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대우조선해양 등 주요 노사 대립 현장에 개입해 판을 흔들고 협상을 방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을(乙)’을 위해 일하겠다며 출범한 을지로위가 중재를 빌미 삼아 노조 민원을 처리해주는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금 30% 인상, 상여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시작된 대우조선해양 하도급업체 노동조합의 파업은 지난달 22일 건조 중인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점거하면서 극한 대립까지 번졌다. 하지만 원·하청 노사의 노력과 지역사회 및 정부의 압박으로 양측의 이견은 어느 정도 좁혀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일 타결 가능성이 제기되자 민주당 ‘대우조선해양 대응 TF(태스크포스)’는 당일 국회에서 부랴부랴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 타결과 동시에 조선업의 하청 구조 및 불합리한 인력 구조를 개선하는 ‘조선업 구조혁신 특별위원회’를 여야 합의로 국회에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또 TF 단장인 우원식 의원과 TF 소속 강민정 의원을 경남 거제 현지에 긴급 파견했다.

정작 협상을 돕고 있는 정부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세부 사항을 조율하는 교섭 막바지 단계에서 정치권이 들이닥치면 변수만 늘어난다”며 달갑지 않아 했다.

여당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 의원들의 거제 방문 소식이 전해지자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가 5년 동안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합병 추진 외에 무엇을 했느냐”며 “가장 큰 책임자로서 자숙하든가 하청 노동자에게 반성문을 제출한 뒤 내려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민주당이 ‘제2의 용산 사태’를 언급하면서 정부를 압박한 것에 대해서도 “긴장만 부추길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사 간 교섭이 간신히 진전을 보이는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의 방문이 자칫 판을 깰 수 있다는 우려로 보인다.

을지로위의 노사 문제 개입 행보는 반복되고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지난 2월 벌어진 택배노조의 CJ대한통운 본관 기습 점거 사건과 6월 화물연대 총파업에서도 을지로위는 노조 쪽에는 쓴소리 한마디 못 하면서 기업에만 양보하라고 압박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부는 노사 문제의 경우 노사 자율에 맡긴다는 원칙이지만 민주당은 적극적 개입이 우선 원칙 같다”며 “정부를 무시하고 자기과시만 하면 잘돼가던 교섭도 혼선을 빚는다”고 했다. “아직 여당 모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도 덧붙였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노동 분쟁 현장의 중재자를 자처하면서 정작 국회 원 구성 과정에서 환경노동위원회에는 1순위 지명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고 꼬집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