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EU 내 27개 회원국은 각국의 입장에 따라 원전과 천연가스의 택소노미 포함 여부를 두고 치열하게 대립해왔다. 독일과 스페인 등은 원전 사고의 가능성, 핵폐기물 처리 및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택소노미 포함을 반대해왔으나, 원전 의존도가 높은 프랑스를 비롯한 체코, 핀란드, 폴란드 등은 원전을 운영하고 있거나 앞으로 추가 건설을 계획 중이라 원전의 택소노미 포함을 지지해왔다.
지난해만 해도 여론은 택소노미에 원전과 천연가스를 포함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중요성이 어느때보다 높아졌고, 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안전문제 등이 끊임없이 지적되어왔다. 하지만 올해 러·우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유럽의 에너지 안보 등 상황이 바뀌자 이 사안의 최종 향방도 변화하게 되었다. 이번 투표 결과를 두고 환경운동가, 기후 단체의 반발이 강하지만, 현재로서는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K-택소노미 포함 가능성 커진 원전
EU 택소노미는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을 정의·판별하기 위한 규정을 의미한다. EU는 특정 경제활동이 환경적 지속 가능성에 기여하는 것인지에 대한 명확하고 통일된 판단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2020년 6월 택소노미 규정(Taxonomy Regulation, TR)을 도입했다. TR은 택소노미의 전반적 구성과 6대 환경 목표, 4대 기본 원칙을 담고 있다. 6대 환경 목표와 4대 기본 원칙을 동시에 충족하는 경우에만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으로 인정하도록 명시했다. 지난해 12월 말 TR을 바탕으로 한 EU 택소노미 초안이 공개되었고, 지난 2월 확정안을 발표했으며, 이번에 최종안이 가결된 것이다. 법제화된 택소노미는 2023년 1월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다.
한편, 한국형 K-택소노미는 2021년 12월 30일 최종 발의되었다. 경제활동을 크게 ‘녹색 부문’과 ‘전환 부문’으로 분류했고, 총 69개의 세부 경제활동이 명시되어 있다. K-택소노미는 1년간 시범적으로 운용하며, 이를 바탕으로 수정안을 만들고 2~3년 주기로 재정비할 예정이다. 초기 택소노미 지침서에서는 원전을 제외하고 액화 천연가스에 대해서는 조건부로 편입시켰는데, 새 정부는 오는 8월까지 원전을 녹색 분류체계에 포함하도록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원자력 테마 ETF에 주목
이에 걸맞게 지난 6월 말 2종의 원자력 테마 ETF가 국내에서 출시되었다. ‘KINDEX 원자력테마딥서치’와 ‘HANARO 원자력 I셀렉트(iSelect)’로 원자력 단독 테마로는 처음 출시한 상품이다. 두 ETF 모두 큰 틀에서 AI 기반 키워드 분석을 통해 종목을 스크리닝한다는 점이 유사하지만, 세부적 종목 구성과 비중은 각각의 지수 방법론에 따라 다소 상이하다.
먼저, ‘킨덱스 원자력테마딥서치’는 딥서치(DeepSearch)의 원자력 테마 지수를 기초 지수로 추종한다.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종목 중 원자력발전(건설, 설비, 부속, 운영관리 등) 산업과 관련한 종목에 투자한다. 종목 스크리닝을 위해 데이터 플랫폼업체 딥서치의 분석 툴을 사용하는데, ‘원자력발전’ 관련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유관 종목을 추출한 뒤 기업공시, 특허, IR 자료, 리포트 등 데이터를 활용해 최종 종목 비중을 결정한다. 현재 구성 상위 종목은 삼성물산과 한국전력, 두산에너빌리티, 포스코홀딩스, 한전기술 순이다.
한편, ‘하나로 원자력 i셀렉트’는 ‘i셀렉트 원자력 지수’를 기초 지수로 추종한다. 이 역시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종목을 대상으로 하며, 그중 ‘원자력 테마’ 관련 AI 키워드 필터링 기술을 활용해 원자력 스코어가 높은 기업을 산정, 시가총액 상위 20종목을 유동시가총액 가중 방식으로 구성한다. 다만, 종목 선별에 사용하는 키워드는 해당 산업의 성장 및 변화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지수 구성 상위 종목은 한국전력,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대우건설, 한전KPS 순이다.
김진영 키움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