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셋에 실린 한미 '로수젯' 효과…고용량 스타틴보다 좋다
고지혈증 치료제인 스타틴을 고용량으로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보다 중간 정도 용량의 스타틴과 나쁜 콜레스테롤 흡수를 방해하는 다른 성분(에제티미브)의 약을 함께 활용해 치료하는 게 도움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에 쓰인 약은 한미약품의 로수젯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복합제가 고지혈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홍명기·김병극·홍성진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와 장양수 차의과대 교수팀은 스타틴 용량을 줄인 복합제를 동맥경화성 심혈관 환자 치료에 쓰는 게 고용량 스타틴을 하나만 쓰는 것보다 효과가 좋고 부작용도 적다고 21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란셋 최신호에 실렸다.

심혈관 환자가 심근경색 등을 막기 위해선 혈액 속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게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많이 쓰이는 약이 스타틴이다. 이 약은 간에서 나쁜 콜레스테롤을 합성하는 것을 방해해 혈액 안에 나쁜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것을 막는다.

하지만 고용량 스타틴을 먹으면 근육통, 간 손상, 당뇨병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약을 계속 먹지 못하기도 한다. 일부 환자는 고용량 스타틴을 먹어도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잘 조절되지 않는다.

국내 고령 환자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약을 자주, 많이 복용한다. 국내 의료진도 이런 문제를 인식해 환자들에게 고용량 스타틴을 계속 처방하는 데 부담을 호소한다. 때문에 국내에선 용량이 적은 스타틴과 다른 약을 하나로 합친 복합제를 처방하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 신약 개발에선 비교적 후발주자인 국내 제약사들이 개량신약 형태로 다양한 복합제를 개발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런 치료법이 환자에게 도움 되는지 등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연구 결과는 없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고용량 스타틴을 투여받은 환자와 복합제인 로수젯을 투여한 환자들의 치료 결과를 비교했다. 로수젯은 나쁜 콜레스테롤 흡수를 방해하는 에제티미브와 중간 용량의 스타틴을 하나로 합친 한미약품의 개량신약이다.

국내 26개 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 3780명을 스타틴 단독제 투여군과 로수젯 투여군 등으로 나눠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로수젯을 복용한 환자들은 3년 동안 72%가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1dL당 70mg 미만으로 유지했다. 고용량 스타틴 투여 환자는 58%였다.

유럽 심장학회에서 기준으로 제시한 수준(55mg/dL 미만)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달성한 비율도 로수젯 투여군이 42%로 높았다. 고용량 스타틴 투여군은 25%였다. 로수젯이 혈액 속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효과가 컸다는 의미다.

부작용 때문에 약을 끊은 환자는 고용량 스타틴 투여 환자 중에 더 많았다. 3년 간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하거나 뇌졸중 등이 생길 위험은 두 군 간 비슷했다.

국내외에서 고지혈증 환자 치료에 복합제를 사용하는 사례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규모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과학적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홍명기 교수는 "효능은 떨어뜨리지 않고 안전성은 높인 새로운 대안의 치료를 제시한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