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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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분기부터 하락세로 전환한 구리와 철광석 등 철강·비철금속 가격이 이달 들어서도 일제히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하반기 경기침체(recession)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날개 없는 추락' 철강·비철금속價…7000달러 붕괴 앞둔 '닥터 쿠퍼'
22일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구리 현물 가격은 21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t당 7232달러에 거래됐다. 2020년 11월 이후 20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 3월 말 대비 4개월 만에 30% 가까이 급락했다. 지난 15일엔 t당 7000달러까지 떨어지면서 조만간 7000달러선이 붕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송전, 건축·설비 등에 두루 쓰이는 구리는 경기선행지표 역할을 톡톡히 해 ‘닥터 쿠퍼’로 불린다. 구리와 함께 대표 비철금속인 아연과 알루미늄도 최근 석 달 새 각각 30% 이상 급락했다. 철광석 가격도 지난 20일 t당 105달러로, 올 3월 말(155달러) 대비 4개월 만에 32.3% 하락했다. 철강·비철금속 가격이 일제히 하락하는 건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이다.

철강·비철금속 업계는 인플레이션과 세계 각국의 긴축재정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수요가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올해 경기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가격 하락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부터 건설과 자동차, 가전 등 전방수요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 원자재값이 내려가면 기업들은 당장은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 문제는 산업 생산의 기반이 되는 철강·비철금속 원자재값 급락이 경기 침체의 신호탄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수요자들이 경기 침체를 예상하고 생산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전방산업 수요 위축으로 포스코와 현대제철, 고려아연, 풍산 등 국내 후방산업 대표주자들의 실적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후방산업 기업들은 비용 상승분을 제품가에 반영할 수 있어 원자재 가격이 오를수록 이익을 낼 수 있다. 철강·비철금속 업체들이 지난해 ‘원자재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역대 최고 실적을 낸 것도 이 때문이다. 급등한 철강·비철금속 가격 인상분을 제품가격에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공개한 수출산업경기전망조사(EBSI)에 따르면 올 3분기 철강·비철금속 제품 지수는 74.2로 수출 경기가 크게 나빠질 것으로 예상됐다. 지수가 100을 밑돌면 향후 수출 여건이 지금보다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뜻이다. 올 1분기(91.8) 대비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주요 업종 중 하락폭이 가장 컸다.

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