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전연패'하는 정부 지원사업, 어떻게 따낼 것인가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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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링글 공동대표 기고
글로벌 정보기술통신(ICT) 미래 유니콘 사업, 수출바우처 사업, 혁신 유니콘 사업, 본투글로벌의 해외 지원사업 등…. 국내 스타트업을 돕는 다양한 정부 지원사업입니다.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 등이 주도하는 민간 지원사업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초기 스타트업들에는 문턱이 높은 것도 사실입니다. 1:1 화상 영어 서비스 '링글'을 창업한 이승훈 공동대표는 사업 초기 15번 연속 지원사업에 탈락했다고 합니다. 그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얻은 정부·민간 지원사업에 도전하는 노하우와 주의점을 세세하게 전달합니다.
자기자본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는 있지만 팀을 키우고 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위해선 더 큰 자금이 필요하다. 여러 차례에 걸쳐 투자받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지만,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이 풍부한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정부 및 민간 주도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금뿐 아니라 법률, 마케팅, 글로벌화 등 다방면의 컨설팅까지 패키지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적절한 시기의 정부 지원은 성장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내세울 만한 성과도 없고 유명 액셀러레이터(AC)나 벤처캐피털(VC)의 선택을 받지 못한 초기 스타트업이 정부 지원 사업에 선정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같이 느껴질 수 있다. 우리 링글 팀만 해도 창업 후 수많은 정부 지원사업에 문을 두드렸지만, 무수히 많은 탈락의 좌절을 경험했다. 2년간 15개 연속 탈락한 뼈아픈 경험도 있다.
하지만 링글은 고군분투하며 정부 지원사업에 거듭 도전했고 작은 성공을 쌓아가 올해는 혁신 유니콘 최종 라운드 진출,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유니콘 사업과 본투글로벌 최종 선정 등 굵직굵직한 사업에 선정됐다. 링글 공동창업자로서 여전히 직접 정부 지원사업을 신청하고 있는 입장에서 미약하게나마 노하우를 공유해 보려 한다. 참고로 링글은 정부 지원사업 관련 컨설팅 서비스를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딱 하나 합격한 프로그램은 2016~2018년 SK 그룹이 국내 초창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6개월간 인턴을 파견해 주는 (인건비는 SK그룹이 부담하는) ‘SK 고용디딤돌’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정부 지원사업에 연전연패하던 회사들도 고용디딤돌은 지원받는 곳들이 많았는데 순전 SK그룹이 워낙 큰 규모로 진행했기 때문이었다. 이때 인턴으로 링글에 합류한 분들은 회사의 성장을 위해 진심으로 뛰어주셨고, 모두 정규직 전환 뒤 지금까지 회사 핵심 인재로 일하고 계신다.
이 시기를 돌이켜보면 정부 지원사업을 연패하고 유명 VC나 인큐베이터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이 전화위복이라는 생각도 든다. 누구나 다 아는 유명 VC는 아니지만 링글의 비전과 진심을 믿어주고, 두 창업자보다 더 크고 더 길게 링글 1:1 화상영어 사업모델을 바라봐 준 투자자를 만날 수 있었고, 이 인연이 약 21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까지 연결됐다. 기간 내 성장 목표 달성을 최우선시하는 투자사를 만났다면 또는 유명 VC의 포트폴리오 중 하나가 돼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아마 링글은 무너졌을 것이다. 평생 함께할 수 있는 동반자적 투자사를 만나는 것이 창업 초반 업계 전반으로부터 인정받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금이 곧 고갈됨을 인지한 시점, 협업하는 세무법인에서 신용보증기금의 'Start-up 4.0' 사업을 알려줘 서둘러 지원했고 연대보증 없이 3억원 가까운 유동성을 마이너스 통장 형태로 확보할 수 있었다. 신용보증기금이 다운로드 및 월간실사용자수(MAU) 만큼이나 매출 및 현금흐름이라는 지표를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에 크진 않지만, 매출이 매년 꾸준히 3배씩 증가하고 있었다는 것을 높게 평가받아 선정됐던 것 같다.
그렇게 확보한 3억원의 유동성 덕분에 링글은 급히 진행하려던 투자 라운드를 멈추고 우리 비전에 공감하는 투자사를 기다릴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약 19억원 규모의 시드 라운드를 성공적으로 종료할 수 있었다.
