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하나 지었더니, 도시가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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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MO Insight
이유재 서울대 교수의 경영학 특강
‘유’익하고 ‘재’미있는 경영 인사이트
서비타이제이션(servitization)
이유재 서울대 교수의 경영학 특강
‘유’익하고 ‘재’미있는 경영 인사이트
서비타이제이션(servitization)
서비타이제이션(servitization)은 제조업의 서비스화를 의미한다. 제품만이 아니라, 서비스를 통해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제조 중심의 사업이 수익성이 낮아지고 개별 고객의 욕구를 충족하는 능력이 중요해지면서 서비타이제이션이 가속화되고 있다.
서비타이제이션은 기존 사업의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고, 기존 사업을 근본적으로 바꿔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는 전략일 수도 있다. 과거에는 수직계열화나 제품과 관련된 사후서비스나 금융서비스를 위주로 서비스 사업을 추진했다. 최근에는 제품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 부문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GE(General Electric)가 있다. GE는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에서 서비스를 중심으로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전환했다. 가전사업에서 철수하고 헬스케어에 과감히 투자하는 등 서비스 비중을 높였다. 이제 전세계 공장에 부착된 센서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분석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적용한 산업인터넷 플랫폼인 프레딕스(Predix) 덕분이다. 스마트 팩토리를 이끌어 갈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기계와 소프트웨어를 연결하여 시스템 운영을 최적화하며 가치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IBM은 수십년 간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제조기업으로 큰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저비용 하드웨어 제조기업들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등장하며 수익이 곤두박질치게 되었다. 이에 IBM은 PC사업도 매각하고 중점사업을 서비스 분야로 전환하며 통합 솔루션 회사로 변신했다. 또한 서비스 사이언스라는 개념을 도입해 컴퓨터공학, 경영전략, 사회과학 분야를 결합함으로써 고객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하드웨어 제조회사에서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서비스 회사로 거듭난 것이다.
항공기 엔진 제조사인 롤스로이스(Rolls-Royce)도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했다. 기존 비즈니스 모델은 엔진을 생산해 고객에게 판매하면 끝나는 일회성 거래였다. 이제는 엔진 가동 시간에 비례해 요금을 받는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했다. 엔진을 사용한 시간만큼 비용을 청구하고 유지 및 보수를 책임지는 방식이다. 토털케어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롤스로이스는 고객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엔진의 정확한 가동에 집중한다. 단순히 고장이 난 후 수리하는 사후 정비가 아니다. 엔진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원격 감시해 고장이 나기 전에 부품을 수리하거나 교체하는 예측 정비를 제공한다.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데이터를 분석해 비행중인 엔진도 원격 개선이 가능하다. 엔진 수명이 다할 때까지 엔진 운용과 성능을 관리하는 서비스 회사가 된 것이다.
라벨 제조기업인 에이버리 데니슨(Avery Dennison)도 RFID 등이 포함된 지능형 라벨을 도입해 서비스 기업으로 전환했다.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제품 데이터를 추적해 품질 관리, 재고 추적, 폐기물 관리 등의 솔루션을 제공하며 비즈니스 모델의 다변화를 이룬 것이다.
기업은 서비타이제이션을 통해 여러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먼저, 제조 부문과 서비스 부문이 협력하고 지식을 공유하며 신규 사업 및 지식 기반 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 수익 구조를 다변화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뿐만 아니라 수익 구조의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 또한 제품 중심의 원가우위전략을 통해 성장하면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고객과 장기적 관계를 구축하며 지속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서비타이제이션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 캠브리지대 닐리 교수는 25개국 1만여 개 기업을 분석했다. 서비타이제이션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추세이지만, 재무 위험이나 수익 위험도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몇 가지 이유가 드러났다. 우선 고객과의 상호작용은 대체로 비용이 많이 든다. 게다가 특정 산업이나 기술에 전문성이 있는 기업들도 고객과의 상호작용에는 전문성이 낮을 수 있다. 또한, 서비스 프로세스를 분석하거나 구현하는 역량이 취약할 수 있다. 따라서, 서비타이제이션은 경쟁우위를 확보할 기회이지만 동시에 위험도 따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서비타이제이션은 기업뿐만 아니라 도시에도 적용된다. 빌바오는 스페인 북부 지역의 작은 도시다. 한때 철강산업이 발달했지만, 우리나라의 포항제철에 밀리면서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빌바오는 도시를 회생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다가 문화산업을 통한 부흥을 계획하고 구겐하임미술관을 유치했다.
미술관 하나 지었다고 지역 경제가 살아 날까? 그런데 기적같은 일이 일어난다. 바닥으로 추락했던 도시가 해마다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된 것이다. 쇠퇴하던 공업도시가 문화도시로 탈바꿈하며 회생한 것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건축한 미술관 건물은 마치 손으로 주물러 만든 것처럼 유려한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를 드러내는 건물 자체가 작품이다. 도시의 랜드마크 건축물이 도시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이르는 말인 ‘빌바오 효과’가 탄생한 배경이다. 서비타이제이션의 원리는 국가, 조직, 개인에게도 적용될 것이다. 세계 경제는 빠르게 서비스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런 추세에 발 맞추어 변화하고 있는가? 우리 조직은 서비스 조직으로 변신하고 있는가? 나는 서비스 마인드나 소프트 역량을 키우고 있는가?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자.
