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용의 한류 이야기] 창작의 자유 얻고 IP를 놓친 한류…'넷플릭스 딜레마' 더는 안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오징어 게임’은 한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문화 콘텐츠 중 하나라는 데 큰 이견이 없다. 황동혁 감독이 넷플릭스 지원을 받아 제작했고, 2021년 전 세계 90개국 이상에서 동시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다. 오징어 게임 이후 한류 콘텐츠에 관한 관심이 급증해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과 같은 콘텐츠 역시 전 세계 한류 팬들을 사로잡았다.

오징어 게임은 그러나 세계적 성공 속에 감춰져 있던 한류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기도 했다. 지식재산권(IP) 확보를 하지 못해 추가 수익을 내지 못한 데다 국내 영상업계가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에 종속됐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IP는 21세기 들어 국가 간 경쟁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됐으나 문화산업계는 아직도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IP가 한 국가의 디지털 경제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는 미국의 산업 구조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국 상무성의 2021년 무역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1246억13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지급액은 410억500만달러로 경상수지가 무려 836억800만달러에 달한다. 교통, 여행, 보험, 그리고 텔레콤 서비스와 같은 여러 주요 산업 분야에서 만들어내는 경상수지보다 훨씬 커서 미국 디지털 경제의 주역으로 간주되고 있다.
[진달용의 한류 이야기] 창작의 자유 얻고 IP를 놓친 한류…'넷플릭스 딜레마' 더는 안된다
미국과 한국의 지식재산권 분야 교역을 보면 그 차이는 더욱 뚜렷해진다. 같은 해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IP서비스 분야에서 벌어들인 돈이 40억4300만달러인데 지출한 돈은 고작 3억1400만달러에 그치고 있다. 일본이 미국과 지식재산권 분야 교역에서 20억6500만달러의 경상수지를 달성하고 있는 것과 너무 큰 차이가 나고 있다. 문화산업 분야 IP도 매우 큰 영역인데, 해당 분야만 놓고 볼 때는 비교 자체가 의미가 없을 정도다.

오징어 게임 역시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수입은 넷플릭스가 가져갔다. 오징어게임 이후 가입자의 급증은 물론 지식재산권 확보로 인한 넷플릭스 수입이 9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측이 받은 것은 제작비와 일정 수익을 합친 2400만달러가 전부라고 한다.

오징어 게임뿐만 아니다. K팝은 이미 IP수익을 포기하고 유튜브 등을 통해 음원을 공개하고 있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2011)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큰 인기를 얻었는데, 이때부터 지식재산권은 크게 고려되지 않았다. 가수 본인, 소속사, 그리고 음악협회 모두 지식재산권을 강조하지 않았다. 한국의 K팝산업은 이후 거의 모든 신곡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동시 공개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음반 매출을 통한 수익 대신 일단 유튜브를 통해 인기를 끌고, 해외공연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일본의 경우 한국에 앞서 아이돌 시스템을 만들어냈지만 지식재산권의 중요성 때문에 음원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 한국의 성공사례를 들어 음원공개를 하고 있으나 역시 일부에 불과하다.

지식재산권은 총성 없는 무역전쟁에서도 가장 중요한 분야다. 수출 컨테이너 한 대에 수백 대 냉장고를 넣어 수출하는 것보다, 수만 대의 스마트폰을 넣어 수출하는 것보다 더 큰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한류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세계로 전파돼 글로벌 한류 팬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주요 수익원은 이제 한류상품 자체의 수출보다 IP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문화산업계가 지식재산권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가야 한다. 당연한 일이다. 핵심은 문화생산자들의 태도에 있다. 당당하게 지식재산권 포기가 아닌 지식재산권 확보를 강조하는 생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문화상품을 만들기 위해 제작비만 지원받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넷플릭스의 문을 두드리는 행태로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 문화생산자들과 산업계는 지식재산권을 통해 장기적인 이윤을 창출하는 스마트 한류 생태계를 개척해야 한다.

진달용 사이먼프레이저대 특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