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통째로 암기 '서번트 증후군'
'10대 자폐소녀의 경험' 출간도
"선한 영향력 주는 사람 되고파
우영우가 장애인 편견 깼으면"
‘구글링’을 통해 ‘수사’에 나선 네티즌들은 미국 플로리다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헤일리 모스(28·사진)를 실제 모델로 지목했다. 3세 때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진단을 받은 그가 미국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건 2019년. 당시 USA투데이 등 미국 언론은 그를 “플로리다 최초의 자폐증이 있는 변호사”라고 소개했고, 국내 언론도 이 기사를 다뤘다. 그러니 작가가 이를 참고해 우영우를 창조해낸 것 아니냐는 게 이들의 추정이다.
18일 이메일로 만난 모스 변호사는 “나와 꼭 닮은 사람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가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며 “얼마나 드라마를 잘 만들었길래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 얘기가 열풍을 일으키는지 신기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드라마를 못 봤지만 곧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모스는 평범한 어린아이는 아니었다. 3세 때 100피스의 퍼즐을 맞추는 등 천재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좀처럼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울고 소리 지르는 것으로 감정을 표현했다. 모스 변호사는 “그때는 내 감정을 전달할 (적절한) 단어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부모는 모스 변호사의 손을 붙잡고 병원을 찾았고, 그 자리에서 자폐 진단을 받았다.
모스 변호사가 진단받은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의 대표적인 증상은 사회적 상호작용 및 의사소통의 어려움이다. 지적장애는 동반하지 않는다. 모스 변호사는 이 중에서도 우영우처럼 마치 사진을 찍듯이 책을 통째로 외울 수 있는 ‘서번트 증후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홉 살이 돼서야 나에게 자폐가 있다는 걸 알았다”며 “당시 나는 장애에 무너지기보다는 큰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모스 변호사는 15세 때 첫 번째 책 《자폐 스펙트럼 10대 소녀의 경험들》을 썼다. 우영우처럼 친구를 사귀는 게 어려웠던 그는 이런 고민을 다른 자폐 환우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에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와 같은 자폐 청소년들이 혼자라고 느끼지 않고, 내 경험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모스 변호사는 당시의 출판 경험으로 타인과 세상에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나는 말하고, 쓰고, 다른 사람들을 돕는 걸 좋아한다”며 “바로 변호사가 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1년간 로펌에서 국제 테러방지법 및 의료법을 담당한 뒤 지금은 장애인 인권을 보호하는 운동을 하고 있다. 모스 변호사는 “‘우영우 신드롬’이 확산돼 여성 변호사와 자폐증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