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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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증권이 지난 2분기 48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4.5% 증가한 수치다. 금리 인상과 증시 거래대금 감소 등 대내외 악재로 증권사들의 ‘어닝쇼크’가 예상되는 가운데 예상 밖의 호실적을 올렸다. 최병철 사장 취임 후 꾸준히 강조해온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현대차증권은 2분기 당기순이익이 3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순이익과 영업이익 모두 2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4.1% 늘어난 3428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차증권 2분기 영업이익 추이 / 자료=현대차증권
현대차증권 2분기 영업이익 추이 / 자료=현대차증권
다른 증권사들이 채권 평가손실, 수수료 수입 감소 등으로 대규모 감익이 예상되는 것과 상반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삼성·NH·키움증권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5~53%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증권이 2분기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거둔 비결로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꼽힌다. 이 증권사는 금리 상승에 대비해 보유 채권 규모를 축소해 채권 평가손실을 최소화했다. 현대차증권의 채권 잔고는 2조6900억원(지난달 말 기준)으로 지난해 말 대비 14.2% 줄었다. 이밖에 보유 채권 만기를 축소하고, 미국과 국내 채권 간 수익률 차이(스프레드)를 활용한 차익거래를 통해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투자은행(IB) 부문의 실적도 돋보였다. 2분기 560억원의 순영업수익을 기록하며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분양시장 침체를 예상하고 물류센터·오피스 등 임대 가능 자산을 중심으로 부동산금융 포트폴리오를 조정한 전략이 적중했다. 현대차증권은 2분기 3170억원 규모의 용인 남사 물류센터 매각 등 굵직한 딜을 성사시키며 큰 수익을 올렸다.

분양목적 상품은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준공 이후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진다. 반면 임대 가능 자산은 개발 후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펀드에 편입하면 엑시트(자금 회수)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현대차증권은 최 사장 취임 이후 실적이 한 단계 ‘레벨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1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156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자본 규모도 크게 늘었다. 최 대표가 취임하기 직전인 2019년 말 기준 9892억원이던 현대차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달 말 1조 2175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이익률(ROE)도 7.7%에서 9.2%(연 환산 추정치)로 높아졌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특정 사업영역에 치중하지 않는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