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 의료나눔 실현하려 '경남 산청의료사협' 설립도 "제가 그만두면 이분들이 한방진료를 받을 길이 없어지는 거예요.
영원은 아니더라도 할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해야죠."
16일 경남 산청군 성심원에서 한방진료 봉사를 하며 한센인들의 건강을 지키는 김명철(64) 한의사는 자신의 봉사를 이렇게 표현했다.
산청군 신안면에서 청담한의원을 운영하는 김 한의사는 2001년부터 한센인들을 대상으로 21년째 무료 침술 봉사활동을 벌여 오고 있다.
매주 목요일 하루 청담한의원의 문을 닫고 오전 9시부터 1시간여 동안 10여 분 거리에 있는 성심원을 찾아 한센인들의 아픈 부위에 침술을 펼친다.
그는 걸음걸이가 힘들었던 한 한센인이 여러 번의 침술 시술을 받고 제대로 걷는 모습, 아픈 허리가 나았다는 감사의 한마디 등을 보고 들으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보람은 침 시술을 하며 한센인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당신은 소외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란다.
한방봉사 활동은 1시간여 동안 펼쳐지지만 침술 시술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하루해가 훌쩍 지나기 일쑤다.
그는 봉사활동을 시작한 계기를 묻는 말에 "무엇이든지 있으면 나눠주고 싶은 성격 탓이라 생각해요"라며 사뭇 엉뚱한 답변을 한다.
1980년대 동의대학교 한의대 재학시절 가톨릭 신자 모임의 봉사활동에 참여한 뒤 8년간 오순절 평화의 마을과 소록도를 찾아 침술 봉사활동을 했다.
자신이 습득한 한방 지식을 더 많이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겼던 것일까.
대학을 졸업한 뒤 부산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던 그는 사회의 편견으로 소외당한 한센인들을 도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이런 결심을 실행하려고 2001년 산청으로 이주하고 곧바로 성심원을 찾았다.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하는 시간 동안 이어진 한방봉사 활동으로 그는 한센인들의 주치의가 돼 버렸다.
이런 선행이 전국에 알려졌고 그는 지난해 '2021 대한민국 나눔 국민 대상' 최고상인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앞서 2018년에는 코오롱그룹 오운문화재단으로부터 소외된 이웃을 찾아가 한방진료 봉사한 점 등을 인정받아 '제18회 우정 선행상' 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의 봉사활동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사회적 약자들의 의료복지 실현을 위해 지난해 '경남 산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조합원들의 출자로 운영되는 조합이지만 그 내면에는 복지 차원의 의료로 사회적 약자들에게 의료나눔을 실현하자는 게 기본 이념이다.
그의 이런 마음에 740여 명이 동참 의사를 밝혔고 1억1천여만원의 출자금도 모였다.
김 한의사는 내년 상반기 성심원 내 한 건물을 10년간 무상임대하고 조합에서 운영하는 병원을 개원할 예정이다.
조합 인가를 받았고 등기까지 마쳤다.
김 한의사는 "한방진료 봉사 시간 나를 보고 웃어주는 얼굴을 마주하는 일이 그 무엇보다 즐겁고 보람된 시간입니다"라며 웃음 짓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