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잇달아 선보이며 충성 고객 확대에 나서고 있다. 차별화한 콘텐츠를 앞세워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친밀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특정 브랜드 선호도가 높아진 소비자들은 다른 브랜드로 쉽사리 이탈하지 않는다는 ‘록인(자물쇠) 효과’를 노린 마케팅 전략으로 풀이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GS샵은 지난 13일 TV홈쇼핑 방송을 통해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의 신부’를 소개했다. 넷플릭스 이용권이나 드라마 관련 상품을 판매한 게 아니라 순수하게 ‘소개 방송’(사진)으로 꾸몄다. 주연 배우 김희선 등 작품 출연자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물건을 팔지 않고, 30분 동안(오후 8시30분~9시) 드라마 줄거리와 인물을 소개하기만 했다. 넷플릭스가 해당 시간대 프로그램에서 발생하는 매출을 감안해 적절한 수준의 금액을 제공하기는 했지만 GS샵 입장에선 손실을 볼 수도 있는 결정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마케팅은 성공적이었다는 게 GS샵의 판단이다. 프로그램 시청 가구 수는 1만9242가구로, KT 인터넷TV(IPTV) 가입자 기준으로 전주 같은 시간대 GS샵 방송 프로그램보다 63% 많았다. GS샵의 주력 프로그램 ‘쇼미더트렌드’보다도 47% 많은 수치다.

다른 업체들도 적극적이다. 쿠팡은 최근 자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에서 손흥민 선수가 소속된 토트넘 구단의 방한 경기를 중계하는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선보여 월간 사용자 수(MAU)를 대폭 늘리는 효과를 거뒀다.

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안드로이드와 아이폰(iOS) 스마트폰 기준 쿠팡플레이 MAU는 373만 명에 달했다. 이는 전월 대비 62만 명 증가한 수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 유료 멤버십 회원만 쿠팡플레이를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쿠팡플레이 MAU가 늘었다면 유료 회원도 늘었을 것”이라며 “유료 멤버십은 처음 가입하기가 어렵지 한번 서비스를 이용하고 나면 이탈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 역시 비슷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편의점 GS25는 메타버스 드라마를 다음달 선보인다. GS25를 배경으로 한 청춘 로맨스물을 만들어 1020 소비자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종합 콘텐츠 스튜디오 플레이리스트와 협업해 제작한 드라마 ‘편의점 고인 물’을 자체 온라인 채널에서 공개했다. 지난달 말 방영을 시작한 후 이달 19일까지 CU 공식 유튜브 채널 ‘CU튜브’의 누적 조회 수는 2800만 회에서 7700만 회로 급증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