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나스닥 3%↑, 두 가지 이유…최악 투심, 랠리 부른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미국의 2분기 어닝 시즌은 어두웠던 예상보다는 나은 편입니다. S&P500 기업의 10%가량이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3분의 2가 월가 추정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TD아메리트레이드의 션 크루즈 수석 전략가는 불룸버그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경고도 나왔고 일부 기대치도 하향 조정됐지만, 최악의 시나리오와는 거리가 멀다"라며 "우리는 큰 은행으로부터 들었고, IBM과 존슨앤드존슨에서도 괜찮다는 얘기를 들었다. 거시 수준에서 뭔가 심각하게 사업에 나쁜 영향을 줬다면 이들의 실적에 커다랗게 나타났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90%에 달하는 기업들의 발표가 남았습니다. 또 경기 둔화에 따라 2분기 이후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고, 지속되고 있는 역대급 달러 강세가 추가적인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시장을 흔들었던 애플의 주가 하락 배경에도 중국 유럽 등 세계 경기 둔화 우려, 그리고 달러 강세가 있었습니다. 애플은 해외 매출이 전체의 3분의 2에 달합니다. IBM은 달러 강세로 매출의 6%, 9억 달러가 감소했고, 존슨앤드존슨은 올해 실적 가이던스를 소폭 낮추면서 "달러 강세가 회사의 가이던스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스브로도 해외 매출의 60~70%를 헤지했지만, 환율 영향으로 3000만~4000만 달러가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모건스탠리는 IBM에 대한 분석 보고서에서 "달러 강세가 2분기를 넘어 계속되고 있다"라면서 "올해 IBM의 매출에 추가로 15억 달러의 감소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IBM은 매출의 49%가 해외에서 발생합니다. 모건스탠리는 시게이트, HP, 애플, 로지텍 등 해외 매출이 많은 미국 기업들이 강달러로 인해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월가 투자자들이 달러 강세에 대해 우려하는 가운데 19일 이날 새벽 유럽에서 긍정적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블룸버그가 오전 3시 51분 '유럽중앙은행(ECB)가 이번 주 50bp 인상을 더 자세히 검토하고 있다'(ECB Is Looking More Closely at a Half-Point Hike This Week)라는 기사를 띄운 겁니다.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오는 21일 통화정책회의 결과를 발표하는 ECB가 공식 가이던스인 25bp보다 더 높은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지난 6월 8.6%까지 치솟는 등 사상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것입니다. 로이터도 이를 확인해 이날 아침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기사가 나가자 시장에서는 ECB의 50bp 인상 가능성을 거의 50% 정도로 높였습니다. 이번 주 초에만 해도 20%에 불과했었습니다.
ECB가 예상보다 매파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커지자 유로화가 약간 힘을 되찾았습니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1.1% 상승한 1.0253달러로 7월 6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유로/달러는 지난주 1대 1의 패리티 수준 아래도 떨어지기도 했었습니다. ICE 달러인덱스는 0.7%가량 하락해서 106.3까지 떨어졌습니다. 지난주 109.5까지 올라갔었지요. 이는 미국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줬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일반적으로 긴축적 통화정책은 부정적이지만 현재 상황에서 ECB가 50bp를 올리는 것은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달러는 지난 몇 달 동안 굉장히 강한 강세를 지속해왔고 이는 미국 기업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증권 시장에도 부담을 줘왔다"라면서 "달러는 한번 하락하면 종종 지속해서 하락하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고, 이는 실제로 미국 주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ECB는 아직 금리 인상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정도로 인플레이션에 너무 뒤처져 있고, 또 미국 중앙은행(Fed)은 오는 27일 또다시 75bp를 인상할 것이기 때문에 유럽이 이번 주 50bp를 올리는 게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1% 안팎의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그런 뒤 지속해서 상승했습니다. 