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 각국에서 감염 사태가 잇따르고 있는 원숭이두창에 대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선언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WHO는 전날 원숭이두창에 대한 PHEIC 선언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국제 보건 긴급위원회를 소집해 비공개회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PHEIC가 선언되면 WHO가 질병 억제를 위한 연구와 자금 지원, 국제적 보건 조치 등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된다.

WHO는 지난달에도 원숭이두창에 대한 PHEIC 선언 여부를 검토했으나 확산 수준이나 치명률 등에 비춰 아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후 전 세계 원숭이두창 감염자가 1만4000명을 넘어서면서 두 번째 판단을 받게 됐다.

아프리카 풍토병이던 원숭이 두창은 지난 5월부터 다른 나라에서 감염 사례가 확인되기 시작했고, 이후 급격한 확산세를 보였다. 지난 20일 WHO가 공개한 전 세계 감염 사례 건수는 1만4000건을 넘어섰다.

특히 유럽지역에서 가파르게 확산하면서 WHO 유럽사무소는 이달 초 "원숭이두창 감염 건수가 2주 만에 3배로 급증했다"며 긴급 조처를 촉구하기도 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전날 국제 보건 긴급위원회를 소집하면서 "내가 내릴 결정이 공중보건이라는 궁극적 목표와 함께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원숭이두창의 전파 유형에 비춰 발병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남성과 성관계한 남성에게서 주로 원숭이 두창 발병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런 전파 패턴으로 인해 자칫 사회에서 환자에 대해 낙인찍기를 하면 질병을 추적·예방하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언급했다.

한편, WHO는 국제 보건 긴급위원회의 회의 결과를 토대로 이르면 이날 오후 내지는 내주 초 사이 원숭이두창에 대한 PHEIC 선언 여부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