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치솟는 물가에 생활비 지출이 늘어나면서 실질임금이 20여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영국 공무원 노조는 추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고 영국 중앙은행(BOE) 총재는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을 언급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3~5월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근로자의 실질 임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하락했다. 이는 2001년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큰 낙폭이라고 미국 CNN이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전세계가 높은 물가에 신음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영국은 타격을 크게 입은 나라 중 하나다. 지난 5월 영국 소비자물가는 G7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9.1%로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BOE가 지난해 12월부터 5회 연속 금리를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말 소비자물가는 11%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가계가 느끼는 부담도 크다. 지난 4월 에너지 요금은 54% 올랐고 식료품 가격도 최근 한달간 10% 올랐다. 눈물 날 정도로 불어난 생활비 탓에 영국인들을 최악의 생활고를 겪고 있다. BOE는 올해 가계 가처분소득이 1964년 집계가 시작된 이후 두번째로 큰 하락폭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질소득 감소에 직면한 영국의 노동자들은 단체 행동에 나서고 있다. 최근 보리스 존슨 정부는 공공부문 근로자 중 절반에 해당하는 250만명에 대해 평균 약 5%의 임금 인상을 승인하자 공공부문 노조는 “치솟는 물가에 비하면 임금 삭감과 다름 없다”며 앞으로 몇달간 파업을 예고했다. 앞서 철도노조도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이달 30일에 파업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BOE가 다음달 통화정책위원회(MP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수도 있다고 이날 앤드루 베일리 잉글랜드 은행 총재가 밝혔다.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베일리 총재는 “인플레이션 속도를 낮추기 위해 0.5%포인트 인상도 선택지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BOE가 0.5%포인트를 올리면 1997년 독립적인 통화정책 결정 기관이 된 이후 처음으로 ‘빅스텝’을 밟게 된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