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1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스스로 요청했다는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폭로가 나온 뒤 민주당이 떠들썩하다. 차기 당권 주자를 비롯한 당내 인사들은 이 의원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고 있으나, 이 의원은 침묵으로 대응하고 있다.

민주당 차기 당권에 도전한 강병원 의원은 지난 22일 '이재명 의원 셀프·무염치 공천의 전말이 드러났다'는 입장문을 내고 "이 의원이 민주당을 사당화(私黨化)하면서 시스템 공천을 무너뜨리고 '셀프·무염치 공천' 했다는 신빙성 있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했다.

강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 공천 과정을 누구보다 상세히 알고 있는 박 전 위원장의 말은 충격적"이라며 "당시 이 의원의 입장은 '당이 요청했다'는 것이었는데, 만일 박 전 위원장의 증언이 사실이면 이 의원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라고 했다.

조응천 의원도 이날 '전 비대위원의 회한'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유독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후보 컷오프 결정 번복과 이재명 상임고문의 인천 계양을 공천에 대해서는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할 만큼 집요하게 집착했던 박 전 위원장의 사정에 대해 이해가 됐다"고 했다.

조 의원은 "이번엔 당 대표를 뽑는 당내 선거이므로 달리 악영향을 끼칠 것도 없기에 그때 못한 미안함까지 보태 '나오면 안 된다'고 목청을 높인다"며 "그땐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칠까 두려워 이건 아니라고 말하기 힘들었는데, 이는 후회를 넘어 고통스럽기까지 하다"고 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 사진=뉴스1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 사진=뉴스1
앞서 박 전 위원장은 이날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지난 6·1 지방선거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된 이 의원이 "공천을 스스로 요청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선거 당시에도 이 의원은 자신을 공천해 달라고 직접 요청했다"며 "이 의원이 본인을 이제 (인천 계양을 지역으로) '콜'(call)해 달라고 직접 전화해 압박을 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호출(공천)을 안 하면 당장 손들고 나올 기세로 말해 공천 결정을 했지만, 그 후 옳지 않다는 판단에 지금까지도 후회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위원장은 이 의원에 대해 "이 의원도 자기가 부릴 수 있을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저를 비대위원장에 앉힌 건데 본인의 뜻대로 하지 않으니까 거기에 많이 불만을 표출하신 것이 아닌가"라며 "대의를 위한 사람인 줄 알았으나 지금은 자기의 안위를 더 중요시하는 것 같다. 기회주의자"라고 비판했다.

박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시절 매주 월요일 열린 당 고위 전략회의에서도 무시당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눈도 안 마주치고 제 얘기를 아무도 듣지 않았다"며 "그냥 대놓고 무시당하기 싫어서 비공개회의를 다 없애고 싶었다"고도 했다.
사진=KBS 캡처
사진=KBS 캡처
이에 국민의힘에서는 "방탄조끼가 필요해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자리를 빼앗은 게 아니냐는 의심도 확신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이 의원이 지난 보궐선거에서 인천 계양을에 자신을 추대할 것을 '셀프 요청'했다는 폭로가 나왔다"며 "이 말이 사실이라면 이 의원은 수족처럼 부릴 아바타가 필요해 박 전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직에 앉힌 게 된다"고 적었다.

박 대변인은 "'방탄조끼가 필요해 누울 곳을 찾다 송영길 전 대표의 자리를 빼앗은 게 아니냐'는 의심도 확신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며 "대선, 지선 내리 패배한 사람 한마디에 인사와 공천이 좌지우지되는 꼴이라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이 의원의 사당(私黨)이냐"며 "박 전 위원장의 폭로에 이 의원은 똑바로 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