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누가 '정상'이고, 또 누가 '비정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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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리처드 그린커 지음
정해영 옮김 / 메멘토
600쪽│3만3000원
정상-비정상 기준은 사회마다 달라
누군가 배제 위한 '정상' 개념은 허구
"세상에 완벽한 '정상인'이란 없어
낙인찍는 사회 분위기부터 바꿔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https://img.hankyung.com/photo/202207/AA.30714049.1.jpg)
《정상은 없다》는 문화가 어떻게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고 사회가 정의한 정상에서 벗어난 이들을 배제해 왔는지 탐구하는 책이다.
![[책마을] 누가 '정상'이고, 또 누가 '비정상'인가?](https://img.hankyung.com/photo/202207/AA.30708465.1.jpg)
그린커는 ‘정신의학자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다. 증조부는 19세기 후반에 신경학자이자 정신과 의사로 활동했고 조부는 시카고대에 정신의학과를 설립한 인물이다. 아버지도 정신과 의사다. 그러나 그는 정신과 의사가 되지 않았다. 정신 질환을 치료하는 데 가장 큰 장벽은 병원 밖 사회에 있다고 봐서다.
해마다 미국 성인 중 20% 정도에 해당하는 6000만 명 이상이 정신 질환을 겪는다. 하지만 치료에 접근하는 건 소수다.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큰 원인은 ‘낙인’이다. 정신 질환자는 모두 위험하고 열등한 존재라고 낙인찍는 사회적 분위기가 환자들을 움츠리게 만든다. 오죽하면 국립정신건강연구소장을 지낸 스티븐 하이먼은 정신 질환자에 대한 낙인을 “국제적인 공중보건 위기”라고 했을까. “정신 질환을 숨길 수 없을 때는 주위의 숙덕거림을 통해 낙인을 경험하거나 따돌림과 괴롭힘, 공격 그리고 일자리나 주거지를 비롯한 많은 기회의 박탈을 통해 낙인의 위력을 느낀다.”
![[책마을] 누가 '정상'이고, 또 누가 '비정상'인가?](https://img.hankyung.com/photo/202207/AA.30708655.1.jpg)
이렇게 반문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신 질환이라는 개념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것이냐고. 책은 정신 질환을 명명하고 치료하는 것과 낙인은 다르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전쟁에서 돌아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는 군인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는 것과 ‘나약하다’는 낙인을 찍는 건 다른 문제다. 정확한 진단이 오히려 낙인을 지우는 경우도 있다. 스스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라고 의심하던 한 학생은 ‘너는 ADHD가 아니고,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아버지 때문에 병원에 가지 못한다. 성인이 된 후에야 치료를 시작했다. 그는 “ADHD로 진단받은 날이 신입생 시절 중 최고의 날”이었다며 그 이유를 “사람들이 내가 멍청하거나 게으르지 않고, 더 나은 성과를 위해 치료가 필요할 뿐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 말한다.
책은 사회가 정신 질환자에게 낙인을 찍게 된 역사를 ‘자본주의’ ‘전쟁’ 등의 키워드로 분석한다. 600쪽에 달하는 분량이 만만치는 않지만 《한중록》에 기록된 조선 사도세자의 ‘화증(화병)’까지 언급하는 성실한 조사와 풍부한 사례 덕에 수월하게 읽을 수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열광하면서 장애인의 권리에는 무심한 사회. 이 간극이 이상하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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