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형제 도왔다가 '돈쭐' 난 치킨집 사장의 근황
배고픈 형제에게 공짜 치킨을 제공해 이른바 ‘돈쭐(돈과 혼쭐을 합친 신조어)’이 났던 치킨집 점주가 서울시 명예시장이 됐다.

서울시는 22일 청년과 장애인, 소상공인 등 분야에서 제5기 서울시 명예시장을 선발했다고 밝혔다.

소상공인 분야 명예시장에 선정된 박재휘 철인7호 홍대점 대표는 지난해 치킨이 먹고 싶어 자신의 가게 앞까지 왔지만 수중에 5000원밖에 없던 형제에게 무료로 치킨을 제공한 인물이다.

해당 사연이 알려진 것은 고등학생 A군이 '철인 7호' 본사로 손편지를 보내면서다.

철인 7호 측이 공개한 편지에 따르면 사는 형편이 빠듯했던 A 군은 지난해 치킨을 먹고 싶어 하는 동생을 위해 5000원 한 장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그러나 5000원으로 치킨을 먹을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때마침 손님이 없어 가게 앞에 나와 있던 박 씨는 "치킨 치킨"이라고 소리를 지르는 동생을 달래는 형을 목격했다. 이들 형제가 어떤 상황인지 짐작한 박 대표는 가게로 어서 들어오라고 했다.

A 군은 박 대표에게 "5000원밖에 없어요. 5000원어치만 먹을 수 있을까요?"라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

박 대표는 이들 형제에게 치킨을 실컷 먹여준 뒤 "또 배고프면 언제든지 찾아와라. 닭은 원하는 만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A 군의 동생은 형 몰래 박 대표가 운영하는 치킨집을 몇 번 더 방문했고 박 대표는 그때마다 치킨을 공짜로 튀겨줬다. 한번은 덥수룩해진 동생의 머리를 보고 이발을 시켜주기도 했다고. 그러나 A 군의 동생 역시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였는지 어느 날부터 발길을 끊었다고 전해진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치킨을 주문한 뒤 치킨을 받지 않은 이들의 인증샷이 이어지는 이른바 ‘돈쭐’ 릴레이가 펼쳐졌다.

당시 밀려드는 주문에 잠시 가게 문을 닫아야 했던 박 대표는 이후 형제를 다시 만나지 못했지만 주위 취약 계층을 위한 기부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제5기 서울특별시 명예시장 위촉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제5기 서울특별시 명예시장 위촉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시청 본관에서 열린 위촉식에서 "소상공인 및 예비 창업자의 창업 지원 등 소상공인의 목소리가 서울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외에 유용재 서울대 산업공학과 석사박사 통합과정 재학생(청년), 박마루 복지TV 사장(장애인), 안유리나 1코노미뉴스 편집국장(1인가구),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교육), 배인호 트래볼루션 대표(관광), 최영일 전 서울시 민간투자사업 평가위원(도시안전), 김병준 한테크 대표(스마트시티), 구자훈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도시계획) 등이 명예시장으로 선발됐다.

서울시 명예시장은 시민의 생생한 의견을 시정에 반영하기 위해 2016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는 제도다. 이번 제5기 명예시장은 민선 8기 서울시정 철학인 약자와의 동행, 도시경쟁력 회복을 위해 시정 주요 분야별 영향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됐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