오전 11시 44분, 자수를 한 번 더 밀어 올리는 좋은 뉴스가 나왔습니다. 로이터 통신이 복수의 자체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노르트 스트림1 가스관이 정기 점검을 마치면 제때 재가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보도한 것입니다. 소식통들은 "가스 공급이 정기 점검 뒤 오는 21일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공급량은 하루 1억6000만㎥인 공급능력에 미치지 못하겠지만 7월 11일 정기 보수 이전에 공급하던 양은 보낼 것이라는 겁니다. 가스프롬은 이미 지난달 16일부터 가스관 설비 수리 지연을 이유로 가스 공급량을 60% 축소했었습니다. 로이터는 또 가스관 운영사 측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가스관에선 이날 2만3681 kwh/h 안팎의 공급 흐름을 기록했다가 다시 0 kwh/h으로 떨어지는 등 공급 재개를 위한 테스트가 진행됐다고 전했습니다. 유럽은 그동안 가스 공급이 끊어지면 산업 가동이 중단되고 가스 배급제가 시행되는 등 막대한 경제적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씨티그룹은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해 경기 침체가 촉발되면 유로 지역의 국내 총생산(GDP)을 약 1% 감소시킬 수 있으며, 향후 12개월 동안 유럽 기업의 주당 순이익이 10% 감소하고 주가가 10%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었습니다. 이는 미국과 세계 경제에도 충격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러시아의 가스 흐름이 여름 보수 이후에도 무시할 정도 수준을 유지한다면 미국 기업의 유럽 수출은 내년 1분기까지 4% 감소할 것이며, 미국의 향후 3개 분기 동안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25%포인트씩 내려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가스 공급 재개는 유럽의 침체 가능성을 낮춥니다. 미국 경제도 나아질 수 있습니다. 주요 지수는 시간이 갈수록 상승 폭을 더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2.43%, S&P500지수는 2.76% 급등했고 나스닥은 3.11% 올랐습니다. 업종별로 보면 11개 업종이 모두 상승한 가운데 산업(+3.58%) 에너지(3.16%) 소재(3.11%) 임의소비재(3.09%) 금융(3.07%) 등 경기민감주들이 큰 폭으로 상승했고, 헬스케어(1.8%) 필수소비재(1.08%) 유틸리티(0.68%) 등 경기 방어주들은 상대적으로 적게 올랐습니다.
전날 2% 떨어졌던 애플은 2.67% 반등했고, 지난 월요일 20대 1 액면분할을 단행한 구글은 4.29%나 급등했습니다. 또 일론 머스크와 법적 분쟁에 들어간 트위터는 신속 재판 청구가 받아들여지면서 2.81% 올랐습니다. 장 마감 뒤 실적 발표를 앞뒀던 넷플릭스도 정규 장에서 5.61%나 상승했습니다. 넷플릭스의 주당순이익(EPS)는 3.2달러로 월가 예상 2.94달러를 넘어섰고, 매출은 79억7000만 달러로 예상 80억3500만 달러에 소폭 미치지 못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가입자 수였습니다. 넷플릭스는 2분기에 200만 명 가입자가 감소할 것이란 가이던스를 줬었는데, 실제 줄어든 건 97만 명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3분기 순 가입자 예상치를 100만 명으로 제시해 시장 예상 181만 명보다 적었습니다. 넷플릭스는 시간 외 거래에서 7.6% 상승(미 동부시간 5시 25분)한 상태입니다. 넷플릭스의 주가가 이날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올해 들어 무려 66%나 내렸다는 게 가장 큰 요인일 것입니다. 비욘드미트(8.3%) 마이크로스트레티지(18.41%) 베드배쓰앤드비욘드(5.85%) 공매도가 많은 주식도 급등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증시 폭등에 숏커버링이 발생했음을 뜻합니다.
ECB의 50bp 인상 예상+러시아 가스 공급 재개 등 두 가지 소식은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유럽의 금리가 상승하면서 미국 금리도 큰 폭으로 뛰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은 오후 4시께 3.8bp 올라 3.025%에 거래됐습니다. 7월 들어 처음으로 3%대에서 거래를 끝냈습니다. 2년물은 6.7bp 오른 3.233%를 기록했습니다. 유가도 1% 안팎으로 올랐습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소폭 낮아진 덕분으로 풀이됩니다.
