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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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가에서 “강(强)달러 랠리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로화 가치가 95센트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세계 주요 6개 통화 대비 미국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는 이달 들어 15일까지 3.1% 상승하며 강달러를 이어갔다. 달러인덱스는 올 들어 12.5% 상승했다. 반면 다른 통화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주 유로화 가치는 한때 1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유럽의 경제위기 우려가 심화하자 20년 만에 ‘1유로=1달러’라는 두 통화의 패리티(등가)가 깨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경기침체, 특히 유럽의 위기 우려가 달러 강세로 이어졌다”며 “월가에서는 당분간 달러 강세 추이가 변할 가능성을 작게 보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은행 모건스탠리는 3분기 말까지 유로화 가치가 95센트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시장의 ‘큰손’들은 유로화 가치가 추가 하락하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옵션 등 파생상품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 엔화도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오는 26~2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최소 0.7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Fed가 금리를 올리면 미국의 기준금리와 유럽, 일본의 기준금리 격차는 더 벌어져 강달러 심화 요인이 된다. 여기에 세계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를 확보하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달러 가치 상승은 곧 세계 고통의 확대”라며 “달러 강세가 세계 경제를 불황의 악순환(doom loop)으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무역 대부분이 달러로 이뤄지기 때문에 강달러가 각국 경제를 압박하고, 이에 따라 경기 둔화 공포가 확산하면 달러 수요가 늘어 또다시 달러 강세를 이끌어내는 순환 고리가 형성된다는 뜻이다. 존 투렉 JST어드바이저 창업자는 “Fed가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어 향후 몇 달 동안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요인이 나타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