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신임 경기교육감 "9시 등교제 폐지는 시작일 뿐…학교 자율 늘려 교육 바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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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인터뷰 - 임태희 신임 경기교육감
디지털 시대엔 학생 스스로 깨우치고 문제 해결해야
산업계 요구에 부응해 고졸 반도체 인력 적극 양성
대학에 지방교부금 배분 안돼…시장논리 도입 필요
경기는 유일하게 학생 늘어…신설·폐교 재량권 시급
만난 사람 = 이관우 사회부장
디지털 시대엔 학생 스스로 깨우치고 문제 해결해야
산업계 요구에 부응해 고졸 반도체 인력 적극 양성
대학에 지방교부금 배분 안돼…시장논리 도입 필요
경기는 유일하게 학생 늘어…신설·폐교 재량권 시급
만난 사람 = 이관우 사회부장
임태희 경기교육감(65)은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13년간 이어진 경기도의 진보교육감 체제를 끝냈다. 취임 초부터 대대적 개혁을 예고한 그는 ‘자율’이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기존 진보교육감들의 획일적이고 정치 편향적인 교육에 대한 염증이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고 봤기 때문이다. 임 교육감은 취임 직후 1호 정책으로 초·중·고교 ‘등교 시간 자율화’부터 시행했다. 이재정 전 교육감이 2014년 도입한 ‘9시 등교제’를 폐지하고 학생들의 등교를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맡겼다. 임 교육감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율의 힘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며 “자율화는 교육 현장에 긍정의 힘을 불러오고, 학생들은 스스로 역량을 키우고 미래를 열어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기도의 학생 수는 전국 3분의 1에 육박하고, 학교 수와 교육 예산도 전국 최대”라며 “경기 교육이 바뀌면 전국 교육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반도체 인재 100만 명 양성에 적극 힘을 보태겠다는 뜻도 밝혔다. 임 교육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산업의 중추가 대부분 경기에 있다”며 “산업계 요구에 부응해 고졸 반도체 인력 양성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AI마이스터고, 반도체 마이스터고, 융복합 특성화고 등을 설립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취임 후 가장 집중하고 있는 화두는 무엇입니까.
“경기 교육의 방향을 자율·균형·미래로 잡았습니다. 모든 정책은 이를 중심으로 실현될 겁니다. 9시 등교제 폐지는 ‘0교시의 부활’ 등으로 잘못 알려져 있는데, 학교에 맡기는 ‘자율’의 시작일 뿐입니다. 아날로그 사회에선 정해진 답에 맞춰 해결책을 내놓는 게 먹혔지만 디지털 시대는 달라요. 학생 스스로 깨우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요체입니다. 국내 고급 인력들이 해외에 나가 공부하면 뒤처지는 까닭은 이 같은 역량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시대가 달라진 만큼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위한 완전히 다른 차원의 교육이 필요합니다.”
▷국내 교육이 시대 흐름에 뒤처지고, 혁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여전한데요.
“진보교육감 체제에서도 교육 혁신은 계속 추진돼 왔습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기초학력 저하를 걱정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교육에 뚜렷한 목표가 없었던 탓입니다. 학생들이 평소에 하고 싶었던 걸 그냥 하게 놔두는 게 자율과 혁신이 아닙니다. 방치죠. 기초학력을 잘 다지고 그 위에서 또 다른 창의력이 길러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진짜 혁신이고 자율입니다. 혁신학교들 사이에서 성공 사례를 찾아 같은 모델을 공유하고 확산시키면 학부모들의 불신도 줄어들 겁니다. 그러려면 기존 제도에 대한 진단과 평가가 필요하고요. 좋은 사례가 있다면 과감히 계승할 겁니다. 이참에 혁신학교, 미래학교 등의 명칭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교학점제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교육 콘텐츠는 어떻게 혁신해야 할까요.
“대학입학시험이 달라지지 않고선 대한민국 교육을 바꿀 수 없어요. 고등학생들이 다양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고교학점제에 대한 우려가 큰 것도 대입시험과 연결이 안 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국어·영어·수학에 집중하지 않으면 대입시험을 잘 볼 수 없다는 불안에 사교육 시장만 커질 겁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면 초·중·고교 현장을 담당하는 교육감의 목소리가 적극 반영돼야 합니다. 획일적인 대입시험에 대한 개혁 논의가 시급합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을 맡게 된 조희연 서울교육감과도 자주 소통하고 건의할 생각입니다.”
▷벤치마크할 선진국 입시제도가 있을까요.
