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백세시대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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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프롤로그>
최근 전 일본 수상의 피격 사건은 세상을 충격에 빠뜨렸다. 의료기술과 복지의 발달로 백세시대를 공공연하게 얘기하지만 바이러스 창궐과 끊임없는 전쟁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인류는 급증하고 있다. 심지어 상상초월의 범죄와 좌절에 의한 자살로 의미 있는 삶은 점점 훼손되고 있다. 영화<잉글리쉬 페이션트(The English patient), 1996>에서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남녀는 현실적 규범과 잔인한 전쟁의 굴레 속에서 슬픈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예기치 못한 위험과 위기에 노출된 인간의 삶이 과연 백세시대라는 트렌드속에서 축복의 시간만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된다. <영화 줄거리 요약>
2차 세계대전 말기, 이탈리아 북부의 한 수도원에 심한 화상으로 얼굴도 국적도 확인할 수 없는 '영국인 환자'라고 불리는 남자가 수용된다. 이 남자의 본명은 헝가리 귀족 출신 알마시(랠프 파인즈 분) 백작이며 국제지리학회 회원으로 사하라 사막 북부의 지형을 조사하여 지도를 작성하는 탐험가였다. 알마시는 귀족의 유부녀 캐서린(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분)을 만나 동굴 탐사 도중 모래 폭풍 속에 고립되면서 격정적인 사랑에 빠져든다. 두 사람의 숨겨진 가슴 아픈 사랑은 자신을 헌신적으로 간호하는 간호사 한나(줄리엣 비노슈)에 의해 밝혀지게 된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 9개 부문(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음악상, 촬영상, 미술상, 의상상, 음향상, 편집상)을 수상했다]
<관전 포인트>
A. 캐서린이 알마시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배경은?
3살 때부터 오누이처럼 자란 캐서린은 남편 제프리를 편안한 친구처럼 여기다가 사하라사막 탐험길에서 알마시 백작을 보는 순간 신비한 남자로 느끼기 시작한다. 특히 평소 알마시의 사막에 대한 논문을 읽으며 "수식어 없이 그런 긴 글을 쓰는 사람을 만나보고 싶었어요"라며 관심을 보였고, 첫 만남에서 알마시의 그윽한 눈빛과 손길에 몸이 떨리고 그와의 대화에 지적으로 공감하면서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B. 모래 폭풍이 일으킨 사건은?
캐서린의 남편은 일로 떠나고 사막에 남은 알마시와 모래폭풍에 갇히게 된다. 차 안에서 알마시는 "하르마탄이란 붉은 바람은 뱃사람들이 암흑의 바다라 불렀고 이 바람이 불어 붉은 모래가 영국 남쪽 해안을 뒤덮으면 마치 피처럼 보인다"라고 설명하자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를 좋아하던 캐서린은 그의 해박함에 빠져들며 깊은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C. 캐서린이 가지고 다니던 사랑의 증표는?
재래시장에서 알마시가 사준 <샤프란 향로 모양의 철제 골무>를 캐서린이 목걸이로 만들어 평소 목에 걸고 다니던 것을 눈치채지 못한 알마시는 그녀가 중상을 당한 순간 목걸이를 발견하자 캐서린은 "당신은 바보야, 이건 언제나 걸고 다녔죠, 언제나 당신을 사랑했어요"라며 평소 냉정한 체했던 모습 뒤편에는 항상 알마시를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고백을 하게 된다.
D. 캐서린의 최후는?
캐서린의 남편인 제프리가 알마시와의 사랑을 눈치채고 질투심에 불타 비행기에 캐서린을 태운 채 사막에서 일하던 앎마시에게 돌진하여 제프리는 즉사하고 캐서린은 중상을 입는다. 알마시는 사막을 걸어 의사를 데려오겠다며 삼일만 기다려 달라고 하면서 캐서린을 홀로 동굴 속에 남겨두고, 피부가 벗겨지고 숨 막히는 목마른 사막을 걸러 시내에 도착해 영국군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독일군 스파이로 오인받아 체포된다. 알마시는 벵가지로 가는 기차에서 탈출하여 독일군 진영에 북아프리카 사막의 탐험 지도를 넘기고 비행기를 얻어 캐서린에게 돌아가지만 이미 캐서린은 쓸쓸하게 죽어 있었다.
