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50bp 인상에도 유로화 오르지 못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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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높은 50bp(1bp=0.01%포인트) 인상했지만, 유로화가 별달리 강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높은 금리 인상으로 경기 둔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침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ECB는 21일(현지 시각) 통화 정책회의를 갖고 기준금리를 0%에서 0.5%로 50bp 올렸다. 지난 2011년 7월 이후 11년 만에 처음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빅 스텝'을 밟은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16년 3월 이후 이어져 온 제로 금리 시대는 막을 내렸다. 한계 대출금리는 0.75%, 예금금리는 0%가 됐다.
ECB는 통화정책 성명에서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새로운 평가, 통화정책의 효과적 전달을 위한 분열 방지기구(TPI) 강화에 근거해 지난 회의 때 예고했던 것보다 통화정책 정상화를 위해 더 큰 첫걸음을 내딛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유로존의 6월 소비자물가(CPI)는 1년 전보다 8.6% 상승해 1997년 통계 집계 이후 최고 기록을 세웠다.
ECB는 "다음 회의들에서도 추가 금리 정상화는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선제적으로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나면서 앞으로는 회의 때마다 금리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됐다"라며 "정책금리 경로는 데이터에 의존할 것이며, 중기 물가 목표치인 2%를 달성하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정책을 집행하던 방식에서 데이터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는 식으로 바꾸겠다는 뜻이다. 이는 미 중앙은행(Fed)이 채택한 것으로 좀 더 비둘기파적인 접근법으로 풀이된다. ECB는 또 통화정책의 효과적 전달을 위해 TPI 도입을 승인했다. ECB의 긴축으로 이탈리아 스페인 등 부채비율이 높은 주변국의 국채 금리가 치솟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ECB는 TPI에 대해 △유로존 전반에 통화정책 전달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부당하고 무질서한 시장 역학에 대응하기 위해 활성화될 수 있다 △채권 매입 규모는 정책 전달에 직면한 위험의 심각성에 따라 다르다 △ 매입 규모는 사전에 제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매입을 시작하는 구체적인 조건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ECB는 기존 자산매입프로그램(APP)을 통해 사들인 채권이 만기를 맞으면 원금은 재투자하기로 했으며, 팬데믹 때 만든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을 통해서도 2024년 말까지 만기 채권의 원금 재투자를 지속하기로 했다.
유로/달러 환율(EURUSD)은 ECB의 결정이 나온 뒤 1유로당 1.018달러 수준에서 1.0278달러 수준까지 뛰면서 강세를 보였지만 금세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높은 금리로 인해 유로존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ECB의 금리 인상이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 탓이다. ING는 "ECB가 마침내 현실(높은 물가)을 따라잡기 위해, 또 시장 예측보다 더 인플레이션 파이터라는 인식을 심기 위해 금리를 50bp 올리고 포워드 가이던스를 완화했다"라고 분석했다. 또 "TPI는 주변국 금리 분열을 안정화하려는 시도이며 작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NG는 "ECB가 겨울이 시작되기 전 총 50bp 추가 인상을 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 이후로는 인상을 기대하지 않는다"라며 "현재 ECB의 정책 정상화는 긴 금리 인상 주기 대신 짧은 여정처럼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높은 에너지와 원자재 물가, 공급망 혼란과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로존을 올해 말까지 유로존을 침체에 몰아넣을 것 같으며 "ECB가 계속 금리를 올리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런 움직임은 금세 끝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씨티는 "ECB가 50bp를 올렸어도 지금의 경기 침체 위험을 감안하면 그건 선제적 인상일 뿐 큰 폭의 장기 금리 인상 주기가 시작된 것은 아닐 가능성이 큰 것 같다"라면서 "유로화가 지속해서 평가절상될 수 있는 기준은 매우 높고 우리는 유로화에 대해 공매도하라는 입장을 유지한다"라고 밝혔다.