그때까지도 링글은 다양한 정부 지원사업에서 연패를 거듭하고 있었는데 구글과 창업진흥원이 협업해 글로벌 진출이 가능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창구 프로그램 1기’에 운 좋게 선정될 수 있었다. 링글은 국내 성장 속도는 탁월하지 못했지만 1) 해외 거주 이용자로부터 매출이 발생하고 있었고 2) 대다수 튜터(강사)가 미국에 거주하는 원어민으로 구성돼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았던 것 같다.
창구 프로그램을 통해 약 2억3000만원의 지원금을 확보하고 동시에 구글의 컨설팅을 받을 수 있었다. 당시 링글은 현금흐름 관점에서 손익분기에 가까워 지원금을 인건비가 아닌 마케팅비로 투자하며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시기적으로 운이 매우 좋기도 했고 느리지만 꾸준한 성장을 인정받아 신보 Startup 4.0과 구글 창구 프로그램에 선정된 것 같다. 이렇게 쌓은 이력을 바탕으로 2019년 이후 더 크고 다양한 사업에 선정될 수 있었다.
동시에 한국무역협회(KITA)에서 주관하는 수출바우처의 수요 기업으로 선정돼 약 3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미국 실리콘밸리 오피스 운영비를 아낄 수 있었고, 덕분에 미국 내 채용을 늘리며 글로벌 진출을 준비할 수 있었다. (단, 2021년부터는 수출 바우처에서 공유 오피스 임대료를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링글은 2019년 산학 연구 프로그램에 선정돼 약 3억원의 연구 보조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당시 링글은 시드 투자금 일부로 KAIST 전산학부 김주호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8~9개월 연구를 진행하던 차에 산학연계 연구개발(R&D) 사업에 지원해 선정될 수 있었고 덕분에 2년 차 연구는 확장된 규모로 진행하게 됐다. 산학연계 R&D 지원 사업은 시드 라운드 이후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부족한 살림이나마 링글 자본 기반으로 띄우지 않았더라면 찾아오지 않았을 행운이라 생각한다.
또 2021년 링글은 지금까지의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2022년 글로벌 ICT 유니콘이라는 100억원 단위의 사업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글로벌 ICT 유니콘의 지원 및 발표는 그동안 본투글로벌, 창구 프로그램 등 다양한 정부 지원사업 및 기업설명회(IR) 피칭을 통해 쌓아 올린 노하우 덕에 큰 어려움 없이 잘 준비하고 표현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정부 지원사업 관련 네 가지 중요 포인트를 정리하며 긴 글을 마치려 한다.
1) 'Big Win'은 'Small Win'에서 시작한다: 창업 초창기에는 아주 조그마한 정부 사업이라도 선정 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창업 초창기에는 작은 사업에 선정되기도 매우 어렵다. 대부분 10연패 과정을 거치니 ‘나만 떨어지나?’ 의심하지 말고, 될 때까지 포기하지 말자.
2) 정부 지원 사업은 연결돼 있다: 지원 사업은 달라도 지원서 자체는 비슷한 경우가 많아서 하나를 제대로 써놓으면 이후 다른 사업 지원할 때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더불어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 한국무역협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 사업들은 연계돼 있고 상호 보완하여 활용할 수 있다. 본투글로벌을 통해 미국법인 설립을 지원받고, 수출바우처를 통해 수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하나의 예다. 본투글로벌 지원사업 후 ICT 유니콘이라는 더 큰 규모의 사업에 도전할 수 있고, 신보 start-up 4.0의 노하우를 살려 혁신 아이콘에 지원할 수 있다. 아기유니콘 지원사업 이후에는 예비유니콘 지원사업이 기다리고 있다. 정부 지원사업은 서로 연결·연계되어 있기에 그 특성을 잘 파악해 활용할 필요가 있다.
