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도심항공교통(UAM) 법인인 슈퍼널이 18일 영국 판버러국제에어쇼에서 공개한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 내장 콘셉트 모델. 5명이 탈 수 있으며 상용화 목표 시점은 2028년이다.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도심항공교통(UAM) 법인인 슈퍼널이 18일 영국 판버러국제에어쇼에서 공개한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 내장 콘셉트 모델. 5명이 탈 수 있으며 상용화 목표 시점은 2028년이다.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도심항공교통(UAM)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모터쇼가 아니라 국제에어쇼에 데뷔해 ‘하늘을 나는 전기차’를 선보이며 사업영역을 지상에서 항공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를 통해 자동차기업에서 모빌리티기업으로 진화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은 18일 영국에서 열린 판버러국제에어쇼에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UAM법인인 슈퍼널이 부스를 마련해 2028년 상용화 목표인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의 내장 콘셉트 모델을 전시했다. eVTOL은 UAM의 핵심인 전용 기체로, 회전날개를 여러 개로 나눠 수직으로 뜨고 내릴 수 있다.

프랑스 파리에어쇼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규모인 판버러에어쇼는 항공업계 신제품을 포함해 항공산업 첨단 기술과 사업 비전을 공개하는 글로벌 전시회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판버러에어쇼에 참가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행사가 취소돼 이번에 처음 참가했다.

슈퍼널은 이번 에어쇼 참가를 통해 글로벌 기업과 접점을 늘려 관련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UAM 시장은 기체가 개발돼도 통신 및 항공 관제시스템 등 인프라와 제도가 마련돼야 열릴 수 있어서다.

슈퍼널이 이번에 공개한 eVTOL의 내장 콘셉트 모델은 슈퍼널과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 부사장 등 그룹 디자이너들이 함께 개발했다. 기존 항공기 디자인이 아니라 자동차 내장 디자인 요소를 차용해 직관적이고 세련된 모습으로 꾸민 점이 특징이다. 나비 생체 구조에서 영감을 받은 5인승 시트를 적용해 승객에게 누에고치에 들어온 것처럼 안락한 느낌을 주면서도 안전성 있는 디자인을 구현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또 제네시스의 럭셔리 디자인 콘셉트를 적용해 격벽(차단벽)을 최소화하고 실내 공간을 넉넉하게 마련했다. 재활용 가능한 탄소섬유, 내구성 뛰어난 식물 추출 섬유, 재활용 플라스틱 섬유 등 친환경 소재도 대폭 적용했다.

슈퍼널은 전시 모델 주변에 증강현실(AR) 패널과 디지털스크린을 설치해 관람객이 UAM을 타고 비행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슈퍼널은 메인 부스뿐 아니라 다목적 공간인 샬레를 야외에 꾸며 기업 관계자들과 미팅할 예정이다.

신재원 현대차·기아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본부장 겸 슈퍼널 최고경영자(CEO)는 “슈퍼널은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부품, 건설, 로봇, 모빌리티 솔루션 등 50개 이상 계열사 및 외부 파트너와 협력 중”이라며 “첨단 항공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슈퍼널은 지난 4월 영국 코번트리에 UAM 수직이착륙장(버티포트)인 에어원을 세계 최초로 열었다. UAM은 기존 항공기와 달리 전용 이착륙장이 필요하다. 에어원은 승객용 항공택시, 물류용 드론 등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슈퍼널은 세계 주요 도시에 5년간 200여 개 에어원을 건설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글로벌 UAM 시장은 2023년 61억달러(약 8조원)에서 2040년 6090억달러(약 807조원) 규모로 급증할 전망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