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내내 휘청거리던 대형주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하반기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되면서 안정적 실적을 낼 수 있는 우량주 위주로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몰리면서다. 전문가들은 원화 약세에도 호실적을 낼 수 있는 ‘수출 중심 대형주’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체면 구겼던 대형주들…'경기침체 피난처' 되나

“수출 중심 대형주의 시간 온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8일까지 코스피200지수는 2.18% 상승했다. 이달 코스피지수 상승률(1.64%)보다 소폭 높았다. 반면 코스피200 중소형주지수는 같은 기간 2.32% 하락했다. 우량주를 모은 코스피200 내에서도 덩치가 큰 종목이 더 선방했다는 얘기다. 코스피200 중소형주지수는 코스피200에 속한 종목 가운데 하위 100개 종목의 지수다. 시총 상위 50개 기업을 담은 코스피50지수는 이달 3.39% 올라 상승 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대형주들은 맥을 못 췄다. 코스피200지수는 22.07%, 코스피50지수는 24.50% 하락하며 코스피지수(-21.66%)보다 더 떨어졌다. 코스피200 중소형주지수는 17.88% 하락하는 데 그치면서 비교적 선방했다. 대형주를 중심으로 사들인 외국인이 상반기에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4조6276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대형 성장주는 30% 넘게 하락했고, 국내 증시 대장주격인 삼성전자도 약세를 거듭했다.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분위기는 ‘딴판’이 됐다. 경기 침체 우려가 짙어지면서 환율 상승 효과를 볼 수 있는 반도체 자동차 등 수출 중심 대형주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달러 강세장 속에도 외국인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를 4562억원, SK하이닉스를 2242억원 순매수하는 등 반도체 대형주를 사들였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당수 유가증권시장 대형주의 낙폭이 과도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현재 상승세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환율 상승은 외국인 수급 측면에서 부정적이지만, 동시에 원화 환산 수출액을 증가시켜 이익을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며 “대표적 수출주인 반도체와 자동차 종목에 관심을 둘 때”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정유 3분기 실적 전망↑

전문가들은 당분간 대형주 위주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반기 실적 전망치가 상향된 대형주를 눈여겨보라는 조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세 곳 이상이 3분기 매출 전망치를 내놓은 179개 기업(유가증권시장 기준) 가운데 1개월 전과 비교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상향된 업체는 66개로 집계됐다.

수출 중심인 완성차업체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현대차는 올 3분기 33조1677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1개월 전과 비교해 1.5%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6.6% 늘어난 2조1652억원으로 전망됐다. 기아는 매출이 2.5% 증가한 20조7563억원, 영업이익은 8.1% 늘어난 1조7529억원으로 예상됐다.

정제마진 강세가 예상되는 정유주의 실적 전망치도 개선되는 추세다.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은 한 달 전보다 27.5% 상향된 9104억원을, SK이노베이션은 18% 늘어난 1조424억원을 올릴 것으로 전망됐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