E. 캐서린이 알마시에게 남긴 편지는?
캐서린은 어둡고 무서운 동굴에 누워 목숨보다 사랑했던 알마시에게 편지를 쓰게 된다. "내 사랑,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하루, 일주일? 이제 불까지 꺼지고 너무나 추워요. 밖에 나갈 수만 있으면 해가 있을 텐데. 우리가 들어가 강물처럼 유영했던 쾌락의 육체들이 이 무서운 동굴처럼 우리가 숨었던 두려움이, 이 모든 자취가 내 몸에 남았으면 해요. 당신은 날 바람의 궁전으로 데리고 나가겠죠, 그게 내가 바라는 전부예요. 지도가 없는 땅을 친구들과 함께 당신과 함께 걷고 싶어요"라는 편지에서 비록 그녀는 어둠 속 홀로 남아 있었지만 알마시와의 깊은 사랑의 기억을 반추하며 용기 있게 마지막 순간을 보낼 수 있었다.
F. 영국인 환자의 최후는?
죽을 고비를 겪으며 캐서린이 있는 동굴에 도착했지만 주검으로 변한 그녀의 영혼을 자유로운 곳으로 보내려고 비행하던 순간 독일군의 폭격에 격추되면서 화염에 휩싸여 알마시는 온몸이 불태워진다. 영어로 말한다는 이유로 영국 군인으로 분류되어 이탈리아 병원으로 호송된 그는 한나라는 아름다운 영혼의 간호사를 만나 캐서린과의 추억을 회고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마지막으로 한나에게 여러 개의 모르핀으로 자신의 영혼을 편하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자신보다 사랑했던 캐서린의 곁으로 떠나게 된다. <에필로그>
세상이 힘들어지면서 웰다잉에 대한 진지한 생각들이 많아지고 있다. 막연한 백세시대의 환상보다는 살아있는 지금을 보다 의미 있고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영화<잉글리쉬 페이션트>의 주인공들처럼 우리도 언제나 전쟁과 질병의 고통 그리고 사랑과 증오의 애환 속에서 살아가는 환자들이다. 후회하지 않는 사랑을 하고 선한 영향력을 아낌없이 베푸는 일상이 백세시대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고통을 치유하며 살아갈 최고의 여정이 될 것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서태호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최근 전 일본 수상의 피격 사건은 세상을 충격에 빠뜨렸다. 의료기술과 복지의 발달로 백세시대를 공공연하게 얘기하지만 바이러스 창궐과 끊임없는 전쟁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인류는 급증하고 있다. 심지어 상상초월의 범죄와 좌절에 의한 자살로 의미 있는 삶은 점점 훼손되고 있다. 영화<잉글리쉬 페이션트(The English patient), 1996>에서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남녀는 현실적 규범과 잔인한 전쟁의 굴레 속에서 슬픈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예기치 못한 위험과 위기에 노출된 인간의 삶이 과연 백세시대라는 트렌드속에서 축복의 시간만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된다. <영화 줄거리 요약>
2차 세계대전 말기, 이탈리아 북부의 한 수도원에 심한 화상으로 얼굴도 국적도 확인할 수 없는 '영국인 환자'라고 불리는 남자가 수용된다. 이 남자의 본명은 헝가리 귀족 출신 알마시(랠프 파인즈 분) 백작이며 국제지리학회 회원으로 사하라 사막 북부의 지형을 조사하여 지도를 작성하는 탐험가였다. 알마시는 귀족의 유부녀 캐서린(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분)을 만나 동굴 탐사 도중 모래 폭풍 속에 고립되면서 격정적인 사랑에 빠져든다. 두 사람의 숨겨진 가슴 아픈 사랑은 자신을 헌신적으로 간호하는 간호사 한나(줄리엣 비노슈)에 의해 밝혀지게 된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 9개 부문(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음악상, 촬영상, 미술상, 의상상, 음향상, 편집상)을 수상했다]
<관전 포인트>
A. 캐서린이 알마시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배경은?
3살 때부터 오누이처럼 자란 캐서린은 남편 제프리를 편안한 친구처럼 여기다가 사하라사막 탐험길에서 알마시 백작을 보는 순간 신비한 남자로 느끼기 시작한다. 특히 평소 알마시의 사막에 대한 논문을 읽으며 "수식어 없이 그런 긴 글을 쓰는 사람을 만나보고 싶었어요"라며 관심을 보였고, 첫 만남에서 알마시의 그윽한 눈빛과 손길에 몸이 떨리고 그와의 대화에 지적으로 공감하면서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B. 모래 폭풍이 일으킨 사건은?
