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하자마자 수백억 뭉칫돈 몰린 3인방…특별한 비결 있었다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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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상반기엔 시드 투자 유치로 100억원대 자금을 끌어모은 스타트업 세 곳이 있습니다. 망고부스트와 이스크라, 슈퍼센트가 주인공입니다. 기업을 설립하고 아직 본격적인 사업 채비를 갖추기도 전에 벤처캐피털(VC)과 대기업 등이 앞다퉈 “자금을 대겠다”며 돈 보따리를 들고 찾아온 것이죠.
보통 시드 투자 자금이 몇억원대 수준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특히 올 상반기 주가지수 하락으로 투자 시장이 위축된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죠. 이들 3인방은 어떤 ‘특별함’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전문가들은 가장 큰 특징으로 화려한 인재 풀을 들고 있습니다. 이른바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어벤져스’급 창업자들이 손을 잡았습니다. 비교적 명확한 수익 모델도 투자자들의 마음을 끌었습니다. 규모의 경제나 참신함만을 강조하다가 적자를 이어가는 스타트업들이 즐비한 가운데 초기부터 흑자 가능성을 부각하며 차별화했다는 평가입니다.
이들 기업 3곳을 한경 긱스(Geeks)가 찾아갔습니다.
김장우 망고부스트 대표는 19일 “DPU 분야에서 우리 팀은 논문, 특허 등에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올림픽으로 따지면 금메달을 꾸준히 따왔다”고 강조했다. 망고부스트의 DPU 개발진은 ‘컴퓨터 구조 국제 심포지엄(ISCA)’ 등 컴퓨터 구조 및 시스템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대회에서 DPU 관련 기술을 꾸준히 발표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왔다. 김 대표는 “DPU 시장이 아직 초기인데 우리 기술을 세계 시장에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서 창업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현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이기도 하다. 제자들과 올해 3월에 망고부스트를 설립했다. DPU 관련 반도체, 소프트웨어를 오랫동안 개발한 국내외 박사급 경력직도 10명 이상 합류했다. 일부는 국내 대학 교수를 바로 맡을 수 있는 정도로 업계 전문가지만 망고부스트를 택했다. 창업과 동시에 설립한 미국 법인의 대표는 인텔 본사에서 DPU 개발을 이끈 에리코 누르비타디 박사가 맡았다. 김 대표는 “연구진만 보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개발 역량으로 망고부스트는 설립 2개월 만에 시드 투자금(종잣돈) 130억원을 유치했다. 심지어 시제품도 없는 스타트업이 극초기 단계에서 100억원 이상 투자받는 것은 이례적이다. 스톤브릿지벤처스, DSC인베스트먼트, 머스트벤처스 등 국내 벤처캐피털(VC)과 홍콩계 자산운용사 IM캐피탈파트너스 등이 투자했다. 망고부스트는 상용화가 바로 가능한 DPU 개발 기술을 보유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 대표는 “창업하고 외부에 제대로 알린 적도 없는데 투자자들에게 연락이 왔다”라며 “모든 투자금을 받지는 않고 지금 필요한 규모만큼 투자받았다”라고 설명했다.
망고부스트가 올해 안에 시제품 ‘MBDPU-1’을 내놓을 예정이다.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서비스의 성능을 기존보다 세 배 이상 높인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관련 서버 CPU의 연산 업무 부담은 50% 이상 줄여준다. 글로벌 DPU 시장을 선도하는 엔비디아와 AMD의 제품보다 성능을 40% 이상 개선했다. 망고부스트는 시제품을 이미 글로벌 IT 기업들과 테스트하고 있다.
망고부스트는 향후 DPU 사용처도 확대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회사 슬로건이 ‘DPU로 모든 디바이스를 똑똑하게 만든다(Our DPU makes all devices smart)’”라며 “DPU가 지금은 데이터센터에 특화돼 있지만 앞으로는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기기의 필수 부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DPU 시장은 오는 2027년에 90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김 대표는 “현재 망고부스트 연구진의 기술력만으로 이미 글로벌 상위 5위 안에 들 것“이라며 “우선 글로벌 ’톱3‘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개발사인 이스크라의 이홍규 대표가 내세운 비전이다. 이스크라는 개발 단계에서 총 520억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하면서 크게 주목받은 스타트업이다. 초기 투자에서 500억원이 넘는 규모의 자금을 확보한 건 업계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이 대표는 한경 긱스(Geeks)와의 인터뷰에서 “창업 멤버들이 대부분 연쇄 창업을 했고 ‘엑시트’까지 한 경험이 있다”며 “블록체인과 게임, 글로벌 사업 등 3가지 분야에서 멤버들이 갖춘 전문 역량을 인정해 큰 투자를 결정해주신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는 라인의 블록체인 분야 총괄 임원을 역임하고 라인의 조인트벤처인 ‘언체인’ 대표를 지낸 블록체인 전문가다. 여기에 넷마블, 한게임 등을 거친 김현수 전 파티게임즈 대표와 넥슨, 디즈니 등에서 일한 류인선 전 라인 금융플랫폼 사업총괄 등이 이스크라에 합류했다. 레벨업게임즈를 창업하고 브라질, 콜롬비아, 인도, 필리핀 등에서 성공시킨 벤 코레이코 전 레벨업게임즈 대표도 창업 멤버로 나섰다.