서비타이제이션은 기존 사업의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고, 기존 사업을 근본적으로 바꿔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는 전략일 수도 있다. 과거에는 수직계열화나 제품과 관련된 사후서비스나 금융서비스를 위주로 서비스 사업을 추진했다. 최근에는 제품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 부문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GE(General Electric)가 있다. GE는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에서 서비스를 중심으로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전환했다. 가전사업에서 철수하고 헬스케어에 과감히 투자하는 등 서비스 비중을 높였다. 이제 전세계 공장에 부착된 센서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분석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적용한 산업인터넷 플랫폼인 프레딕스(Predix) 덕분이다. 스마트 팩토리를 이끌어 갈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기계와 소프트웨어를 연결하여 시스템 운영을 최적화하며 가치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IBM은 수십년 간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제조기업으로 큰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저비용 하드웨어 제조기업들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등장하며 수익이 곤두박질치게 되었다. 이에 IBM은 PC사업도 매각하고 중점사업을 서비스 분야로 전환하며 통합 솔루션 회사로 변신했다. 또한 서비스 사이언스라는 개념을 도입해 컴퓨터공학, 경영전략, 사회과학 분야를 결합함으로써 고객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하드웨어 제조회사에서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서비스 회사로 거듭난 것이다.
항공기 엔진 제조사인 롤스로이스(Rolls-Royce)도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했다. 기존 비즈니스 모델은 엔진을 생산해 고객에게 판매하면 끝나는 일회성 거래였다. 이제는 엔진 가동 시간에 비례해 요금을 받는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했다. 엔진을 사용한 시간만큼 비용을 청구하고 유지 및 보수를 책임지는 방식이다. 토털케어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롤스로이스는 고객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엔진의 정확한 가동에 집중한다. 단순히 고장이 난 후 수리하는 사후 정비가 아니다. 엔진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원격 감시해 고장이 나기 전에 부품을 수리하거나 교체하는 예측 정비를 제공한다.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데이터를 분석해 비행중인 엔진도 원격 개선이 가능하다. 엔진 수명이 다할 때까지 엔진 운용과 성능을 관리하는 서비스 회사가 된 것이다.
라벨 제조기업인 에이버리 데니슨(Avery Dennison)도 RFID 등이 포함된 지능형 라벨을 도입해 서비스 기업으로 전환했다.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제품 데이터를 추적해 품질 관리, 재고 추적, 폐기물 관리 등의 솔루션을 제공하며 비즈니스 모델의 다변화를 이룬 것이다.
기업은 서비타이제이션을 통해 여러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먼저, 제조 부문과 서비스 부문이 협력하고 지식을 공유하며 신규 사업 및 지식 기반 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 수익 구조를 다변화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뿐만 아니라 수익 구조의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 또한 제품 중심의 원가우위전략을 통해 성장하면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고객과 장기적 관계를 구축하며 지속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서비타이제이션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 캠브리지대 닐리 교수는 25개국 1만여 개 기업을 분석했다. 서비타이제이션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추세이지만, 재무 위험이나 수익 위험도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몇 가지 이유가 드러났다. 우선 고객과의 상호작용은 대체로 비용이 많이 든다. 게다가 특정 산업이나 기술에 전문성이 있는 기업들도 고객과의 상호작용에는 전문성이 낮을 수 있다. 또한, 서비스 프로세스를 분석하거나 구현하는 역량이 취약할 수 있다. 따라서, 서비타이제이션은 경쟁우위를 확보할 기회이지만 동시에 위험도 따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서비타이제이션은 기업뿐만 아니라 도시에도 적용된다. 빌바오는 스페인 북부 지역의 작은 도시다. 한때 철강산업이 발달했지만, 우리나라의 포항제철에 밀리면서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빌바오는 도시를 회생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다가 문화산업을 통한 부흥을 계획하고 구겐하임미술관을 유치했다.
미술관 하나 지었다고 지역 경제가 살아 날까? 그런데 기적같은 일이 일어난다. 바닥으로 추락했던 도시가 해마다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된 것이다. 쇠퇴하던 공업도시가 문화도시로 탈바꿈하며 회생한 것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건축한 미술관 건물은 마치 손으로 주물러 만든 것처럼 유려한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를 드러내는 건물 자체가 작품이다. 도시의 랜드마크 건축물이 도시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이르는 말인 ‘빌바오 효과’가 탄생한 배경이다. 서비타이제이션의 원리는 국가, 조직, 개인에게도 적용될 것이다. 세계 경제는 빠르게 서비스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런 추세에 발 맞추어 변화하고 있는가? 우리 조직은 서비스 조직으로 변신하고 있는가? 나는 서비스 마인드나 소프트 역량을 키우고 있는가?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