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1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을 통해 예상한 세수 감소 규모는 내년부터 2026년까지 4년에 걸쳐 총 13조1000억원에 달한다. 법인세율 인하,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 등 대규모 감세에 따른 것으로 연간 국세 수입의 3% 수준이다. 정부는 “통상적인 국세 증가 규모인 5% 내에 해당해 세입 기반을 훼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세수 감소에 맞춘 지출 구조조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수 13조 줄지만…"감세가 성장 촉진해 재정 나아질 것"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세제개편안은 근본적인 세입 기반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민간 투자와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과 고물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중산층을 위해 재원이 쓰이도록 마련했다”며 “장기적으로 성장과 세수 확충의 선순환을 통해 재정건전성 달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번 세제 개편에 따른 세수 감소가 2023년 6조4000억원, 2024년 7조3000억원으로 초기 2년에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세 부담 완화에 따른 세입 기반이 확대되고, 도입이 2년 유예된 금융투자소득세가 걷히기 시작하는 2025년엔 소득세와 법인세 수입이 각각 전년 대비 8000억원, 3000억원 늘어 증권거래세 감소분(1조1000억원)을 상쇄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6년부턴 총세수가 5000억원 증가하며 상승 반전할 것이란 분석이다.

세목별로 보면 세수 감소는 4년간 법인세 6조8000억원, 소득세 2조5000억원으로 추산됐다. 두 세금이 전체 세수 감소의 71%를 차지한다. 세 부담 감소는 기업(6조5000억원)이 개인(3조4000억원)에 비해 컸다. 개인 중에선 전체 임금소득자 평균 소득의 200% 이하인 서민 중산층(2조2000억원)이 고소득층(1조2000억원)보다 더 큰 감세 혜택을 보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교한 지출 구조조정 없인 재정건전성 확보는 요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 속에 2017년 400조원이던 본예산은 올해 607조원으로 불어났다. 5년간 편성한 추가경정예산 규모만 150조원에 달한다. 현 정부 역시 출범하자마자 코로나19에 따른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이유로 62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면서 올해 정부 예산 규모는 676조원으로 늘었다. 그 결과 2017년 660조원이던 국가채무는 올해 1069조원으로 불어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같은 기간 36%에서 50%로 높아졌다.

정부는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어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3% 이내에서 관리하고, 국가채무 비율은 50% 중반을 넘기지 않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재정운용 방향을 발표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점차 우려가 높아지는 경기 침체로 인해 세수 감소폭이 예상보다 클 수 있기 때문에 경기를 급격히 위축시키지 않는 선에서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