“영국의 입시제도가 굉장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영국 명문대들은 기초학력은 일정 점수만 넘으면 더 이상 보지 않습니다. 수일간의 집중 면접과 합숙 등을 하면서 학생 스스로 공부하고자 하는 방향과 목표가 잘 정립돼 있는가, 앞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등을 면밀히 따져 선발합니다. 대학의 자율성이 이렇게 높은데, 그걸 불공정하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지방교육교부금 일부를 대학에 배분하는 방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방교육교부금은 의무교육에 대해 국민이 납부하는 세금입니다. 의무교육은 유·초·중·고교까지이기 때문에 대학에 지원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고 형평 원칙에도 어긋납니다. 그보다는 대학에 시장논리를 도입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진짜 필요한 기초학문 인문학 등은 국가가 담당하고, 사립대들은 자율적으로 전문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대학은 교양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교양은 고교에서 끝내야죠. 대학 등록금 문제도 이런 차원에서 접근하면 풀릴 거라고 봅니다. 자율적인 등록금 인상밖엔 답이 없어요. ”
▷정부가 반도체 인력 양성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데요.
“한국이 반도체에 상당 기간 의존해서 살아가고 있는데, 앞으로 시스템반도체, 응용반도체 등으로 형태만 달라질 뿐 한 세대는 더 반도체가 주도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 국가 규모를 유지하고 잘살기 위해서는 반도체를 이해하는 인재가 더 많아져야 합니다. 고급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지만, 경쟁력을 갖춘 현장형 인재를 키우는 것은 고등학교 수준에서도 충분하다는 게 기업들의 목소리입니다. 반도체에 대한 이해력을 먼저 갖춘 다음 대학교육을 더해서 고급 인력으로 거듭나는 선취업, 후진학 시스템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원 삼일공고와 가천대가 반도체 인재 육성 협약을 맺은 것처럼 고교-대학 간 교류도 활성화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교육과정 개편 방향이 있습니까.
“아이들은 이미 디지털 네이티브로 넘어갔어요. 이들의 지식은 넘쳐납니다. 여전히 지식을 강조하는 학교 교육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에듀테크, 하이테크 교육들이 빨리 교육 현장에 접목되도록 해야 합니다. 최근 학교 폭력의 상당 부분이 디지털 쪽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디지털 인성교육(DQ)’도 강화해야 합니다. 교사들이 디지털 역량을 꾸준히 키워나갈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교사들의 디지털 연수가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AI마이스터고, 반도체 마이스터고, 융복합 특성화고 등 산업 연계형 학교도 설립할 계획입니다.”
▷경기도는 학교 부족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학생 수가 늘어나는 곳입니다. 시·도별로 보면 학교 신설이 필요한 곳이 있고 규모를 줄여야 하는 곳도 있습니다. 신도시를 개발해놓고 학교가 없어서 구도심으로 통학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중앙투자심사위원회에서 100%는 아니더라도 경기도에 어느 정도 재량권을 주고 협의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자료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 문제를 적극 제기할 계획입니다.”
▷김동연 경기지사와 협치가 잘될 거라고 보나요.
“김 지사가 행정고시 2년 후배인데 고교 졸업연도는 같아요. 얘기할 때마다 잘 통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협치는 전혀 문제없을 거라고 봅니다. 도의회 여야 의원이 절반씩이어서 원구성이 난항인데, 조금 걱정되지만 협치의 룰을 정하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도의회 지도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리=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취임 후 가장 집중하고 있는 화두는 무엇입니까.
“경기 교육의 방향을 자율·균형·미래로 잡았습니다. 모든 정책은 이를 중심으로 실현될 겁니다. 9시 등교제 폐지는 ‘0교시의 부활’ 등으로 잘못 알려져 있는데, 학교에 맡기는 ‘자율’의 시작일 뿐입니다. 아날로그 사회에선 정해진 답에 맞춰 해결책을 내놓는 게 먹혔지만 디지털 시대는 달라요. 학생 스스로 깨우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요체입니다. 국내 고급 인력들이 해외에 나가 공부하면 뒤처지는 까닭은 이 같은 역량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시대가 달라진 만큼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위한 완전히 다른 차원의 교육이 필요합니다.”
▷국내 교육이 시대 흐름에 뒤처지고, 혁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여전한데요.
