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 파머수티컬스의 희귀 유전성 비만 치료제 ‘임시브리’(성분명 세트멜라노타이드)가 영국에서 보험급여를 적용받게 됐다.

리듬은 18일(현지시간)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이 임시브리를 비만 및 프로오피오멜라노코르틴(POMC) 결핍으로 인한 배고픔 조절 치료제로 권장하는 지침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NICE는 ‘프로단백질 전환효소 서브틸리신·켁신 1형(PCSK1)’ 또는 ‘렙틴 수용체(LEPR)’ 결핍으로 인한 유전성 또는 증후군성 비만이 있는 6세 이상 환자의 만성 체중 관리에도 처방을 권고했다.

NICE는 한국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비슷한 기관이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NICE가 급여 적용을 권고한 약물에 대해 90일 이내에 의무적으로 보험급여를 적용해야 한다.

영국은 2013년 4월부터 초희귀의약품(ultra-orphan drugs)에 대해 NICE가 ‘전문화기술(HST)’을 통해 보험급여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HST는 환자 삶의 질과 약의 임상적 효과 및 근거, 재정 영향, 효율성 등을 고려한 평가 절차다.

리듬 측은 “HST에 기반한 NICE의 권고에 따라 임시브리에 자금이 지원되게 됐다”며 “향후 90일 이내에 NHS를 통해 보험급여를 적용받게 된다”고 했다.

임시브리는 현재까지 유럽 의약품청(EMA)과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으로부터 희귀 유전성 비만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유일한 약이다. 리듬은 유럽 국가 중 독일과 프랑스에서 가장 먼저 연내를 목표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12월 NICE 위원회와의 회의 후 임시브리가 HST 평가 후보 약에 선정돼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2020년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세계 첫 유전성 비만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임시브리는 포만감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MC4R’에 작용한다. MC4R은 뇌 시상하부의 신경세포에서 발현된다. 배고픔을 비롯해 신체의 칼로리 섭취 및 소비량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MC4R의 경로에 문제가 생기면 계속해서 배고픔을 느낀다. 이로 인해 과식과 중증 비만이 유발된다. 임시브리는 손상된 MC4R 경로의 기능을 회복시킨다는 설명이다.

데이비드 미커 리듬 최고경영자(CEO)는 “영국에서 POMC 또는 LEPR 결핍증 환자를 위한 첫 번째 치료제로서 NICE의 긍정적 권고를 받게 돼 기쁘다”며 “향후 유럽 전역의 관련 기관과도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의 ‘LB54640’도 임시브리와 표적이 같다. MC4R를 표적하는 유전성 비만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MC4R 수용체를 활성화해 인위적으로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LG화학은 최근 유전적 결함이 없는 건강한 과체중 성인 대상 LB54640의 미국 1상을 완료했다. 연내 결과를 발표한다. 내년에는 LEPR 또는 POMC 결핍증 유전성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2·3상에 돌입한다. 전임상에서 임시브리 대비 동등성 이상의 효과도 확인했다.

LB54640은 임시브리 대비 제형에 있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시브리는 하루에 한 번 투여하는 주사제다. LB54640도 처방 주기는 1일 1회로 같지만 먹는약(경구제)이라는 점에서 복용 편의성을 높였다. 비슷한 기전인 리제네론의 ‘REGN4461’도 주사제다. LG화학은 LB54640가 편의성과 효능을 모두 확보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