경제 지표들도 Fed가 '좋아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6월 신규주택 착공실적은 전월 대비 2.0% 줄어든 연율 155만9000채(계절 조정치)를 기록했습니다. 작년 동기보다 6.3%나 감소한 것으로 월가 예상 157만 채보다 부진했습니다. 또 6월 신규주택 착공 허가 건수도 전월보다 0.6% 줄어든 168만5000채로 나타났습니다. 전날 발표됐던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의 7월 주택시장지수가 55로 전월치 67보다 12포인트 급락했었습니다. S&P500 지수는 다시 3900선을 넘었습니다. 3750~3900선은 지난 한 달 동안 맴돌았던 박스권을 넘어선 것입니다. 3대 지수 모두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50일 이동평균선을 넘어섰습니다. 또 S&P500 기업의 98%가 오를 정도로 오름세는 광범위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S&P500 지수가 6월 28일 고점이던 3946에서 저항을 받을 것이며, 이를 넘어선다면 4157~4178선에서 강한 저항에 맞부딪힐 수 있다는 기술적 분석을 제시했습니다. 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 전략가는 "주가가 그동안 대폭 하락했는데, 이는 더 많은 하락을 겪지 않을 것이란 의미는 아니다. 특히 이익 추정치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정상보다 바닥에 훨씬 더 가깝다고 믿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월가에서는 투자자 심리가 역대 최악으로 떨어진 상황이어서 안도 랠리가 가능하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는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제시한 6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에서 잘 나타났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제목을 '나는 매우 비관적이고, 그래서 낙관적이다'(I'm so Bearish, I'm Bullish)라고 달았습니다. 통상 이렇게 투자자 심리가 최악일 때가 바닥일 수 있습니다. 마이클 하넷 전략가는 "글로벌 성장과 기업 이익에 대한 기대치가 사상 최저로 낮아지고 현금 수준은 2002년 9·11사태 이후 최고로 높아졌으며, 주식 비중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다"라면서 ”펀더멘털은 좋지 않지만, 투자자 심리를 보면 주식/회사채는 앞으로 몇 주 안에 랠리를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다만 랠리는 단기 베어마켓 랠리를 말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장기 상승장이 지속할 것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서베이 내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이 설문은 지난 8~15일까지 7220억 달러 자산을 관리하는 259명의 펀드매니저가 참여한 가운데 실시됐습니다.
-글로벌 성장에 대해 향후 12개월 내 둔화할 것이란 응답이 그렇지 않다는 답보다 79%가 많았습니다. 이는 앞선 6월 설문조사 당시보다 6%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조사가 시작된 1994년 이래 역사상 최고치입니다. -글로벌 기업 이익에 대해서도 12개월 내 둔화할 것이란 답이 그렇지 않을 것이란 답보다 역시 79%가 많았습니다. 이 역시 전달보다 7%포인트 높아진 것이며 사상 최고입니다.
-경기 침체에 대한 전망은 2020년 5월 이후 최고로 높아졌다. -투자자들은 기업들이 자본 투자를 늘리지 않거나(29%)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고(15%) 대신 재무 상태를 강화할 것(50%)을 원했습니다.
