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는데도 전세 계약을 맺는 이른바 ‘깡통전세’ 사기를 벌인 일당이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6년 2월 빌라 임대업을 하는 A씨는 신축 다가구주택을 12억7000만원에 사기로 했다. 그런데 A씨는 수입이 없고 빚은 많아 이만한 돈을 지급할 능력이 없었다. 전세계약을 통해 전세보증금 등을 받고 매매대금을 지급하기로 건축업자들과 약속한 이유다.

A씨는 전세계약을 맺을 임차인을 최대한 끌어모았다. 다가구주택의 감정평가액은 약 10억8800만원인데 기존 대출금 채무는 5억원이었고 보증금 합계액은 점점 늘어났다. 결국 다가구주택을 팔아도 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는 깡통전세가 됐다.

그러나 A씨는 이 같은 상황을 숨기고 피해자 9명과 전세계약을 맺어 보증금 6억500만원을 받았다. 건축업자 B씨, C씨, D씨와 공인중개사 E씨도 이 과정에서 일정 부분 공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그 과정에서 ‘전세 가구가 적어서 보증금 반환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모은 전세보증금이 건물 매매대금보다 커지자 건축업자들로부터 2144만원가량을 받고 소유권을 얻었다. 결국 A씨는 계약기간이 만료했는데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했고, 임대차보증금반환 지급명령이 신청되자 파산 및 면책 소송을 제기했다.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은 A씨가 전세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는데도 이를 숨기고 ‘전세 가구는 1~2호실에 불과해 전세보증금 반환 능력이 충분하다’고 거짓말을 했다며 지난해 10월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그와 공모한 건축업자 B씨, C씨, D씨, 공인중개사 E씨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12일 이들은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은 A씨에게 징역 3년, 건축업자 B~D씨에게는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공인중개사 E씨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주거의 안정을 위협받거나 재산의 상당 부분을 잃어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전세 계약 체결 경위 등을 조사해 공범 관계를 밝혀냈다”며 “재판 과정에서도 지역 공인중개사 등을 증인으로 부르고, 피해자들이 직접 진술하게 하는 등 적극적인 공소 유지로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대변했다”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