3) 정부 지원 사업은 독이 든 성배가 될 수도 있다: 링글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지원해보자는 마음으로 TV·라디오 광고 지원사업에 도전해 선정된 적이 있다. ‘매스미디어 광고를 집행했다가 큰 타격을 입은 스타트업이 많긴 하지만 비용 집행을 안 하기는 아쉬우니 라디오라도 해보자’는 결정을 해 좋지 않은 경험을 했다. 스타트업에 가장 중요한 것이 ‘기회비용’임을 명심해야 한다. 왠지 안될 것 같았던 라디오 광고 제작에 투자한 시간을 아껴 더 중요한 것에 집중했으면 이용자에게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하며 더 많이 성장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건비 지원 사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동료 스타트업 중 인건비 지원 사업 혜택을 받기 위해 인력을 순식간에 늘린 후 후회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정부 지원사업은 오히려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으니 ‘꼭 필요한 사업만 현명하게 지원하고, 똑똑하게 활용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정부지원금을 따내기 위해 회사 방침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실수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
4) 투자 연계형 정부지원금은 특히 신중하게 생각하고 지원하자: 대출 연계형 정부지원금은 갚으면 그만이다. 보조금 형태의 지원금은 사용 내역과 성과를 정리해 서류 작업을 완수하면 된다. 단, 투자는 한 번 받으면 돌이킬 수 없다. 정부지원금을 받기 위해 이를 지원해주는 투자사 위주로 피칭해 투자받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금융기관 또는 정부기관에서 투자를 제안하는 경우 지원금을 받기 위한 자세가 아닌 우리와 결이 맞는 투자사일지 검토하는 자세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투자로 생긴 관계는 끝까지 간다. 창업자보다 더 큰 비전을 갖고 더 길게 보는 투자사, 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떻게 빠져나갈까? 어떻게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회사가 아닌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게 도와줄게’라고 말하며 버팀목이 돼줄 수 있는 투자사를 찾아야 한다. 이승훈 | 링글 공동대표
아이비리그 및 영미권 명문대 출신 튜터와 함께 일대일 화상영어를 제공하는 ‘링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영 컨설턴트로 일한 뒤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를 하던 중 링글을 창업했습니다. 대학원에서 부족한 제 영어에 대해 상세한 피드백을 준 고마운 원어민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전 세계인이 제 친구들과 같은 원어민 튜터와 수업하며 영어 실력을 키워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링글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내세울 만한 성과도 없고 유명 액셀러레이터(AC)나 벤처캐피털(VC)의 선택을 받지 못한 초기 스타트업이 정부 지원 사업에 선정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같이 느껴질 수 있다. 우리 링글 팀만 해도 창업 후 수많은 정부 지원사업에 문을 두드렸지만, 무수히 많은 탈락의 좌절을 경험했다. 2년간 15개 연속 탈락한 뼈아픈 경험도 있다.
하지만 링글은 고군분투하며 정부 지원사업에 거듭 도전했고 작은 성공을 쌓아가 올해는 혁신 유니콘 최종 라운드 진출,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유니콘 사업과 본투글로벌 최종 선정 등 굵직굵직한 사업에 선정됐다. 링글 공동창업자로서 여전히 직접 정부 지원사업을 신청하고 있는 입장에서 미약하게나마 노하우를 공유해 보려 한다. 참고로 링글은 정부 지원사업 관련 컨설팅 서비스를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15연패의 교훈과 소중했던 첫 합격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링글은 창업 아이디어 대회, 창업 경진대회, 창업 3년 차 이내 대상 초기 창업 패키지 지원사업, 마루 180 및 구글 캠퍼스 입주 지원사업, 대기업 후원 스타트업 지원사업 등 15개 스타트업 지원사업의 문을 두드렸지만, 승률은 0%였다. 당시 연전연승하던 스타트업은 앱 중심 서비스, 높은 일간실사용자수(DAU), 팀 내 높은 개발자 비중, 유명 VC 또는 인큐베이터 투자 등을 조기에 확보했다는 공통점이 있었고 이는 당시 링글의 모습과 정반대였다. 초창기 링글은 정부 지원사업 또는 민간 주도 스타트업 지원사업에서 승리하기 어려운 점만 모아 갖고 있었다.딱 하나 합격한 프로그램은 2016~2018년 SK 그룹이 국내 초창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6개월간 인턴을 파견해 주는 (인건비는 SK그룹이 부담하는) ‘SK 고용디딤돌’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정부 지원사업에 연전연패하던 회사들도 고용디딤돌은 지원받는 곳들이 많았는데 순전 SK그룹이 워낙 큰 규모로 진행했기 때문이었다. 이때 인턴으로 링글에 합류한 분들은 회사의 성장을 위해 진심으로 뛰어주셨고, 모두 정규직 전환 뒤 지금까지 회사 핵심 인재로 일하고 계신다.