-투자자들은 Fed가 앞으로 기준금리를 150bp 더 올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4% 이하로 떨어지는 게 Fed가 완화로 전환하는 가장 큰 촉매가 될 것으로 봤습니다. 투자자들이 수익률 곡선 평탄화를 예상하면서 채권 수익률에 대한 기대는 3년 내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평소보다 낮은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밝힌 이보다 58%가 더 많았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낮은 기록적 수치입니다. -현금 비중은 전달 5.6%에서 6.1%로 대폭 높아졌다. 9·11 사태 직후인 2001년 10월 이후 가장 높습니다. 주식 배분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가장 붐비는 거래는 ① 미국 달러 매수 ① 석유/원자재 매수 ③ ESG 자산 매수 ④ 현금 보유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한 달간 투자자들은 채권, 필수소비재, 유틸리티, 헬스케어 주식에 대한 노출을 늘리고 주식, 유로존, 산업재 및 금융주에 대한 노출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큰 꼬리 위험(발생 가능성은 작아도 발생하면 큰 충격을 주는 이벤트)으로는 ① 인플레이션이 더 높게 유지될 가능성 ②세계 경기 침체 ③매파적 중앙은행이 지목됐습니다. -하지만 내년에 인플레이션이 떨어질 것이라는 답(순 76%)도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하지만 90%에 달하는 기업들의 발표가 남았습니다. 또 경기 둔화에 따라 2분기 이후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고, 지속되고 있는 역대급 달러 강세가 추가적인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시장을 흔들었던 애플의 주가 하락 배경에도 중국 유럽 등 세계 경기 둔화 우려, 그리고 달러 강세가 있었습니다. 애플은 해외 매출이 전체의 3분의 2에 달합니다. IBM은 달러 강세로 매출의 6%, 9억 달러가 감소했고, 존슨앤드존슨은 올해 실적 가이던스를 소폭 낮추면서 "달러 강세가 회사의 가이던스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스브로도 해외 매출의 60~70%를 헤지했지만, 환율 영향으로 3000만~4000만 달러가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모건스탠리는 IBM에 대한 분석 보고서에서 "달러 강세가 2분기를 넘어 계속되고 있다"라면서 "올해 IBM의 매출에 추가로 15억 달러의 감소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IBM은 매출의 49%가 해외에서 발생합니다. 모건스탠리는 시게이트, HP, 애플, 로지텍 등 해외 매출이 많은 미국 기업들이 강달러로 인해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월가 투자자들이 달러 강세에 대해 우려하는 가운데 19일 이날 새벽 유럽에서 긍정적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블룸버그가 오전 3시 51분 '유럽중앙은행(ECB)가 이번 주 50bp 인상을 더 자세히 검토하고 있다'(ECB Is Looking More Closely at a Half-Point Hike This Week)라는 기사를 띄운 겁니다.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오는 21일 통화정책회의 결과를 발표하는 ECB가 공식 가이던스인 25bp보다 더 높은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지난 6월 8.6%까지 치솟는 등 사상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것입니다. 로이터도 이를 확인해 이날 아침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기사가 나가자 시장에서는 ECB의 50bp 인상 가능성을 거의 50% 정도로 높였습니다. 이번 주 초에만 해도 20%에 불과했었습니다.
ECB가 예상보다 매파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커지자 유로화가 약간 힘을 되찾았습니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1.1% 상승한 1.0253달러로 7월 6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유로/달러는 지난주 1대 1의 패리티 수준 아래도 떨어지기도 했었습니다. ICE 달러인덱스는 0.7%가량 하락해서 106.3까지 떨어졌습니다. 지난주 109.5까지 올라갔었지요. 이는 미국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줬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일반적으로 긴축적 통화정책은 부정적이지만 현재 상황에서 ECB가 50bp를 올리는 것은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달러는 지난 몇 달 동안 굉장히 강한 강세를 지속해왔고 이는 미국 기업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증권 시장에도 부담을 줘왔다"라면서 "달러는 한번 하락하면 종종 지속해서 하락하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고, 이는 실제로 미국 주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ECB는 아직 금리 인상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정도로 인플레이션에 너무 뒤처져 있고, 또 미국 중앙은행(Fed)은 오는 27일 또다시 75bp를 인상할 것이기 때문에 유럽이 이번 주 50bp를 올리는 게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1% 안팎의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그런 뒤 지속해서 상승했습니다. 