탄탄한 팀 구성 덕분에 이스크라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520억원이라는 뭉칫돈을 빨아들였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인 크러스트, 위메이드, NHN빅풋, 네오위즈, 메타보라 등 게임 개발사를 비롯해 카카오벤처스, 패스트벤처스 등 벤처캐피털(VC)가 앞다퉈 이스크라에 투자했다. 장동욱 카카오벤처스 이사는 “블록체인 메인넷 개발 및 운영 경험부터 게임 소싱, 퍼블리싱, 글로벌 서비스 런칭 및 운영까지 블록체인과 게임 영역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춘 멤버들이 모였다”고 투자를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스크라가 개발 중인 ‘런치패드’는 커뮤니티 중심의 게임 플랫폼으로, 다양한 장르의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P2E) 게임을 출시하고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이 기여도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게임사는 개발단계에서 NFT(대체불가토큰) 등을 발행할 수 있고 유저들이 이를 구매해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게임사들은 이를 기반으로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 수 있다. 투자자는 게임사로부터 NFT 기반의 아이템을 지급받아 이스크라 내 NFT거래소에서 거래해 수익을 얻는다.
플랫폼을 게임 이용자, 개발사, 투자자 등 플랫폼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운영하고 발생한 수익도 공정하게 분배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미래엔 실물이 없는 ‘디지털 네이티브’ 콘텐츠만으로 세상이 이뤄지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며 “지금 디지털 네이티브 영역에서 가장 앞서있는 분야가 게임”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현재 플랫폼이 독점하고 있는 수익을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나누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창업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 같은 플랫폼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고 중간에서 굉장히 많은 수익을 가져가잖아요. 앞으로는 그 플랫폼 수익이 소비자와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시대가 될 겁니다. 데이터가 모두 투명하게 공개되는 블록체인을 통해서요.”
이스크라는 NFT 판매, 게임 런칭 등 연동 서비스를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윤태경 이스크라 글로벌 사업 부문 리더는 “블록체인을 통해 각자 플랫폼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또 플랫폼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얼마인지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고, 기여도에 따라 참여자 모두에게 공정하게 보상이 돌아가도록 플랫폼을 설계했다”며 “블록체인에 어울리는 게임 IP를 발굴해 라인업을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현재 플랫폼이 가져가고 있는 수익을 참여자에게 나눠주는 새로운 방식의 ‘넥스트 앱스토어’가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는 “글로벌 서비스로 전 세계 웹3 게임 생태계의 중심이 되겠다”고 했다.
이 회사는 하이퍼캐주얼 장르의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하이퍼캐주얼 게임은 1분 이내의 짧은 시간에 간단한 조작을 통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장르다. 조작법이나 유저 인터페이스(UI)와 같은 요소가 기존 캐주얼게임보다 더욱 단순한 게 특징이다.
