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 사진=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 사진=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초유의 당대표 중징계 사태를 겪은 뒤 예상을 깨고 전국을 돌며 '장외전'을 펼치고 있다. 이 대표는 당 중앙윤리위원회 재심 청구 및 법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하지 않고 조용히 '여론전'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 측근들 사이에서는 그가 무혐의를 대비해 차기 전당대회를 위한 지지 기반을 닦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윤리위 징계 이후 전국에 포진한 지지자들과 만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광주 청년들과의 만남을 비롯해 제주, 목포, 순천, 진주, 창원, 부산, 춘천 등을 찾았다. 지난 14일에는 각 지역의 당원들과 소통하겠다며 온라인 만남 신청서를 게시하기도 했는데, 이에 약 9000명에 가까운 지지자들이 이 대표를 만나겠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 당일만 하더라도 이 대표는 "수사 절차 시작 전에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를 준다는 것은 윤리위 형평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사실상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후 윤리위 재심 청구나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어떤 액션도 취하지 않았다. 정면충돌을 감행할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조용한 행보'로 방향을 재설정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9일 강원도 춘천을 방문해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 사진=이 대표 페이스북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9일 강원도 춘천을 방문해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 사진=이 대표 페이스북
이런 장외 여론전 전략이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16~18일 이틀간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를 진행해 지난 20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이 대표는 25.2%의 지지율을 얻어 여당 주자 중 1위를 기록했다. 18.3%를 얻어 2위를 기록한 안철수 의원과도 오차범위(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밖 차이를 보였다.

연령, 성별, 지역을 막론하고 이 대표는 우위를 점했다. 특히 이 대표가 각별히 공을 들여온 광주·전라 지역에서 그는 29.1%로 안 의원(9%)을 압도했다.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도 29.1%로 15.0%의 안 의원을 두 배 가까이 앞섰다. 이 대표는 모든 연령층에서도 안 의원을 앞섰다.

이처럼 이 대표는 여전히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향후 발표될 경찰의 수사 결과는 여전히 가장 큰 리스크다. 수사 결과 문제가 발견돼 기소된다면 이 대표는 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 이와 동시에 집권당 전체에 엄청난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한 빌딩 옥상 전광판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응원하는 광고 영상이 송출되고 있다. / 사진=뉴스1
22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한 빌딩 옥상 전광판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응원하는 광고 영상이 송출되고 있다. / 사진=뉴스1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이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여러 가지 전략이 있겠지만, 아직 고민 중인 것 같다. 사실 지금 이 대표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면서도 "경찰 수사 결과 기소가 된다면 대표직에서 사퇴하는 수밖에 없겠지만, 결과에 문제가 없을 때를 대비해 차기 전당대회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도와줄 수 있으니 지금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는 보통 현안에 대해 본인이 스스로 찬반 의견을 밝히는 성격인데, 윤리위 징계를 수용할지 안 할지도 아직 언급하지 않았다"며 "당원들을 만나면서 그동안 본인을 향해 제기돼 왔던 비판이나 장단점 평가 등을 듣기도 하고, 당대표 하면서 당원들을 많이 못 만난 만큼, 세 확장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사에서 언급한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