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츠 고, 타이거!(타이거, 가자!)”

15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파이프주의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파72·7313야드) 1번홀(파4)에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7·미국)가 들어서자 갤러리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골프의 성지(聖地)’에서 그를 보는 것이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길 바라는 팬들의 간절한 바람이 묻어났다. 우즈가 힘차게 휘두른 티샷을 맞은 공은 페어웨이 중간에 잘 떨어졌다. 첫 홀 결과는 파. 준수한 시작이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보는 우즈의 마지막 경기가 됐다. 우즈가 이날 열린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디오픈(총상금 1400만달러·약 185억5000만원) 2라운드에서 오후 11시 기준 16번홀(파4)까지 중간합계 9오버파를 쳤기 때문이다. 이날 하루에만 5타를 줄여 중간합계 9언더파를 기록한 더스틴 존슨(38·미국)과는 18타 차이. 사실상 커트 탈락이 확정됐다.

1라운드서 6오버파 ‘부진’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는 우즈가 가장 사랑하는 코스다. 총 세 번의 디오픈 우승 가운데 두 번을 이곳에서 거뒀다. 디오픈은 영국 내 5~7개 골프 코스에서 번갈아 가며 열린다.

우즈는 지난해 2월 교통사고 이후 1년간 재활을 거쳐 올 4월 마스터스 토너먼트에 복귀했다. 공동 47위로 대회를 마친 그는 “올드코스는 마음에 가장 가깝고 소중한 곳이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라며 디오픈 출전 의지를 밝혔다.

우즈는 이후 디오픈에 맞춰 몸을 만들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챔피언십에서는 다리 통증으로 3라운드 이후 기권했고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US오픈은 아예 건너뛰었다. 휴식은 디오픈을 위한 것이었다. 우즈는 이번 대회 직전 아일랜드에서 열린 프로암 대회에 출전해 경기 감각을 끌어올린 데 이어 연습 라운드도 빼놓지 않았다. 1라운드 시작 전에만 90홀 이상을 돌 정도였다.

하지만 1라운드에서의 부진이 뼈아팠다. 전날 열린 1라운드에서 우즈는 첫 홀부터 더블보기를 기록하며 6오버파로 경기를 마쳤다.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진 스코틀랜드의 바람과 싸늘한 기온은 우즈를 애먹였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다리를 절뚝이는 모습도 뚜렷하게 관찰됐다. 우즈는 경기를 마친 뒤 “길고, 매우 느린 하루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분위기를 반전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좋은 샷을 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빠른 그린 스피드에 적응하지 못했다. 오늘 모든 퍼트가 짧았고 4~5차례나 3퍼트를 했다”고 말했다.

우즈가 본선에 진출하려면 6언더파 이상을 쳐야 하는 상황. 하지만 2라운드에서도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전반에만 버디 1개, 보기 2개로 1타를 잃은 그는 16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하며 커트 통과에서 멀어졌다.

‘LIV 이적’ 존슨, 5타 줄이며 선두

전 세계랭킹 1위 존슨은 오후 11시 기준 스코티 셰플러(26·미국), 캐머런 영(25·미국)을 1타 차로 앞서며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왔다. 이날 하루에만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타를 줄이는 맹타를 휘둘렀다.

존슨은 PGA투어를 떠나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이 후원하는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로 옮겼다. 현재 세계랭킹 18위로, LIV 골프 소속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다.

이번 대회는 PGA투어·DP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와 LIV 골프 선수들의 정면 대결 양상을 띠고 있다. LIV 소속 선수가 우승 트로피인 클라레 저그를 가져가면 세계 남자 골프계의 주도권도 함께 LIV 시리즈로 넘어가는 것과 같은 상징적인 장면이 될 수 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