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북부 부흐 관측소서 38.3도 관측…지역 기준 사상 최고

"밤새 집안 곳곳 창문을 열어뒀다가 아침에 꼭 닫으면 차가운 공기가 집 안에 머물게 할 수 있어요.

집안 기온이 오를까 봐 점심은 오븐도 켜지 않고 준비했어요.

베란다에 잠깐 나갔다 온 것 외에 집 밖으로는 나가지 않았죠"
베를린 외곽에서 재택근무 중인 회사원 W씨는 에어컨 없이 더위를 이겨내는 비법을 이같이 소개했다.

20일(현지시간) 기온이 최고 38도까지 오른 독일의 수도 베를린의 도심은 시민들이 집안에 대부분 머물면서 평소에 비해 한산한 모습이었다.

운터덴 린덴 거리를 따라 베를린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까지 걸으니 땡볕 아래 더운 바람이 계속 불면서 마치 사우나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열기에 얼굴이 달아오른 시민과 관광객들은 물병이나 음료수로 거듭 목을 축이면서 걸음을 재촉했다.

베를린 관광명소 브란덴부르크문 앞 광장은 평소보다 한산한 가운데, 가벼운 옷차림으로 벤치나 땅바닥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휴식하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국립오페라 인근 편의점에서 근무하던 직원 J씨는 "오늘 아침에 나와서 종일 일하고 새벽 2시에 퇴근하는데 너무 힘들다"면서 "차가운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찾는 손님이 계속 길게 줄을 늘어서 한시도 쉴 틈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명소인 베를리너 돔 앞 잔디밭에서는 웃통을 벗은 청년들이 '이열치열'로 축구를 했다.

잔디밭 중간의 분수대에서는 어린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물놀이를 즐겼다.

박물관섬 옆 슈프레 강변에는 강바람을 맞아 피서를 즐기는 인파가 몰렸다.

이날 베를린의 기온은 북부 부흐 관측소 기준 38.3도까지 상승해 이 지역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템펠호프 관측소에서는 37.9도까지 관측됐다.

이날 베를린 외곽 브란덴부르크주의 경우 기온이 39도까지 올라 1893년 기상관측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에서 영국에 이르기까지 서유럽에서 맹위를 떨쳤던 폭염이 동진하면서 중부와 동부유럽을 잇는 독일 일부 지역의 기온이 40도를 넘어서 기상관측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중부 유럽에서 형성된 고기압이 서서히 동진하면서 남서부에서 고온의 아열대성 공기를 독일로 끌고 온 데 따른 것이다.

독일 기상청은 이날 베를린과 그 외곽의 브란덴부르크주에 폭염경보를 내렸다.

보건당국은 약자일수록 강력한 더위에 부담을 체감할 것이라며, 물을 많이 마시고, 햇볕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