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사와 스타트업 모두 만족할 윈윈 모델 통했다"[서기열의 실리콘밸리인사이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실리콘밸리 벤처투자가 이호찬 ACVC파트너스 대표 인터뷰
"한국기업의 효율적 미 스타트업 투자 플랫폼 추구"
출자사와 함께 스타트업 투자 검토로 차별화
현재 도움되면 직접 투자 혹은 파트너 연결
스타트업엔 사업 역량 확대 도움
"이해관계 일치시켜 출자사와 스타트업 모두 윈윈"
KTB벤처스서 출발..미 스타트업 투자 17년 경력
ACVC파트너스로 독립 후 2년 만에 조기 성과
"한국기업의 효율적 미 스타트업 투자 플랫폼 추구"
출자사와 함께 스타트업 투자 검토로 차별화
현재 도움되면 직접 투자 혹은 파트너 연결
스타트업엔 사업 역량 확대 도움
"이해관계 일치시켜 출자사와 스타트업 모두 윈윈"
KTB벤처스서 출발..미 스타트업 투자 17년 경력
ACVC파트너스로 독립 후 2년 만에 조기 성과
"우리 펀드에 투자한 한국 기업과 투자받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모두 윈-윈 해야죠. 펀드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더라구요."
혁신의 중심지 실리콘밸리에서 17년 동안 스타트업에 투자해온 경험 많은 벤처투자자가 강조한 것은 '시너지'였다. 이호찬 ACVC파트너스 대표는 벤처캐피털(VC) 펀드에 투자한 기업과 잠재적 투자 대상인 스타트업 그리고 그 둘을 잇는 VC까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그런 투자 모델에 대한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대표는 한국의 1세대 VC라고 불리는 KTB네트워크(현 다올인베스트먼트)의 미국법인인 KTB벤처스(현 다올벤처스)에 2005년 입사한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잔뼈가 굵은 벤처투자자다. 그동안 경험을 바탕으로 2020년 독립, ACVC파트너스를 설립한 그는 "한국 기업이 미국 스타트업에 보다 효과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을 고민했다"고 했다.
"통상 대기업이 VC에 출자한 뒤 자본을 넣고 VC에 일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ACVC는 투자를 검토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정보를 투자자들과 하나하나 공유하는 방식으로 다른 VC들과 차별화했죠. 투자를 결정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서로 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투자한 한국 기업과 시너지가 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라면 지분 투자를 하든, 사업 파트너가 되든 서로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이어주면서 투자자들의 만족도를 높였습니다."
○투자사와 피투자사 시너지 추구
이 같은 투자모델로 투자자들을 찾았다. 이 대표 본인도 이 모델이 작동할까 확신할 수 없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모비스가 ACVC의 1호 펀드에 앵커투자자로 참여하며 힘을 실어줬다. 반도체 소재 회사도 앵커투자자로 합류하며 펀드를 출범시켰다. 2년 만에 실리콘밸리에 있는 11개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2곳은 엑시트(투자한 회사의 지분 매도)까지 성공했다. 통상 VC는 자금회수를 6~7년을 목표로 하는데 빠른 성과가 나온 것이다. 이 대표는 "투자자와 스타트업이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이 작동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출자한 기업과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해 긴밀한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기업과 기술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검토가 이뤄진다. 이 대표는 "출자 기업이 전문성을 보유한 영역에 대해서는 보통 굉장히 보수적이고 깐깐한 평가가 이뤄진다"며 "출자사가 지적한 부분을 우리가 보다 면밀히 확인하고 개선 여부를 확인한 뒤 투자해 성공 확률을 더 높였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기술에 필수적인 레이더 기술을 고해상도로 구현하는 오큘리에 투자할 때 모비스와 함께 검토한 결과 빠른 회수로 돌아왔다. 투자한지 14개월 만인 지난해 자율주행 기술개발 업체인 앰버렐라에 오큘리를 매각했다. 투자금 대비 3배의 수익을 올렸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밖에 또다른 앵커투자자인 반도체 소재업체와는 반도체 제조공정과 관련된 기업에 대한 투자를 함께 검토하기도 했다. 증강현실(AR)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마이크로LED 기술을 개발중인 스타트업 랙시엄에 투자한 것도 빠른 엑시트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AR 기기가 보급되려면 디스플레이가 작으면서 열이 적게 나야 하는데 이를 해결한 유일한 기술이라고 평가하고 투자했다"며 "기술적으로 완성되기도 전에 전에 구글이 10억달러 이상을 들여 인수했다"고 말했다. 투자금 대비 약 7배 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이 대표는 "빅테크 업체들이 각 분야에서 앞선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며 "경쟁사에 기술을 뺏기기보다 먼저 인수해 기술을 빨리 확보하려는 것"으로 해석했다. ○"벤처투자는 장기 투자"
스타트업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기업에는 두가지 형태의 투자를 동시에 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장기적으로 주류 기술이 될 수 있는 기술에는 VC를 통해 전략적 장기투자에 나서고, 사업적으로 당장 의미있는 기술은 직접 투자를 단행하는 투트랙 투자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벤처투자는 당장 이익이 나지 않는다고 말씀드립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기술 변화의 트렌드를 파악하기에 벤처투자만 한 게 없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미래를 그리는 사람이 스타트업 창업가입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어떤 기술이 어떻게 사업이 되는지를 보려면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계를 들여다봐야죠. 모더나, 리비안 등도 10여년 전에 그렸던 미래가 현실화된 겁니다."
ACVC는 장기투자의 관점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딥테크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인더스트리얼(인공지능·로보틱스 등), 생명과학 등 4가지 분야의 기술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한다.
