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하이브리드 근무' 균형점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수많은 변화 중 우리 삶 깊숙이 자리한 것이 있다. 바로 원격근무다. 처음에는 우리를 감염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었지만, 지금은 근무 시스템 전반의 변화를 이끄는 핵심 요소가 됐다.

원격근무 기술 자체는 팬데믹 이전에도 존재했다. 다만 노트북 등으로 업무가 가능한 관리직이나 기업 내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도구로 활용됐다. 당시에도 기술적으로 원격근무는 가능했지만, 사무실 출근이 일상적이었다.

사노피도 다른 글로벌 기업과 마찬가지로 주 2~3회 정도만 사무실로 출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을 채택해 시행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근무의 장단점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고, 여러 포럼 등에서 거론된 바 있어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대신 이런 변화가 가져오는 흥미진진한 점에 대해 말해 보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원격근무가 자신의 일에 대해 재고하고 재발견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이브리드 근무를 하게 되면 언제, 왜 사무실로 출근할지에 대해 주도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이런 고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이 일의 주요한 목적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더욱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 다시 점검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업무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조직적 측면에서는 일하면서 필요한 대면적인 요소도 결부돼야 한다. 사무실에 출근하면 언어적·비언어적 방식을 모두 동원해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흔히들 기술 덕분에 의사소통이 향상되고 다양한 환경에서 업무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직접 만나서 얼굴을 보며 소통하는 것이 가장 좋은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라고 본다.

대면 소통은 역설적으로 디지털 채널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증강현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리더들 입장에서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고민을 불러온다. 사무실에서 얼굴 볼 기회는 줄어드는데 어떻게 전체 구성원의 단합을 유지할 것인지, 사무실에 출근하는 시간을 어떻게 하면 더 가치 있게 쓸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 말이다. 결국 필연적으로 사무실에 있는 시간은 팀워크에 힘 쏟을 특별한 시간이 된다.

이러한 근무 방식의 변화가 조직 내에서의 나의 역할, 회사에서 제시하는 새로운 유연근무 방식하에서 조직에 기여하는 방식, 그리고 궁극적으로 전문가로서 우리의 정체성에 대해 새롭게 재고해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는 점은 자명하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말한 르네 데카르트의 유명한 격언처럼 부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나는 일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