캐서린의 남편은 일로 떠나고 사막에 남은 알마시와 모래폭풍에 갇히게 된다. 차 안에서 알마시는 "하르마탄이란 붉은 바람은 뱃사람들이 암흑의 바다라 불렀고 이 바람이 불어 붉은 모래가 영국 남쪽 해안을 뒤덮으면 마치 피처럼 보인다"라고 설명하자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를 좋아하던 캐서린은 그의 해박함에 빠져들며 깊은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C. 캐서린이 가지고 다니던 사랑의 증표는?
재래시장에서 알마시가 사준 <샤프란 향로 모양의 철제 골무>를 캐서린이 목걸이로 만들어 평소 목에 걸고 다니던 것을 눈치채지 못한 알마시는 그녀가 중상을 당한 순간 목걸이를 발견하자 캐서린은 "당신은 바보야, 이건 언제나 걸고 다녔죠, 언제나 당신을 사랑했어요"라며 평소 냉정한 체했던 모습 뒤편에는 항상 알마시를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고백을 하게 된다.
D. 캐서린의 최후는?
캐서린의 남편인 제프리가 알마시와의 사랑을 눈치채고 질투심에 불타 비행기에 캐서린을 태운 채 사막에서 일하던 앎마시에게 돌진하여 제프리는 즉사하고 캐서린은 중상을 입는다. 알마시는 사막을 걸어 의사를 데려오겠다며 삼일만 기다려 달라고 하면서 캐서린을 홀로 동굴 속에 남겨두고, 피부가 벗겨지고 숨 막히는 목마른 사막을 걸러 시내에 도착해 영국군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독일군 스파이로 오인받아 체포된다. 알마시는 벵가지로 가는 기차에서 탈출하여 독일군 진영에 북아프리카 사막의 탐험 지도를 넘기고 비행기를 얻어 캐서린에게 돌아가지만 이미 캐서린은 쓸쓸하게 죽어 있었다.
E. 캐서린이 알마시에게 남긴 편지는?
캐서린은 어둡고 무서운 동굴에 누워 목숨보다 사랑했던 알마시에게 편지를 쓰게 된다. "내 사랑,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하루, 일주일? 이제 불까지 꺼지고 너무나 추워요. 밖에 나갈 수만 있으면 해가 있을 텐데. 우리가 들어가 강물처럼 유영했던 쾌락의 육체들이 이 무서운 동굴처럼 우리가 숨었던 두려움이, 이 모든 자취가 내 몸에 남았으면 해요. 당신은 날 바람의 궁전으로 데리고 나가겠죠, 그게 내가 바라는 전부예요. 지도가 없는 땅을 친구들과 함께 당신과 함께 걷고 싶어요"라는 편지에서 비록 그녀는 어둠 속 홀로 남아 있었지만 알마시와의 깊은 사랑의 기억을 반추하며 용기 있게 마지막 순간을 보낼 수 있었다.
F. 영국인 환자의 최후는?
죽을 고비를 겪으며 캐서린이 있는 동굴에 도착했지만 주검으로 변한 그녀의 영혼을 자유로운 곳으로 보내려고 비행하던 순간 독일군의 폭격에 격추되면서 화염에 휩싸여 알마시는 온몸이 불태워진다. 영어로 말한다는 이유로 영국 군인으로 분류되어 이탈리아 병원으로 호송된 그는 한나라는 아름다운 영혼의 간호사를 만나 캐서린과의 추억을 회고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마지막으로 한나에게 여러 개의 모르핀으로 자신의 영혼을 편하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자신보다 사랑했던 캐서린의 곁으로 떠나게 된다. <에필로그>
세상이 힘들어지면서 웰다잉에 대한 진지한 생각들이 많아지고 있다. 막연한 백세시대의 환상보다는 살아있는 지금을 보다 의미 있고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영화<잉글리쉬 페이션트>의 주인공들처럼 우리도 언제나 전쟁과 질병의 고통 그리고 사랑과 증오의 애환 속에서 살아가는 환자들이다. 후회하지 않는 사랑을 하고 선한 영향력을 아낌없이 베푸는 일상이 백세시대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고통을 치유하며 살아갈 최고의 여정이 될 것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서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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