ACVC는 1호 펀드의 투자전략과 투자영역과 동일한 방식으로 2호 펀드 투자자를 모집에 나설 계획이다. 1000억원 규모를 계획하고 있는 2호 펀드에는 기업들이 우선이지만 기관투자들에게도 문을 열어놓았다. 연말 출펀드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순히 투자로 그치지 않고 투자사들이 벤처투자를 통해 미래의 가능성을 찾았으면 합니다. 투자사와 피투자사 모두에 도움이 되는 방향의 투자를 하기 위해 양쪽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새로운 미래에 한발짝 더 다가가겠죠."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
혁신의 중심지 실리콘밸리에서 17년 동안 스타트업에 투자해온 경험 많은 벤처투자자가 강조한 것은 '시너지'였다. 이호찬 ACVC파트너스 대표는 벤처캐피털(VC) 펀드에 투자한 기업과 잠재적 투자 대상인 스타트업 그리고 그 둘을 잇는 VC까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그런 투자 모델에 대한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대표는 한국의 1세대 VC라고 불리는 KTB네트워크(현 다올인베스트먼트)의 미국법인인 KTB벤처스(현 다올벤처스)에 2005년 입사한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잔뼈가 굵은 벤처투자자다. 그동안 경험을 바탕으로 2020년 독립, ACVC파트너스를 설립한 그는 "한국 기업이 미국 스타트업에 보다 효과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을 고민했다"고 했다.
"통상 대기업이 VC에 출자한 뒤 자본을 넣고 VC에 일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ACVC는 투자를 검토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정보를 투자자들과 하나하나 공유하는 방식으로 다른 VC들과 차별화했죠. 투자를 결정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서로 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투자한 한국 기업과 시너지가 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라면 지분 투자를 하든, 사업 파트너가 되든 서로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이어주면서 투자자들의 만족도를 높였습니다."
○투자사와 피투자사 시너지 추구
이 같은 투자모델로 투자자들을 찾았다. 이 대표 본인도 이 모델이 작동할까 확신할 수 없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모비스가 ACVC의 1호 펀드에 앵커투자자로 참여하며 힘을 실어줬다. 반도체 소재 회사도 앵커투자자로 합류하며 펀드를 출범시켰다. 2년 만에 실리콘밸리에 있는 11개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2곳은 엑시트(투자한 회사의 지분 매도)까지 성공했다. 통상 VC는 자금회수를 6~7년을 목표로 하는데 빠른 성과가 나온 것이다. 이 대표는 "투자자와 스타트업이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이 작동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출자한 기업과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해 긴밀한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기업과 기술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검토가 이뤄진다. 이 대표는 "출자 기업이 전문성을 보유한 영역에 대해서는 보통 굉장히 보수적이고 깐깐한 평가가 이뤄진다"며 "출자사가 지적한 부분을 우리가 보다 면밀히 확인하고 개선 여부를 확인한 뒤 투자해 성공 확률을 더 높였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기술에 필수적인 레이더 기술을 고해상도로 구현하는 오큘리에 투자할 때 모비스와 함께 검토한 결과 빠른 회수로 돌아왔다. 투자한지 14개월 만인 지난해 자율주행 기술개발 업체인 앰버렐라에 오큘리를 매각했다. 투자금 대비 3배의 수익을 올렸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밖에 또다른 앵커투자자인 반도체 소재업체와는 반도체 제조공정과 관련된 기업에 대한 투자를 함께 검토하기도 했다. 증강현실(AR)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마이크로LED 기술을 개발중인 스타트업 랙시엄에 투자한 것도 빠른 엑시트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AR 기기가 보급되려면 디스플레이가 작으면서 열이 적게 나야 하는데 이를 해결한 유일한 기술이라고 평가하고 투자했다"며 "기술적으로 완성되기도 전에 전에 구글이 10억달러 이상을 들여 인수했다"고 말했다. 투자금 대비 약 7배 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이 대표는 "빅테크 업체들이 각 분야에서 앞선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며 "경쟁사에 기술을 뺏기기보다 먼저 인수해 기술을 빨리 확보하려는 것"으로 해석했다. ○"벤처투자는 장기 투자"
스타트업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기업에는 두가지 형태의 투자를 동시에 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장기적으로 주류 기술이 될 수 있는 기술에는 VC를 통해 전략적 장기투자에 나서고, 사업적으로 당장 의미있는 기술은 직접 투자를 단행하는 투트랙 투자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벤처투자는 당장 이익이 나지 않는다고 말씀드립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기술 변화의 트렌드를 파악하기에 벤처투자만 한 게 없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미래를 그리는 사람이 스타트업 창업가입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어떤 기술이 어떻게 사업이 되는지를 보려면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계를 들여다봐야죠. 모더나, 리비안 등도 10여년 전에 그렸던 미래가 현실화된 겁니다."
ACVC는 장기투자의 관점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딥테크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인더스트리얼(인공지능·로보틱스 등), 생명과학 등 4가지 분야의 기술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한다.
ACVC는 1호 펀드의 투자전략과 투자영역과 동일한 방식으로 2호 펀드 투자자를 모집에 나설 계획이다. 1000억원 규모를 계획하고 있는 2호 펀드에는 기업들이 우선이지만 기관투자들에게도 문을 열어놓았다. 연말 출펀드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순히 투자로 그치지 않고 투자사들이 벤처투자를 통해 미래의 가능성을 찾았으면 합니다. 투자사와 피투자사 모두에 도움이 되는 방향의 투자를 하기 위해 양쪽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새로운 미래에 한발짝 더 다가가겠죠."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