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 아파트 2개동 경매 넘어가…집주인 잠적
"입주 4개월만에 경매 통보"…아파트 세입자들 '한숨'
"전세금 수천만원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에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인천시 미추홀구 오피스텔형 아파트에 사는 정모(36)씨는 22일 "입주 4개월 만에 건물주의 채무로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갔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정씨는 올해 1월 서울에서 인천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급히 9천만원을 주고 전셋집을 구해 지난 3월께 입주했다.

계약 당시 1억4천만원 상당의 근저당권이 잡혀 있었으나, 7년간 사고가 없던 안전한 매물이라는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에 안심한 게 화근이었다.

그는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는 매물 시세와 비교해 보증금이 적으니 안전하다고 강조했다"며 "손해를 보면 책임을 지겠다는 얘기도 했다"고 했다.

정씨가 사는 아파트는 모두 2개 동 112세대 규모로, 현재 건물 전체가 법원 경매에 넘어간 상태다.

이 아파트에 입주한 대부분 세대가 임차인으로 구성돼 있어 피해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임차인은 선순위 근저당 설정으로 4천300만원 상당의 최우선 변제금만 보장받고 나머지 전세금을 떼일 처지에 놓였다.

정씨는 "이대로 경매가 진행되면 세입자들은 4천만∼5천만원 이상의 손해가 예정돼 있다"며 "임대인은 전화를 받지 않고 부동산 중개업소 측은 임대인이 채무 변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 세입자는 계약 전 가구에 근저당권이 설정된 것을 걱정했으나, 전세난이 심각해 입주를 선택했다고 한다.

한 세입자는 "매물이 없다 보니 이곳저곳 헤매다가 어쩔 수 없이 들어온 사람도 많다"고 했다.

건물주와 공인중개사들이 계획적으로 이들 세입자의 보증금을 노렸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4∼5곳의 공인중개소가 해당 아파트 전세 매물을 적극적으로 소개한 뒤 경매에 넘어간 직후 영업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정씨를 포함한 세입자 88명은 현재 온라인 단체 대화방을 개설해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정씨는 "여러 정황상 조직적인 전세 사기가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피해 상황을 공유하고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