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런으로 산 '샤넬백', 300만원이나 뚝 떨어졌다" 한숨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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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원의 명품의세계] 7회
천정부지로 치솟던 명품 리셀가
'웃돈' 사라지고 정가 이하로 '뚝'
롤렉스 시계 3억원→1억원
천정부지로 치솟던 명품 리셀가
'웃돈' 사라지고 정가 이하로 '뚝'
롤렉스 시계 3억원→1억원
“명품 리셀 시장을 경험해보니 마치 주식시장을 보는 것 같아요.”
지난달 초 샤넬 오픈런을 해 운 좋게 매장에서 인기 가방 ‘클래식백’ 미디움 사이즈를 ‘득템’한 김모 씨. 천정부지로 치솟는 리셀가를 보며 아침에 몇 시간 줄을 서는 수고로 수백만원을 벌었다는 생각에 흐뭇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가방을 되팔기 위해 리셀 플랫폼을 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당시 1400만원까지 올랐던 리셀 가격이 최근 1100만원대로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정상가는 1180만원. 시쳇말로 본전도 건지기 어렵게 된 것입니다.
김 씨는 “당시 리셀 시장에 팔기 위해 신발과 가방, 지갑 등 몇가지 품목을 구매했는데 되레 최소 100만원 넘게 손해를 보게 생겼다”며 “가방 가격이 마치 주식 가격처럼 오르락내리락할 줄을 몰랐다”고 했습니다. 최근 리셀 시장에서 샤넬·롤렉스를 비롯한 명품 중고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조치로 국내에서 어렵게 명품을 살 바에야 해외여행을 택하는 이들이 늘어난 데다 리셀러들이 내놓는 물량까지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물가 상승에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진 이들이 늘면서 명품 구매 수요도 줄었습니다.
명품 중고 거래 플랫폼 크림에서 최근 거래된 샤넬의 ‘클래식 미디움 플랩백 그레인드 카프스킨&실버 메탈 블랙’ 가격은 1150만원대. 지난 1월 1400만원에 거래되던 상품인데 6개월 사이 250만원가량 떨어진 것입니다. 이달 초 인상설이 돌면서 리셀값은 1200만원대로 잠시 반등하긴 했지만, 가격 인상조치가 이뤄지지 않자 이내 값은 뚝 떨어졌습니다.
“실물 구경조차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물량이 부족했던 롤렉스 리셀 가격도 최근 내림세입니다. 롤렉스 시계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으로 알려진 ‘서브마리너 데이트 스틸 블랙’의 크림 리셀 가격은 1745만원입니다. 지난 2월 판매가 2090만원에서 19.7% 떨어졌습니다. 한창 리셀 가격이 정점일 땐 정가 1100여만원에 80%가량의 웃돈까지 붙어 팔렸지만 이젠 리셀 가격이 정가와 비슷해졌습니다. 고가 제품들 낙폭은 더욱 두드러지는 추세입니다. 1억원대 시계인 롤렉스의 ‘데이토나’ 모델은 올 초 최대 3억원까지 리셀가가 치솟았지만, 최근엔 1억원대 후반 수준에 팔리고 있습니다. 올해 초 리셀시장에서 제품을 구매했다면 최소 1억원 이상을 허공에 날린 셈입니다. 어지간한 월급쟁이라면 몇 년 간 모아야 할 큰 돈이 몇 개월 새 사라진 겁니다.
리셀 시장은 그간 명품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린 장본인으로 꼽혀왔습니다. 물건을 구입해 쓰다가 시장에 내놓으면 가격이 내려가기는커녕 웃돈까지 붙여 팔 수 있게 되자 리셀 업자들이 명품 매장으로 몰려들었습니다. 명품 업체들이 한 달이 멀다 하고 제품 가격을 올렸지만 새벽부터 매장 입구에 진을 치고 줄을 서는 오픈런 현상까지 빚어지며 명품 수요는 줄지 않았습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27억2670만달러(약 16조1692억원) 규모였던 국내 명품 시장은 작년 141억6500만달러(약 17조9966억원)로 10% 넘게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분위기가 급변했습니다. 일단 오픈런 행렬이 줄었습니다. 몇 달 전만 해도 매장에 수백명씩 몰려 새벽 일찍 줄을 서야 겨우 입장할 수 있을까 했던 분위기가 사라졌습니다. 매장 앞에서 길게 대기하던 풍경도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최근엔 서서히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미 리셀시장에서 일부 명품들은 소비자가를 밑도는 가격에 나와도 잘 팔리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명품에 쏠렸던 코로나 이후 보복 소비가 여행 등으로 분산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나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 감소 탓에 명품 시장 성장 자체가 둔화하기 시작한 징후라는 풀이도 있습니다. 주식시장으로 치면 대부분 악재만 남은 양상입니다.