프린시펄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시마 샤 수석 전략가는 "ECB는 강력한 경제 성장을 배경으로 긴축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통제할 수 없는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 쇼크와 어려운 부채 위기로 번질 수 있는 이탈리아 정치 위기에 직면해 금리 인상을 하면서 급격히 둔화되는 경제로 들어서고 있다”라고 밝혔다. 샤 전략가는 "ECB보다 더 나쁜 위치에 있는 선진국 중앙은행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ECB는 21일(현지 시각) 통화 정책회의를 갖고 기준금리를 0%에서 0.5%로 50bp 올렸다. 지난 2011년 7월 이후 11년 만에 처음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빅 스텝'을 밟은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16년 3월 이후 이어져 온 제로 금리 시대는 막을 내렸다. 한계 대출금리는 0.75%, 예금금리는 0%가 됐다.
ECB는 통화정책 성명에서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새로운 평가, 통화정책의 효과적 전달을 위한 분열 방지기구(TPI) 강화에 근거해 지난 회의 때 예고했던 것보다 통화정책 정상화를 위해 더 큰 첫걸음을 내딛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유로존의 6월 소비자물가(CPI)는 1년 전보다 8.6% 상승해 1997년 통계 집계 이후 최고 기록을 세웠다.
ECB는 "다음 회의들에서도 추가 금리 정상화는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선제적으로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나면서 앞으로는 회의 때마다 금리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됐다"라며 "정책금리 경로는 데이터에 의존할 것이며, 중기 물가 목표치인 2%를 달성하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정책을 집행하던 방식에서 데이터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는 식으로 바꾸겠다는 뜻이다. 이는 미 중앙은행(Fed)이 채택한 것으로 좀 더 비둘기파적인 접근법으로 풀이된다. ECB는 또 통화정책의 효과적 전달을 위해 TPI 도입을 승인했다. ECB의 긴축으로 이탈리아 스페인 등 부채비율이 높은 주변국의 국채 금리가 치솟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ECB는 TPI에 대해 △유로존 전반에 통화정책 전달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부당하고 무질서한 시장 역학에 대응하기 위해 활성화될 수 있다 △채권 매입 규모는 정책 전달에 직면한 위험의 심각성에 따라 다르다 △ 매입 규모는 사전에 제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매입을 시작하는 구체적인 조건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ECB는 기존 자산매입프로그램(APP)을 통해 사들인 채권이 만기를 맞으면 원금은 재투자하기로 했으며, 팬데믹 때 만든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을 통해서도 2024년 말까지 만기 채권의 원금 재투자를 지속하기로 했다.
유로/달러 환율(EURUSD)은 ECB의 결정이 나온 뒤 1유로당 1.018달러 수준에서 1.0278달러 수준까지 뛰면서 강세를 보였지만 금세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높은 금리로 인해 유로존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ECB의 금리 인상이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 탓이다. ING는 "ECB가 마침내 현실(높은 물가)을 따라잡기 위해, 또 시장 예측보다 더 인플레이션 파이터라는 인식을 심기 위해 금리를 50bp 올리고 포워드 가이던스를 완화했다"라고 분석했다. 또 "TPI는 주변국 금리 분열을 안정화하려는 시도이며 작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NG는 "ECB가 겨울이 시작되기 전 총 50bp 추가 인상을 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 이후로는 인상을 기대하지 않는다"라며 "현재 ECB의 정책 정상화는 긴 금리 인상 주기 대신 짧은 여정처럼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높은 에너지와 원자재 물가, 공급망 혼란과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로존을 올해 말까지 유로존을 침체에 몰아넣을 것 같으며 "ECB가 계속 금리를 올리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런 움직임은 금세 끝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씨티는 "ECB가 50bp를 올렸어도 지금의 경기 침체 위험을 감안하면 그건 선제적 인상일 뿐 큰 폭의 장기 금리 인상 주기가 시작된 것은 아닐 가능성이 큰 것 같다"라면서 "유로화가 지속해서 평가절상될 수 있는 기준은 매우 높고 우리는 유로화에 대해 공매도하라는 입장을 유지한다"라고 밝혔다.
프린시펄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시마 샤 수석 전략가는 "ECB는 강력한 경제 성장을 배경으로 긴축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통제할 수 없는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 쇼크와 어려운 부채 위기로 번질 수 있는 이탈리아 정치 위기에 직면해 금리 인상을 하면서 급격히 둔화되는 경제로 들어서고 있다”라고 밝혔다. 샤 전략가는 "ECB보다 더 나쁜 위치에 있는 선진국 중앙은행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뉴욕=김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