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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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미국 핀테크들의 기업가치가 전고점 대비 4600억달러(약 600조원)가량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현지시간)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 이후 현재까지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핀테크는 30곳 이상이다. 이들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평균 50% 급락해 시가총액이 총 1560억달러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나스닥종합지수(-29%)보다 낙폭이 훨씬 컸다.

각 종목의 전고점 대비로 환산하면 주식시장에서 증발한 핀테크의 시총 규모는 4600억달러에 달했다. FT는 “각국의 코로나19 경기부양책으로 시중 유동성이 늘어난 데다 코로나19가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 등이 맞물려 지난 2년간 핀테크 기업공개(IPO)와 투자가 호황을 이뤘다”며 “그러나 올해 들어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핀테크들의 누적된 영업 손실,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핀테크는 검증되지 않은 사업 모델’이란 인식이 퍼져 투매 행렬이 잇따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최근 2년간 상장한 핀테크에만 해당하는 현상이 아니다. 페이팔, 블록(옛 스퀘어) 등 코로나19 이전에 상장한 대형 핀테크들도 올 들어 3000억달러의 시총이 사라졌다.

FT는 “공모 주식시장에서 평가 하락은 상장 전 핀테크의 분위기마저 침체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예컨대 스웨덴 핀테크 클라르나의 기업가치는 이전 460억달러에서 최근 70억달러로 대폭 깎였다. 미국 스트라이프의 평가액 역시 4분의 1 이상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미즈호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핀테크는 코로나19 초기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집콕하며 온라인 결제를 했던 생활 패턴의 최대 수혜 분야”라며 “지금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올 하반기에는 대부분 핀테크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