오전 11시 44분, 자수를 한 번 더 밀어 올리는 좋은 뉴스가 나왔습니다. 로이터 통신이 복수의 자체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노르트 스트림1 가스관이 정기 점검을 마치면 제때 재가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보도한 것입니다. 소식통들은 "가스 공급이 정기 점검 뒤 오는 21일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공급량은 하루 1억6000만㎥인 공급능력에 미치지 못하겠지만 7월 11일 정기 보수 이전에 공급하던 양은 보낼 것이라는 겁니다. 가스프롬은 이미 지난달 16일부터 가스관 설비 수리 지연을 이유로 가스 공급량을 60% 축소했었습니다. 로이터는 또 가스관 운영사 측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가스관에선 이날 2만3681 kwh/h 안팎의 공급 흐름을 기록했다가 다시 0 kwh/h으로 떨어지는 등 공급 재개를 위한 테스트가 진행됐다고 전했습니다. 유럽은 그동안 가스 공급이 끊어지면 산업 가동이 중단되고 가스 배급제가 시행되는 등 막대한 경제적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씨티그룹은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해 경기 침체가 촉발되면 유로 지역의 국내 총생산(GDP)을 약 1% 감소시킬 수 있으며, 향후 12개월 동안 유럽 기업의 주당 순이익이 10% 감소하고 주가가 10%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었습니다. 이는 미국과 세계 경제에도 충격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러시아의 가스 흐름이 여름 보수 이후에도 무시할 정도 수준을 유지한다면 미국 기업의 유럽 수출은 내년 1분기까지 4% 감소할 것이며, 미국의 향후 3개 분기 동안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25%포인트씩 내려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가스 공급 재개는 유럽의 침체 가능성을 낮춥니다. 미국 경제도 나아질 수 있습니다. 주요 지수는 시간이 갈수록 상승 폭을 더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2.43%, S&P500지수는 2.76% 급등했고 나스닥은 3.11% 올랐습니다. 업종별로 보면 11개 업종이 모두 상승한 가운데 산업(+3.58%) 에너지(3.16%) 소재(3.11%) 임의소비재(3.09%) 금융(3.07%) 등 경기민감주들이 큰 폭으로 상승했고, 헬스케어(1.8%) 필수소비재(1.08%) 유틸리티(0.68%) 등 경기 방어주들은 상대적으로 적게 올랐습니다.
전날 2% 떨어졌던 애플은 2.67% 반등했고, 지난 월요일 20대 1 액면분할을 단행한 구글은 4.29%나 급등했습니다. 또 일론 머스크와 법적 분쟁에 들어간 트위터는 신속 재판 청구가 받아들여지면서 2.81% 올랐습니다. 장 마감 뒤 실적 발표를 앞뒀던 넷플릭스도 정규 장에서 5.61%나 상승했습니다. 넷플릭스의 주당순이익(EPS)는 3.2달러로 월가 예상 2.94달러를 넘어섰고, 매출은 79억7000만 달러로 예상 80억3500만 달러에 소폭 미치지 못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가입자 수였습니다. 넷플릭스는 2분기에 200만 명 가입자가 감소할 것이란 가이던스를 줬었는데, 실제 줄어든 건 97만 명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3분기 순 가입자 예상치를 100만 명으로 제시해 시장 예상 181만 명보다 적었습니다. 넷플릭스는 시간 외 거래에서 7.6% 상승(미 동부시간 5시 25분)한 상태입니다. 넷플릭스의 주가가 이날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올해 들어 무려 66%나 내렸다는 게 가장 큰 요인일 것입니다. 비욘드미트(8.3%) 마이크로스트레티지(18.41%) 베드배쓰앤드비욘드(5.85%) 공매도가 많은 주식도 급등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증시 폭등에 숏커버링이 발생했음을 뜻합니다.
ECB의 50bp 인상 예상+러시아 가스 공급 재개 등 두 가지 소식은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유럽의 금리가 상승하면서 미국 금리도 큰 폭으로 뛰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은 오후 4시께 3.8bp 올라 3.025%에 거래됐습니다. 7월 들어 처음으로 3%대에서 거래를 끝냈습니다. 2년물은 6.7bp 오른 3.233%를 기록했습니다. 유가도 1% 안팎으로 올랐습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소폭 낮아진 덕분으로 풀이됩니다.