“진보교육감 체제에서도 교육 혁신은 계속 추진돼 왔습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기초학력 저하를 걱정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교육에 뚜렷한 목표가 없었던 탓입니다. 학생들이 평소에 하고 싶었던 걸 그냥 하게 놔두는 게 자율과 혁신이 아닙니다. 방치죠. 기초학력을 잘 다지고 그 위에서 또 다른 창의력이 길러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진짜 혁신이고 자율입니다. 혁신학교들 사이에서 성공 사례를 찾아 같은 모델을 공유하고 확산시키면 학부모들의 불신도 줄어들 겁니다. 그러려면 기존 제도에 대한 진단과 평가가 필요하고요. 좋은 사례가 있다면 과감히 계승할 겁니다. 이참에 혁신학교, 미래학교 등의 명칭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교학점제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교육 콘텐츠는 어떻게 혁신해야 할까요.
“대학입학시험이 달라지지 않고선 대한민국 교육을 바꿀 수 없어요. 고등학생들이 다양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고교학점제에 대한 우려가 큰 것도 대입시험과 연결이 안 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국어·영어·수학에 집중하지 않으면 대입시험을 잘 볼 수 없다는 불안에 사교육 시장만 커질 겁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면 초·중·고교 현장을 담당하는 교육감의 목소리가 적극 반영돼야 합니다. 획일적인 대입시험에 대한 개혁 논의가 시급합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을 맡게 된 조희연 서울교육감과도 자주 소통하고 건의할 생각입니다.”
▷벤치마크할 선진국 입시제도가 있을까요.
“영국의 입시제도가 굉장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영국 명문대들은 기초학력은 일정 점수만 넘으면 더 이상 보지 않습니다. 수일간의 집중 면접과 합숙 등을 하면서 학생 스스로 공부하고자 하는 방향과 목표가 잘 정립돼 있는가, 앞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등을 면밀히 따져 선발합니다. 대학의 자율성이 이렇게 높은데, 그걸 불공정하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지방교육교부금 일부를 대학에 배분하는 방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방교육교부금은 의무교육에 대해 국민이 납부하는 세금입니다. 의무교육은 유·초·중·고교까지이기 때문에 대학에 지원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고 형평 원칙에도 어긋납니다. 그보다는 대학에 시장논리를 도입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진짜 필요한 기초학문 인문학 등은 국가가 담당하고, 사립대들은 자율적으로 전문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대학은 교양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교양은 고교에서 끝내야죠. 대학 등록금 문제도 이런 차원에서 접근하면 풀릴 거라고 봅니다. 자율적인 등록금 인상밖엔 답이 없어요. ”
▷정부가 반도체 인력 양성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데요.
“한국이 반도체에 상당 기간 의존해서 살아가고 있는데, 앞으로 시스템반도체, 응용반도체 등으로 형태만 달라질 뿐 한 세대는 더 반도체가 주도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 국가 규모를 유지하고 잘살기 위해서는 반도체를 이해하는 인재가 더 많아져야 합니다. 고급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지만, 경쟁력을 갖춘 현장형 인재를 키우는 것은 고등학교 수준에서도 충분하다는 게 기업들의 목소리입니다. 반도체에 대한 이해력을 먼저 갖춘 다음 대학교육을 더해서 고급 인력으로 거듭나는 선취업, 후진학 시스템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원 삼일공고와 가천대가 반도체 인재 육성 협약을 맺은 것처럼 고교-대학 간 교류도 활성화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교육과정 개편 방향이 있습니까.
“아이들은 이미 디지털 네이티브로 넘어갔어요. 이들의 지식은 넘쳐납니다. 여전히 지식을 강조하는 학교 교육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에듀테크, 하이테크 교육들이 빨리 교육 현장에 접목되도록 해야 합니다. 최근 학교 폭력의 상당 부분이 디지털 쪽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디지털 인성교육(DQ)’도 강화해야 합니다. 교사들이 디지털 역량을 꾸준히 키워나갈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교사들의 디지털 연수가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AI마이스터고, 반도체 마이스터고, 융복합 특성화고 등 산업 연계형 학교도 설립할 계획입니다.”
▷경기도는 학교 부족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학생 수가 늘어나는 곳입니다. 시·도별로 보면 학교 신설이 필요한 곳이 있고 규모를 줄여야 하는 곳도 있습니다. 신도시를 개발해놓고 학교가 없어서 구도심으로 통학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중앙투자심사위원회에서 100%는 아니더라도 경기도에 어느 정도 재량권을 주고 협의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자료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 문제를 적극 제기할 계획입니다.”
▷김동연 경기지사와 협치가 잘될 거라고 보나요.
“김 지사가 행정고시 2년 후배인데 고교 졸업연도는 같아요. 얘기할 때마다 잘 통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협치는 전혀 문제없을 거라고 봅니다. 도의회 여야 의원이 절반씩이어서 원구성이 난항인데, 조금 걱정되지만 협치의 룰을 정하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도의회 지도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리=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