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임직원이 지난 14일 부산사업장에서 반도체 기판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기  제공
삼성전기 임직원이 지난 14일 부산사업장에서 반도체 기판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기 제공
지난 14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의 반도체 패키지 기판 생산동. ‘고객사 신뢰를 얻기는 어렵지만, 잃기는 쉽다’ ‘불량과의 전쟁’ 등 품질을 강조하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적층 기판에 머리카락 굵기의 절반인 지름 5㎛(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의 구멍을 뚫는 초미세 공정인 만큼 품질 관리가 엄격할 수밖에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은 차세대 패키지 기판인 플립칩(FC)-볼그리드어레이(BGA)의 핵심 생산 기지다. FC-BGA는 고집적 반도체 칩과 기판을 플립칩과 연결해 전기 및 열적 특성을 높인 제품이다. 고밀도 회로 연결을 요구하는 중앙처리장치(CPU) 등에 많이 쓰인다.

삼성전기는 FC-BGA를 ‘차세대 먹거리’로 점찍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1조9000억원을 이 사업에 투입했다. 삼성전기는 자사 FC-BGA의 차별화된 장점으로 미세공정을 꼽았다. FC-BGA는 쌓고 뚫는 공정이 핵심이다. 한정된 기판에 많은 회로를 만들어야 해 4층, 8층, 10층 등 여러 층으로 기판을 분리한다. 층간 회로 연결을 위해 비아(via)라는 구멍을 뚫는 것도 눈에 띈다. 삼성전기는 A4 용지 두께의 10분의 1가량인 10㎛ 수준의 비아를 구현할 수 있다. 회로 선폭과 간격도 최소화했다. 삼성전기는 머리카락 굵기 40분의 1인 3㎛ 안팎의 회로 선폭을 구현할 수 있다.

삼성전기는 부산을 비롯해 세종, 베트남 등에서 FC-BGA를 생산하고 있다. 이 중 부산사업장은 ‘마더팩토리’다. 마더팩토리는 제품 개발과 제조 중심이 되는 공장을 일컫는다. 황치원 삼성전기 패키지개발팀장(상무)은 “전통적인 반도체 제조업체뿐 아니라 전자와 정보기술(IT), 자동차 대기업들도 자체 칩을 개발하고 생산하면서 기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갑작스러운 공급난에 후발 주자인 삼성전기에도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올 하반기 국내 최초로 서버용 FC-BGA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톱3’로 진입하겠다는 목표다. 서버용 FC-BGA는 고밀도 정밀 공정 능력과 수율 관리가 중요해 패키지 기판 중 기술 난도가 가장 높다. 업계에 따르면 패키지 기판 시장은 올해 15조원(약 113억달러) 규모에서 연평균 10%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부산=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