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급 작가인 그도 올해처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적은 없었다. 독일 베를린의 주독일 한국문화원 전시와 카자흐스탄 국립미술관 전시, 미국 하버드대·다트머스대 미술관, 이탈리아 로마의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 등 해외 전시가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전시는 지난 1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LA카운티 미술관(LACMA) 레스닉 파빌리온에서 개막한 ‘박대성: 고결한 먹과 현대적 붓’이다.
LACMA는 미국 서부에서 가장 규모가 큰 미술관이다. 박 화백은 이곳에 자신의 ‘금강산’(2004년), ‘불국사 설경’(1996년) 등 대형 작품 6점과 함께 소품 2점을 걸었다. 가장 한국적인 그림이 세계 미술의 중심지 중 한 곳에 당당히 걸린 것이다.
‘경주 남산’(2017년)은 박 화백이 신라인의 기상이 깃든 산과 숲의 풍경을 담아낸 작품이다. 박 화백은 2000년 경주 남산 자락에 정착한 뒤 신라의 역사와 인근 풍경을 소재로 한 그림을 발표해왔다. 가장 한국적인 소재들을 현대적이고 세련되게 담아낸 솜씨가 일품이다. 담대함과 섬세함을 겸비한 붓질, 농묵·담묵의 조화, 역동적인 구성 등도 탁월하다는 평가다. 전시는 12월 11일까지 열린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