경제 지표들도 Fed가 '좋아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6월 신규주택 착공실적은 전월 대비 2.0% 줄어든 연율 155만9000채(계절 조정치)를 기록했습니다. 작년 동기보다 6.3%나 감소한 것으로 월가 예상 157만 채보다 부진했습니다. 또 6월 신규주택 착공 허가 건수도 전월보다 0.6% 줄어든 168만5000채로 나타났습니다. 전날 발표됐던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의 7월 주택시장지수가 55로 전월치 67보다 12포인트 급락했었습니다. S&P500 지수는 다시 3900선을 넘었습니다. 3750~3900선은 지난 한 달 동안 맴돌았던 박스권을 넘어선 것입니다. 3대 지수 모두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50일 이동평균선을 넘어섰습니다. 또 S&P500 기업의 98%가 오를 정도로 오름세는 광범위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S&P500 지수가 6월 28일 고점이던 3946에서 저항을 받을 것이며, 이를 넘어선다면 4157~4178선에서 강한 저항에 맞부딪힐 수 있다는 기술적 분석을 제시했습니다. 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 전략가는 "주가가 그동안 대폭 하락했는데, 이는 더 많은 하락을 겪지 않을 것이란 의미는 아니다. 특히 이익 추정치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정상보다 바닥에 훨씬 더 가깝다고 믿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월가에서는 투자자 심리가 역대 최악으로 떨어진 상황이어서 안도 랠리가 가능하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는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제시한 6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에서 잘 나타났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제목을 '나는 매우 비관적이고, 그래서 낙관적이다'(I'm so Bearish, I'm Bullish)라고 달았습니다. 통상 이렇게 투자자 심리가 최악일 때가 바닥일 수 있습니다. 마이클 하넷 전략가는 "글로벌 성장과 기업 이익에 대한 기대치가 사상 최저로 낮아지고 현금 수준은 2002년 9·11사태 이후 최고로 높아졌으며, 주식 비중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다"라면서 ”펀더멘털은 좋지 않지만, 투자자 심리를 보면 주식/회사채는 앞으로 몇 주 안에 랠리를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다만 랠리는 단기 베어마켓 랠리를 말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장기 상승장이 지속할 것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서베이 내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이 설문은 지난 8~15일까지 7220억 달러 자산을 관리하는 259명의 펀드매니저가 참여한 가운데 실시됐습니다.
-글로벌 성장에 대해 향후 12개월 내 둔화할 것이란 응답이 그렇지 않다는 답보다 79%가 많았습니다. 이는 앞선 6월 설문조사 당시보다 6%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조사가 시작된 1994년 이래 역사상 최고치입니다. -글로벌 기업 이익에 대해서도 12개월 내 둔화할 것이란 답이 그렇지 않을 것이란 답보다 역시 79%가 많았습니다. 이 역시 전달보다 7%포인트 높아진 것이며 사상 최고입니다.
-경기 침체에 대한 전망은 2020년 5월 이후 최고로 높아졌다. -투자자들은 기업들이 자본 투자를 늘리지 않거나(29%)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고(15%) 대신 재무 상태를 강화할 것(50%)을 원했습니다.
-투자자들은 Fed가 앞으로 기준금리를 150bp 더 올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4% 이하로 떨어지는 게 Fed가 완화로 전환하는 가장 큰 촉매가 될 것으로 봤습니다. 투자자들이 수익률 곡선 평탄화를 예상하면서 채권 수익률에 대한 기대는 3년 내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평소보다 낮은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밝힌 이보다 58%가 더 많았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낮은 기록적 수치입니다. -현금 비중은 전달 5.6%에서 6.1%로 대폭 높아졌다. 9·11 사태 직후인 2001년 10월 이후 가장 높습니다. 주식 배분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가장 붐비는 거래는 ① 미국 달러 매수 ① 석유/원자재 매수 ③ ESG 자산 매수 ④ 현금 보유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한 달간 투자자들은 채권, 필수소비재, 유틸리티, 헬스케어 주식에 대한 노출을 늘리고 주식, 유로존, 산업재 및 금융주에 대한 노출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큰 꼬리 위험(발생 가능성은 작아도 발생하면 큰 충격을 주는 이벤트)으로는 ① 인플레이션이 더 높게 유지될 가능성 ②세계 경기 침체 ③매파적 중앙은행이 지목됐습니다. -하지만 내년에 인플레이션이 떨어질 것이라는 답(순 76%)도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