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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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은행(IB) UBS가 미국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4가지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향후 1년 안에 미국 경기가 침체될 확률은 40%로 전망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 매체 포천에 따르면 조나단 핑글 이코노미스트가 이끄는 UBS 팀은 투자자들을 위해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4가지 시나리오로 설명했다.

핑글은 "미국 경제가 상당히 낮게 날고 있고 난기류에 취약해 보인다"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이 치솟고 기업들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은 의심할 여지 없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는 여전히 '베이스 케이스(base case)'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베이스 케이스는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큰 기본 시나리오를 뜻한다.

UBS는 향후 1년 동안 미국에서 경기가 침체할 가능성을 40%로 점쳤다. 여전히 절반을 밑도는 확률이라는 얘기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소비 둔화에 따른 침체다. 올해 들어 미국에선 소비자들의 지출이 약세를 보였고,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와 정리해고까지 겹치면 소비 둔화가 악화될 수 있다는 게 UBS의 전망이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 기업들도 지출과 투자를 줄이기 시작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분기 연속 감소해 총 0.7% 하락할 것이라고 UBS는 내다봤다. 실업률은 5.6%로 오를 것이란 예측이다.

그럼에도 S&P500지수는 내년 말 현재 수준에서 16% 상승한 45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Fed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시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어서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Fed로 인한 침체 가능성이다. 올해 말까지 물가 상승세가 진정되지 않아 Fed가 고강도 통화 긴축에 나서는 경우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말에 4.5% 수준으로 뛰어오른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Fed의 공격적인 통화 정책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이익도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로 인해 S&P500 지수는 내년 초 3100선까지 주저앉을 수 있다고 UBS는 예측했다. Fed가 기준금리를 다시 내리면 S&P500 지수는 내년 말 3900선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UBS는 "이는 4가지 시나리오 중 S&P500 지수에 가장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경우"라고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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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와 네 번째 시나리오는 모두 유럽에서 벌어지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때다. 먼저 세 번째 시나리오는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천연가스 배급제를 실시하는 경우를 가정했다.

유럽에서 가스 가격이 폭등하더라도 미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 GDP 감소율은 10bp(1bp=0.01%포인트)에 그친다. UBS는 "유럽 경기침체로 인해 S&P500 지수는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 예상한 것 보다 약간 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내년 말에는 4350선으로 12% 상승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은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수출을 완전히 중단함에 따라 발생하는 경기침체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이라는 악몽이 현실화하면 유럽 GDP는 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GDP 감소율은 20bp로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하지만 UBS는 이 시나리오에서 미국 기업 수익이 15% 이상 하락하고 밸류에이션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S&P500 지수는 연말까지 3500에 그친 뒤 내년에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