이 시기를 돌이켜보면 정부 지원사업을 연패하고 유명 VC나 인큐베이터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이 전화위복이라는 생각도 든다. 누구나 다 아는 유명 VC는 아니지만 링글의 비전과 진심을 믿어주고, 두 창업자보다 더 크고 더 길게 링글 1:1 화상영어 사업모델을 바라봐 준 투자자를 만날 수 있었고, 이 인연이 약 21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까지 연결됐다. 기간 내 성장 목표 달성을 최우선시하는 투자사를 만났다면 또는 유명 VC의 포트폴리오 중 하나가 돼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아마 링글은 무너졌을 것이다. 평생 함께할 수 있는 동반자적 투자사를 만나는 것이 창업 초반 업계 전반으로부터 인정받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도약 도운 신용보증기금과 구글 창구 프로그램
연 매출 10억원을 돌파한 2017년 링글은 더 빠른 성장을 위해 유료 광고 캠페인을 시작해 매출을 키웠지만, 팀 규모를 키우고 각종 비용도 늘며 현금 흐름이 급격히 악화한 시기가 있었다.현금이 곧 고갈됨을 인지한 시점, 협업하는 세무법인에서 신용보증기금의 'Start-up 4.0' 사업을 알려줘 서둘러 지원했고 연대보증 없이 3억원 가까운 유동성을 마이너스 통장 형태로 확보할 수 있었다. 신용보증기금이 다운로드 및 월간실사용자수(MAU) 만큼이나 매출 및 현금흐름이라는 지표를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에 크진 않지만, 매출이 매년 꾸준히 3배씩 증가하고 있었다는 것을 높게 평가받아 선정됐던 것 같다.
그렇게 확보한 3억원의 유동성 덕분에 링글은 급히 진행하려던 투자 라운드를 멈추고 우리 비전에 공감하는 투자사를 기다릴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약 19억원 규모의 시드 라운드를 성공적으로 종료할 수 있었다.
그때까지도 링글은 다양한 정부 지원사업에서 연패를 거듭하고 있었는데 구글과 창업진흥원이 협업해 글로벌 진출이 가능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창구 프로그램 1기’에 운 좋게 선정될 수 있었다. 링글은 국내 성장 속도는 탁월하지 못했지만 1) 해외 거주 이용자로부터 매출이 발생하고 있었고 2) 대다수 튜터(강사)가 미국에 거주하는 원어민으로 구성돼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았던 것 같다.
창구 프로그램을 통해 약 2억3000만원의 지원금을 확보하고 동시에 구글의 컨설팅을 받을 수 있었다. 당시 링글은 현금흐름 관점에서 손익분기에 가까워 지원금을 인건비가 아닌 마케팅비로 투자하며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시기적으로 운이 매우 좋기도 했고 느리지만 꾸준한 성장을 인정받아 신보 Startup 4.0과 구글 창구 프로그램에 선정된 것 같다. 이렇게 쌓은 이력을 바탕으로 2019년 이후 더 크고 다양한 사업에 선정될 수 있었다.
본투글로벌, 수출바우처, 산학 연구 프로그램 등
2019년 이후 링글은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정부 사업에 거듭 선정될 수 있었다. 우선 본투글로벌 주최 해외 지원사업을 통해 미국 진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약 80%의 비용을 지원받으며 미국 변호사, 회계사분들과 협업하며 실리콘밸리 내 링글 지사를 설립했다. 2020~2022년 3년 연속 본투글로벌 멤버사로 선정되며 글로벌 진출 사업 관련 큰 지원을 받고 있다.동시에 한국무역협회(KITA)에서 주관하는 수출바우처의 수요 기업으로 선정돼 약 3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미국 실리콘밸리 오피스 운영비를 아낄 수 있었고, 덕분에 미국 내 채용을 늘리며 글로벌 진출을 준비할 수 있었다. (단, 2021년부터는 수출 바우처에서 공유 오피스 임대료를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링글은 2019년 산학 연구 프로그램에 선정돼 약 3억원의 연구 보조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당시 링글은 시드 투자금 일부로 KAIST 전산학부 김주호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8~9개월 연구를 진행하던 차에 산학연계 연구개발(R&D) 사업에 지원해 선정될 수 있었고 덕분에 2년 차 연구는 확장된 규모로 진행하게 됐다. 산학연계 R&D 지원 사업은 시드 라운드 이후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부족한 살림이나마 링글 자본 기반으로 띄우지 않았더라면 찾아오지 않았을 행운이라 생각한다.
