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이집트 사형 선고, 중국 이란 다음으로 많아"
"이집트에 정치범 수만명…경제정책 비판해도 체포"
이집트 정부가 정권에 비판적이라는 등의 이유로 수만명의 시민을 제대로 된 재판도 없이 수감 중이라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집트에서는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가 일어났으나 정치·사회 불안정이 지속됐고, 2014년 선거로 집권한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은 독재로 선회해 2030년까지 장기 집권 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엘시시 대통령은 독재 정권을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민을 테러에 가담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불법 구금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엘시시 대통령이 초창기에는 반대파인 무슬림형제단 등 이슬람 세력을 탄압했지만 최근에는 정부 경제정책이나 유력 인사의 성희롱을 비판한 평범한 시민들까지 억압하고 투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배트맨 복장을 착용한 사람들이 심야에 만나는 모습을 찍거나 모스크에서 춤을 추는 장면을 담은 이색 동영상을 온라인에 올린 사람들도 '수상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고 한다.

이집트 정부는 테러 집단에 가담했다거나 거짓 정보를 퍼뜨렸다는 등의 혐의로 사람들을 잡아넣고 있지만, 구금되는 정치범의 정확한 숫자도 파악되지 않는 상태다.

이집트 카이로에 거점을 둔 '아랍 인권정보 네트워크'는 2016년 투옥 중인 정치범을 6만 명으로 추산했지만 이 수치는 연구자에 따라 편차가 있다고 한다.

정치범의 수를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것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개인이나 집단을 수사하고 기소하는 검찰 기관이 사실상 사법체계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진단했다.

이집트에서는 2년 안에 범죄 혐의자를 재판에 회부하지 않으면 석방하도록 하고 있지만, 검찰은 재판을 회피하는 다양한 편법으로 구금 기간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코노미스트는 감옥에 있는 정치범의 생활 환경이나 사형 선고 건수에서도 엘시시 정부의 반인권적 면모가 확인된다고 비판했다.

이집트에서 수감자는 긴급한 치료를 받을 수 없고 면회도 금지된다.

독방은 누울 수 없을 정도로 좁고, 암암리에 고문이 이뤄지기도 한다.

2013년 이후 감옥에서 사망한 수감자는 1천 명을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집트 법원이 지난해 최소 356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는데, 이는 중국과 이란 다음으로 많다고 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