슈퍼센트는 선데이토즈에서 '국민 모바일 게임'으로 불렸던 애니팡의 사업총괄을 맡은 공준식 대표가 이끌고 있다. 공 대표는 애니팡 앱 내 광고를 붙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모델을 도입했다. 게임 화면 하단의 작은 영역에 띠 형태의 배너 광고를 배치하거나, 플레이 도중 이용자가 영상 형태의 광고를 시청하면 게임 내 재화를 주는 방식을 사실상 국내에서 처음으로 실험해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하이퍼캐주얼 게임 역시 광고 수익이 주요 매출처다. 게임에 애드테크(광고+기술)를 접목한 경험이 있는 공 대표가 회사를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모바일 게임 내 인앱 결제를 하는 이용자의 비율은 3% 정도에 불과하다"며 "결국 97%의 대다수 이용자들로부터 수익을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공 대표는 슈퍼센트가 시드 단계에서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틱톡'과 같은 숏폼 콘텐츠의 열풍을 꼽았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부는 숏폼 바람이 하이퍼캐주얼 게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퍼캐주얼 게임 앱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150억 건으로 2020년보다 약 25% 늘어났다. 전체 게임 장르의 30%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공 대표는 "과거의 게임들은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성장할 수 있었고 조작도 어렵고 게임 안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방식이 많았다"며 "하지만 최근 트렌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머리 아플 필요없이 '잠깐 잠깐' 즐기는 게임으로 시장의 축이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슈퍼센트는 이용자들이 게임에 흥미를 느끼고 플레이를 결정하는 데 걸리는 목표 시간을 '3초'로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VC 투심을 사로잡은 또 다른 원동력으로는 K콘텐츠를 이용해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슈퍼센트는 매출의 95%가 해외에서 나온다. 구슬치기나, 딱지치기, 달고나 뽑기 같은 미니게임을 모은 'K게임 챌린지'는 지난해 출시되자마자 북미 지역 양대 마켓에서 다운로드 수 1위를 기록했다. 또 1분 안에 연습생을 스타로 만드는 'K팝 런'이나, ASMR 게임인 'ASMR 레인보우젤리'도 K콘텐츠가 해외로 뻗어나간 사례다.
최근엔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게임도 내놨다. 또 틱톡에서 4500만 팔로워를 보유한 국내 인플루언서 '원정맨'의 IP를 이용한 게임도 곧 내놓을 예정이다. 한국적인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게 공 대표의 말이다.
공 대표는 "일반적인 게임사가 핵심 소비자층을 겨냥해 '헤비 유저'를 찾아나서는 모델이었다면, 슈퍼센트는 그와 완전히 반대"라며 "게임을 즐기지 않는 '논 게이머'들을 모두 게이머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주완/고은이/ 김종우 기자
보통 시드 투자 자금이 몇억원대 수준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특히 올 상반기 주가지수 하락으로 투자 시장이 위축된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죠. 이들 3인방은 어떤 ‘특별함’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전문가들은 가장 큰 특징으로 화려한 인재 풀을 들고 있습니다. 이른바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어벤져스’급 창업자들이 손을 잡았습니다. 비교적 명확한 수익 모델도 투자자들의 마음을 끌었습니다. 규모의 경제나 참신함만을 강조하다가 적자를 이어가는 스타트업들이 즐비한 가운데 초기부터 흑자 가능성을 부각하며 차별화했다는 평가입니다.
이들 기업 3곳을 한경 긱스(Geeks)가 찾아갔습니다.
망고부스트, 김장우 서울대 교수와 박사급 제자들 뭉쳤다
최근 인공지능(AI)이 전 산업으로 확산하고 각종 데이터를 대규모로 처리하려는 수요가 급증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반도체 기술도 발달했다. CPU(중앙처리장치)만으로는 부족해 고사양 그래픽의 게임을 위해 만들어진 GPU(그래픽처리장치)까지 AI 서비스 가동에 동원됐다. GPU는 CPU와 달리 동시에 다양한 연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를 처리하는데 기존 반도체로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CPU는 데이터 처리 비중이 높아지면서 컴퓨터 구동의 기본적인 역할에서는 제 성능을 보여주지 못하게 됐다. 특히 데이터 처리가 핵심인 데이터센터에서 CPU 홀로 컴퓨팅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온 프로세서가 DPU(Data Processing Unit·데이터처리가속기)다. 최근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앞다퉈 관련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다. 국내에서는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망고부스트가 DPU 분야에서 최고 전문 기업으로 꼽힌다.김장우 망고부스트 대표는 19일 “DPU 분야에서 우리 팀은 논문, 특허 등에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올림픽으로 따지면 금메달을 꾸준히 따왔다”고 강조했다. 망고부스트의 DPU 개발진은 ‘컴퓨터 구조 국제 심포지엄(ISCA)’ 등 컴퓨터 구조 및 시스템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대회에서 DPU 관련 기술을 꾸준히 발표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왔다. 김 대표는 “DPU 시장이 아직 초기인데 우리 기술을 세계 시장에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서 창업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현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이기도 하다. 제자들과 올해 3월에 망고부스트를 설립했다. DPU 관련 반도체, 소프트웨어를 오랫동안 개발한 국내외 박사급 경력직도 10명 이상 합류했다. 일부는 국내 대학 교수를 바로 맡을 수 있는 정도로 업계 전문가지만 망고부스트를 택했다. 창업과 동시에 설립한 미국 법인의 대표는 인텔 본사에서 DPU 개발을 이끈 에리코 누르비타디 박사가 맡았다. 김 대표는 “연구진만 보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개발 역량으로 망고부스트는 설립 2개월 만에 시드 투자금(종잣돈) 130억원을 유치했다. 심지어 시제품도 없는 스타트업이 극초기 단계에서 100억원 이상 투자받는 것은 이례적이다. 스톤브릿지벤처스, DSC인베스트먼트, 머스트벤처스 등 국내 벤처캐피털(VC)과 홍콩계 자산운용사 IM캐피탈파트너스 등이 투자했다. 망고부스트는 상용화가 바로 가능한 DPU 개발 기술을 보유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 대표는 “창업하고 외부에 제대로 알린 적도 없는데 투자자들에게 연락이 왔다”라며 “모든 투자금을 받지는 않고 지금 필요한 규모만큼 투자받았다”라고 설명했다.