또 2021년 링글은 지금까지의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2022년 글로벌 ICT 유니콘이라는 100억원 단위의 사업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글로벌 ICT 유니콘의 지원 및 발표는 그동안 본투글로벌, 창구 프로그램 등 다양한 정부 지원사업 및 기업설명회(IR) 피칭을 통해 쌓아 올린 노하우 덕에 큰 어려움 없이 잘 준비하고 표현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정부 지원사업 관련 네 가지 중요 포인트를 정리하며 긴 글을 마치려 한다.
1) 'Big Win'은 'Small Win'에서 시작한다: 창업 초창기에는 아주 조그마한 정부 사업이라도 선정 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창업 초창기에는 작은 사업에 선정되기도 매우 어렵다. 대부분 10연패 과정을 거치니 ‘나만 떨어지나?’ 의심하지 말고, 될 때까지 포기하지 말자.
2) 정부 지원 사업은 연결돼 있다: 지원 사업은 달라도 지원서 자체는 비슷한 경우가 많아서 하나를 제대로 써놓으면 이후 다른 사업 지원할 때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더불어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 한국무역협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 사업들은 연계돼 있고 상호 보완하여 활용할 수 있다. 본투글로벌을 통해 미국법인 설립을 지원받고, 수출바우처를 통해 수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하나의 예다. 본투글로벌 지원사업 후 ICT 유니콘이라는 더 큰 규모의 사업에 도전할 수 있고, 신보 start-up 4.0의 노하우를 살려 혁신 아이콘에 지원할 수 있다. 아기유니콘 지원사업 이후에는 예비유니콘 지원사업이 기다리고 있다. 정부 지원사업은 서로 연결·연계되어 있기에 그 특성을 잘 파악해 활용할 필요가 있다.
3) 정부 지원 사업은 독이 든 성배가 될 수도 있다: 링글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지원해보자는 마음으로 TV·라디오 광고 지원사업에 도전해 선정된 적이 있다. ‘매스미디어 광고를 집행했다가 큰 타격을 입은 스타트업이 많긴 하지만 비용 집행을 안 하기는 아쉬우니 라디오라도 해보자’는 결정을 해 좋지 않은 경험을 했다. 스타트업에 가장 중요한 것이 ‘기회비용’임을 명심해야 한다. 왠지 안될 것 같았던 라디오 광고 제작에 투자한 시간을 아껴 더 중요한 것에 집중했으면 이용자에게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하며 더 많이 성장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건비 지원 사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동료 스타트업 중 인건비 지원 사업 혜택을 받기 위해 인력을 순식간에 늘린 후 후회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정부 지원사업은 오히려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으니 ‘꼭 필요한 사업만 현명하게 지원하고, 똑똑하게 활용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정부지원금을 따내기 위해 회사 방침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실수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
4) 투자 연계형 정부지원금은 특히 신중하게 생각하고 지원하자: 대출 연계형 정부지원금은 갚으면 그만이다. 보조금 형태의 지원금은 사용 내역과 성과를 정리해 서류 작업을 완수하면 된다. 단, 투자는 한 번 받으면 돌이킬 수 없다. 정부지원금을 받기 위해 이를 지원해주는 투자사 위주로 피칭해 투자받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금융기관 또는 정부기관에서 투자를 제안하는 경우 지원금을 받기 위한 자세가 아닌 우리와 결이 맞는 투자사일지 검토하는 자세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투자로 생긴 관계는 끝까지 간다. 창업자보다 더 큰 비전을 갖고 더 길게 보는 투자사, 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떻게 빠져나갈까? 어떻게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회사가 아닌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게 도와줄게’라고 말하며 버팀목이 돼줄 수 있는 투자사를 찾아야 한다. 이승훈 | 링글 공동대표
아이비리그 및 영미권 명문대 출신 튜터와 함께 일대일 화상영어를 제공하는 ‘링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영 컨설턴트로 일한 뒤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를 하던 중 링글을 창업했습니다. 대학원에서 부족한 제 영어에 대해 상세한 피드백을 준 고마운 원어민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전 세계인이 제 친구들과 같은 원어민 튜터와 수업하며 영어 실력을 키워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링글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