기 때문이다. 개발의 역설인 셈이다.
저자는 이민자 출신 사회학자다. 1945년 스위스에서 홀로코스트 생존자 자녀로 태어나 1946년 미국으로 넘어왔다. 뉴욕 맨해튼의 어퍼웨스트사이드에서 자랐다. 2020년 코로나19에 감염돼 생을 마감하기까지 뉴욕시립대 대학원 사회학 교수를 지냈고, 예일대에서도 강의했다. 《내가 왜 그랬을까?》 《모든 역경을 넘어》 등 홀로코스트와 사회학 관련 책을 남겼다. 《아무도 모르는 뉴욕》 외에 《아무도 모르는 브루클린》 《아무도 모르는 맨해튼》도 썼다.
“오늘날 뉴욕은 대단한 르네상스를 누리고 있다”는 게 책의 결론이다. 세계 각지에서 온 이민자들이 놀라운 추진력으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고, 이들에 대한 차별은 크게 감소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만 원서가 2013년에 나온 책이라는 걸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즈음에 나온 탓에 뉴욕의 풍경을 적지 않게 바꿔놓은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도, 코로나19 팬데믹 얘기도 담겨 있지 않다. 잠시 멈췄던 도시의 시간이 다시 흐르고 있는 만큼 이 책이 제시한 다양성과 젠트리파이어 등의 키워드는 다시 살아나고 있다. 다가올 뉴욕 역시 ‘아무도 모르는 뉴욕’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