망고부스트가 올해 안에 시제품 ‘MBDPU-1’을 내놓을 예정이다.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서비스의 성능을 기존보다 세 배 이상 높인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관련 서버 CPU의 연산 업무 부담은 50% 이상 줄여준다. 글로벌 DPU 시장을 선도하는 엔비디아와 AMD의 제품보다 성능을 40% 이상 개선했다. 망고부스트는 시제품을 이미 글로벌 IT 기업들과 테스트하고 있다.
망고부스트는 향후 DPU 사용처도 확대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회사 슬로건이 ‘DPU로 모든 디바이스를 똑똑하게 만든다(Our DPU makes all devices smart)’”라며 “DPU가 지금은 데이터센터에 특화돼 있지만 앞으로는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기기의 필수 부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DPU 시장은 오는 2027년에 90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김 대표는 “현재 망고부스트 연구진의 기술력만으로 이미 글로벌 상위 5위 안에 들 것“이라며 “우선 글로벌 ’톱3‘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크라, 스타트업 업계 국가대표들 즐비
‘넥스트 앱스토어.’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개발사인 이스크라의 이홍규 대표가 내세운 비전이다. 이스크라는 개발 단계에서 총 520억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하면서 크게 주목받은 스타트업이다. 초기 투자에서 500억원이 넘는 규모의 자금을 확보한 건 업계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이 대표는 한경 긱스(Geeks)와의 인터뷰에서 “창업 멤버들이 대부분 연쇄 창업을 했고 ‘엑시트’까지 한 경험이 있다”며 “블록체인과 게임, 글로벌 사업 등 3가지 분야에서 멤버들이 갖춘 전문 역량을 인정해 큰 투자를 결정해주신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는 라인의 블록체인 분야 총괄 임원을 역임하고 라인의 조인트벤처인 ‘언체인’ 대표를 지낸 블록체인 전문가다. 여기에 넷마블, 한게임 등을 거친 김현수 전 파티게임즈 대표와 넥슨, 디즈니 등에서 일한 류인선 전 라인 금융플랫폼 사업총괄 등이 이스크라에 합류했다. 레벨업게임즈를 창업하고 브라질, 콜롬비아, 인도, 필리핀 등에서 성공시킨 벤 코레이코 전 레벨업게임즈 대표도 창업 멤버로 나섰다.
탄탄한 팀 구성 덕분에 이스크라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520억원이라는 뭉칫돈을 빨아들였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인 크러스트, 위메이드, NHN빅풋, 네오위즈, 메타보라 등 게임 개발사를 비롯해 카카오벤처스, 패스트벤처스 등 벤처캐피털(VC)가 앞다퉈 이스크라에 투자했다. 장동욱 카카오벤처스 이사는 “블록체인 메인넷 개발 및 운영 경험부터 게임 소싱, 퍼블리싱, 글로벌 서비스 런칭 및 운영까지 블록체인과 게임 영역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춘 멤버들이 모였다”고 투자를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스크라가 개발 중인 ‘런치패드’는 커뮤니티 중심의 게임 플랫폼으로, 다양한 장르의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P2E) 게임을 출시하고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이 기여도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게임사는 개발단계에서 NFT(대체불가토큰) 등을 발행할 수 있고 유저들이 이를 구매해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게임사들은 이를 기반으로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 수 있다. 투자자는 게임사로부터 NFT 기반의 아이템을 지급받아 이스크라 내 NFT거래소에서 거래해 수익을 얻는다.
