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첫 장편소설 <여름과 루비>를 출간한 시인 박연준. /채널예스 제공
최근 첫 장편소설 <여름과 루비>를 출간한 시인 박연준. /채널예스 제공
어떤 책은 책으로 읽어야 한다. 시인 박연준이 최근 낸 첫 장편소설 <여름과 루비>가 그렇다.

"일곱 살 때 나는 '작은' 회사원 같았다. 하루하루가 길고 피로했다. 맡은 업무가 있었지만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하고 시작되는 소설은 빛나는 문장으로 빼곡하다.

이런 문장을 어떤 신(scene)이 대체할 수 있을까? 종이책으로 읽을 때 매력이 더해진다.

이 소설을 쓰는 게 "삶의 '찢어진 페이지'를 복원하는 일"이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어떤 페이지는 색이 다른 종이에 찍어내 이야기의 결이 다르다는 점을 실재적으로 표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박 작가가 최근 인상 깊게 읽은 책은 연극, 영화로 활발하게 각색된 소설이다. 최근 신간 출간 계기로 가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 작가는 <비올레트, 묘지지기>(발레리 페랭 지음, 장소미 옮김, 엘리)를 추천할 책으로 꼽았다.
시인 박연준은 이 책을 읽으며 행복에 취했다 [작가의 책갈피]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 어느 작은 마을의 묘지지기인 비올레트는 묘지를 정원처럼 가꿔나가는 인물이다.

어느 날 묘지에 나란히 묻히고 싶어하는 한 남녀의 결정이 그녀의 일상을 뒤흔든다.

상실과 회복, 삶에 대한 이 소설은 프랑스에서만 100만 부 이상 팔려 나갔고 전 세계 34개 언어로 출간됐다. 이야기가 사랑을 받으며 연극으로 만들어졌고 영화화도 진행 중이다.

박 작가는 이 책의 추천사에서 "어떤 이야기는 길어서 행복한데 이 소설이 그랬다"며 "읽는 내내 행복에 취해 이야기라는 크고 높은 언덕에서 오래 걷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 당신은 이야기 끝에 비로소 돋아난 '자기 앞의 생'과 마주하게 된다"며 "우리에게 딱 하나씩 주어진 선물이자 눈물인, 자기 앞의 생"이라고 덧붙였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