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유럽 주요국이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 대응해 원자력발전소를 잇따라 늘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이 올 연말까지 원전 5기를 재가동해 900만㎾를 새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17일 보도했다. 일본의 한겨울 전력 소비량의 5%에 해당하는 규모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올겨울까지 최대 9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10기의 화력발전소를 추가로 확보해 전체 전력 소비량의 10%를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가 언급한 9기 가운데 4기는 이미 가동 중이어서 5기를 추가 가동한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정기 검사 등으로 가동이 잠시 중단된 원전들이다.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 이후 일본은 56기에 달했던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이 가운데 23기는 폐로가 결정됐다. 남은 33기 가운데 25기는 재가동을 신청해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심사를 받고 있다. 원전 비중을 대폭 줄인 이후 일본은 전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원전 비중을 낮추면서 화력발전 의존도는 75%로 높아졌다. 국제 에너지값이 오르자 일본의 화석연료 의존도는 무역적자를 늘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도 원전을 잇따라 늘리고 있다. 미국은 노후 원자력발전소의 수명을 늘리는 데 60억달러(약 7조4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2050년까지 원자로 14기, 영국은 2030년까지 원전 8곳을 새로 건설할 계획이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여파로 원전을 기피하던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도 원전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