플랫폼을 게임 이용자, 개발사, 투자자 등 플랫폼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운영하고 발생한 수익도 공정하게 분배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미래엔 실물이 없는 ‘디지털 네이티브’ 콘텐츠만으로 세상이 이뤄지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며 “지금 디지털 네이티브 영역에서 가장 앞서있는 분야가 게임”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현재 플랫폼이 독점하고 있는 수익을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나누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창업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 같은 플랫폼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고 중간에서 굉장히 많은 수익을 가져가잖아요. 앞으로는 그 플랫폼 수익이 소비자와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시대가 될 겁니다. 데이터가 모두 투명하게 공개되는 블록체인을 통해서요.”
이스크라는 NFT 판매, 게임 런칭 등 연동 서비스를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윤태경 이스크라 글로벌 사업 부문 리더는 “블록체인을 통해 각자 플랫폼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또 플랫폼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얼마인지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고, 기여도에 따라 참여자 모두에게 공정하게 보상이 돌아가도록 플랫폼을 설계했다”며 “블록체인에 어울리는 게임 IP를 발굴해 라인업을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현재 플랫폼이 가져가고 있는 수익을 참여자에게 나눠주는 새로운 방식의 ‘넥스트 앱스토어’가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는 “글로벌 서비스로 전 세계 웹3 게임 생태계의 중심이 되겠다”고 했다.
슈퍼센트 "숏폼 시대, 3초 안에 사로잡겠다"
지난해 문을 연 슈퍼센트는 게임 스타트업 111퍼센트의 자회사다. 지난 4월 모회사인 111퍼센트를 비롯해 미래에셋벤처투자, 미래에셋캐피탈, 신한벤처투자 등으로부터 160억원 규모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이 회사는 하이퍼캐주얼 장르의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하이퍼캐주얼 게임은 1분 이내의 짧은 시간에 간단한 조작을 통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장르다. 조작법이나 유저 인터페이스(UI)와 같은 요소가 기존 캐주얼게임보다 더욱 단순한 게 특징이다.
슈퍼센트는 선데이토즈에서 '국민 모바일 게임'으로 불렸던 애니팡의 사업총괄을 맡은 공준식 대표가 이끌고 있다. 공 대표는 애니팡 앱 내 광고를 붙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모델을 도입했다. 게임 화면 하단의 작은 영역에 띠 형태의 배너 광고를 배치하거나, 플레이 도중 이용자가 영상 형태의 광고를 시청하면 게임 내 재화를 주는 방식을 사실상 국내에서 처음으로 실험해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하이퍼캐주얼 게임 역시 광고 수익이 주요 매출처다. 게임에 애드테크(광고+기술)를 접목한 경험이 있는 공 대표가 회사를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모바일 게임 내 인앱 결제를 하는 이용자의 비율은 3% 정도에 불과하다"며 "결국 97%의 대다수 이용자들로부터 수익을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공 대표는 슈퍼센트가 시드 단계에서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틱톡'과 같은 숏폼 콘텐츠의 열풍을 꼽았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부는 숏폼 바람이 하이퍼캐주얼 게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퍼캐주얼 게임 앱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150억 건으로 2020년보다 약 25% 늘어났다. 전체 게임 장르의 30%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공 대표는 "과거의 게임들은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성장할 수 있었고 조작도 어렵고 게임 안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방식이 많았다"며 "하지만 최근 트렌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머리 아플 필요없이 '잠깐 잠깐' 즐기는 게임으로 시장의 축이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슈퍼센트는 이용자들이 게임에 흥미를 느끼고 플레이를 결정하는 데 걸리는 목표 시간을 '3초'로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VC 투심을 사로잡은 또 다른 원동력으로는 K콘텐츠를 이용해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슈퍼센트는 매출의 95%가 해외에서 나온다. 구슬치기나, 딱지치기, 달고나 뽑기 같은 미니게임을 모은 'K게임 챌린지'는 지난해 출시되자마자 북미 지역 양대 마켓에서 다운로드 수 1위를 기록했다. 또 1분 안에 연습생을 스타로 만드는 'K팝 런'이나, ASMR 게임인 'ASMR 레인보우젤리'도 K콘텐츠가 해외로 뻗어나간 사례다.
최근엔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게임도 내놨다. 또 틱톡에서 4500만 팔로워를 보유한 국내 인플루언서 '원정맨'의 IP를 이용한 게임도 곧 내놓을 예정이다. 한국적인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게 공 대표의 말이다.
공 대표는 "일반적인 게임사가 핵심 소비자층을 겨냥해 '헤비 유저'를 찾아나서는 모델이었다면, 슈퍼센트는 그와 완전히 반대"라며 "게임을 즐기지 않는 '논 게이머'들을 모두 게이머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주완/고은이/ 김종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