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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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공포'에 휩싸이며 꽁꽁 얼어붙었던 암호화폐 투자 심리가 살짝 누그러지는 모양새다. 전 세계 주요 코인 투자 심리를 점수화한 공포·탐욕지수가 3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고, 비트코인은 지난 1주일 이어온 상승세를 지켜내며 3000만원대에 진입했다. 글로벌 증시 반등과 '이더리움 2.0' 호재에 힘입은 결과로 풀이된다.

핀테크 업체 웨이브릿지에 따르면 20일 오전 9시 기준 국내 4대 암호화폐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비트코인 평균 가격은 5.7% 오른 3070만3000원을 기록했다.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30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달 13일 미국 암호화폐 대출업체 셀시우스가 이용자 자산 출금 동결 조치로 시장에 충격을 일으킨 이후 처음이다. 올해 최저점이었던 6월 19일(2516만8000원)에 비하면 22% 올랐다. 이날 오전 한때 3100만원대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은 이후 소폭 하락, 현재 빗썸에서 304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국내 비트코인 기준 가격지수. 웨이브릿지 제공
국내 비트코인 기준 가격지수. 웨이브릿지 제공
해외 비트코인 시세도 상승세다. 암호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오전 10시30분 기준 개당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4.1% 오른 2만3143달러에 거래됐다. 1주일 전에 비하면 20% 가까이 오르며 2만3000달러대에 진입했다.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모처럼 반등하자 투자 심리도 회복됐다. 얼터너티브가 집계하는 '암호화폐 공포·탐욕지수'는 이날 31을 기록하며 '공포' 단계로 올라섰다. 전 세계 인플레이션 우려가 본격화하며 증시가 급락하기 시작한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공포·탐욕지수는 비트코인과 주요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성, 거래량 등의 데이터를 기초로 투자 심리를 계량화한 지표다. 0에 가까울수록 극단적인 공포, 100에 가까울수록 투기 과열 상태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코인도 '투자심리 해빙' 조짐…비트코인 3000만원대 탈환
이 지수는 1주일 전만 해도 15로 '극단적 공포' 단계였다. 루나 사태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5월과 암호화폐 업체의 줄도산 우려가 불거진 6월 중순에는 6~8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상황이 반전된 것은 지난주부터다. 수년간 예고만 됐던 이더리움2.0 업데이트가 오는 9월 19일 이뤄질 수 있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이더리움이 급등, 암호화폐시장 분위기 반전을 이끌었다.

결정적인 호재는 복잡하게 얽힌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풀리기 시작할 것이란 기대감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이달 기준금리 인상폭이 1%포인트가 아닌 0.75%포인트가 될 것이란 예측이 힘을 얻으면서 글로벌 증시가 반등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예상보다 호조를 보인 기업 실적에 힘입어 전날보다 3.11% 상승했다.

글로벌 투자업계 초미의 관심사였던 노드스트림1 재가동이 오는 21일 예정대로 이뤄질 것이란 발표도 이날 투심을 회복시켰다.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암호화폐도 함께 반등했다.

향후 시장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이제 진짜 바닥을 쳤다"는 낙관론에 비해 "아직은 이르다"는 경계도 적지 않다. 암호화폐거래소 FTX의 너새니얼 위트모어는 "진정한 강세장은 Fed의 통화 긴축이 끝나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