당분간 엔데믹에 전 세계적 자산가격 급락 여파까지 더해져 지난해 수준의 열기가 계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데엔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리셀업자들은 비상이 걸린 모양새입니다. 리셀업자 성모 씨(39)는 “리셀가 상승을 노리고 미리 구매한 명품 재고가 소진되지 않고 있다”며 “소비자를 찾는다 해도 적게는 몇십만원에서 몇백만원씩 손해를 보게 생겼으니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사용한 카드값을 어떻게 메워야 하나 싶다. 많은 리셀업자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푸념했습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지난달 초 샤넬 오픈런을 해 운 좋게 매장에서 인기 가방 ‘클래식백’ 미디움 사이즈를 ‘득템’한 김모 씨. 천정부지로 치솟는 리셀가를 보며 아침에 몇 시간 줄을 서는 수고로 수백만원을 벌었다는 생각에 흐뭇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가방을 되팔기 위해 리셀 플랫폼을 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당시 1400만원까지 올랐던 리셀 가격이 최근 1100만원대로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정상가는 1180만원. 시쳇말로 본전도 건지기 어렵게 된 것입니다.
김 씨는 “당시 리셀 시장에 팔기 위해 신발과 가방, 지갑 등 몇가지 품목을 구매했는데 되레 최소 100만원 넘게 손해를 보게 생겼다”며 “가방 가격이 마치 주식 가격처럼 오르락내리락할 줄을 몰랐다”고 했습니다. 최근 리셀 시장에서 샤넬·롤렉스를 비롯한 명품 중고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조치로 국내에서 어렵게 명품을 살 바에야 해외여행을 택하는 이들이 늘어난 데다 리셀러들이 내놓는 물량까지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물가 상승에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진 이들이 늘면서 명품 구매 수요도 줄었습니다.
명품 중고 거래 플랫폼 크림에서 최근 거래된 샤넬의 ‘클래식 미디움 플랩백 그레인드 카프스킨&실버 메탈 블랙’ 가격은 1150만원대. 지난 1월 1400만원에 거래되던 상품인데 6개월 사이 250만원가량 떨어진 것입니다. 이달 초 인상설이 돌면서 리셀값은 1200만원대로 잠시 반등하긴 했지만, 가격 인상조치가 이뤄지지 않자 이내 값은 뚝 떨어졌습니다.
“실물 구경조차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물량이 부족했던 롤렉스 리셀 가격도 최근 내림세입니다. 롤렉스 시계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으로 알려진 ‘서브마리너 데이트 스틸 블랙’의 크림 리셀 가격은 1745만원입니다. 지난 2월 판매가 2090만원에서 19.7% 떨어졌습니다. 한창 리셀 가격이 정점일 땐 정가 1100여만원에 80%가량의 웃돈까지 붙어 팔렸지만 이젠 리셀 가격이 정가와 비슷해졌습니다. 고가 제품들 낙폭은 더욱 두드러지는 추세입니다. 1억원대 시계인 롤렉스의 ‘데이토나’ 모델은 올 초 최대 3억원까지 리셀가가 치솟았지만, 최근엔 1억원대 후반 수준에 팔리고 있습니다. 올해 초 리셀시장에서 제품을 구매했다면 최소 1억원 이상을 허공에 날린 셈입니다. 어지간한 월급쟁이라면 몇 년 간 모아야 할 큰 돈이 몇 개월 새 사라진 겁니다.
리셀 시장은 그간 명품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린 장본인으로 꼽혀왔습니다. 물건을 구입해 쓰다가 시장에 내놓으면 가격이 내려가기는커녕 웃돈까지 붙여 팔 수 있게 되자 리셀 업자들이 명품 매장으로 몰려들었습니다. 명품 업체들이 한 달이 멀다 하고 제품 가격을 올렸지만 새벽부터 매장 입구에 진을 치고 줄을 서는 오픈런 현상까지 빚어지며 명품 수요는 줄지 않았습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27억2670만달러(약 16조1692억원) 규모였던 국내 명품 시장은 작년 141억6500만달러(약 17조9966억원)로 10% 넘게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분위기가 급변했습니다. 일단 오픈런 행렬이 줄었습니다. 몇 달 전만 해도 매장에 수백명씩 몰려 새벽 일찍 줄을 서야 겨우 입장할 수 있을까 했던 분위기가 사라졌습니다. 매장 앞에서 길게 대기하던 풍경도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최근엔 서서히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미 리셀시장에서 일부 명품들은 소비자가를 밑도는 가격에 나와도 잘 팔리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명품에 쏠렸던 코로나 이후 보복 소비가 여행 등으로 분산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나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 감소 탓에 명품 시장 성장 자체가 둔화하기 시작한 징후라는 풀이도 있습니다. 주식시장으로 치면 대부분 악재만 남은 양상입니다.
당분간 엔데믹에 전 세계적 자산가격 급락 여파까지 더해져 지난해 수준의 열기가 계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데엔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리셀업자들은 비상이 걸린 모양새입니다. 리셀업자 성모 씨(39)는 “리셀가 상승을 노리고 미리 구매한 명품 재고가 소진되지 않고 있다”며 “소비자를 찾는다 해도 적게는 몇십만원에서 몇백만원씩 손해를 보게 생겼으니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사용한 카드값을 어떻게 메워야 하나 싶다. 많은 리셀업자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푸념했습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