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민주당, 목표에 빠져 상식적 판단 못했다…신뢰 찾을 것"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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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주자 릴레이 인터뷰]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전문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전문
“민주당이 목표에 매몰돼 상식적인 판단을 못 했습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은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상식이 무너지면서 신뢰를 잃은 것이 현재 당이 처한 위기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8·28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김 의원은 “공적 판단, 정치 윤리를 다시 세워 당을 일으키기로 결심했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그는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대표 인사로 꼽힌다. 15·16대 총선에서 당선됐으나, 2002년 서울시장 낙선 후 오랫동안 야인 생활을 했다. 그리고 2020년 20대 총선에서 당선돼 18년 만에 원내 복귀했다.
김 의원은 "오랜 야인생활을 하며 나름의 준비가 있었다"며 "'친문'이니 '친명'이니 '친낙'이니 하는 계파로부터 자유롭고, 그렇지만 큰 선거를 치러낼 수 있는 성공 경험과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
▷젊은 나이에 세대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활약했지만 오래 야인 생활을 하다 18년 만에 원내 복귀해 이번에 당 대표에 도전했다. 어떤 마음으로 출마를 결심했나.
"일찍 정치에 입문해 굉장히 잘 나가도 봤지만, 18년 동안 바닥에서 야인 생활도 해봤다. 거의 기적적으로 약 20년 만에 다시 정치에 돌아오니 정치를 바라보는 눈이 한편으론 단순해졌다. 단순해졌다는 건 정치가 결국 정치공학이 아니라 상식, 원칙, 가치, 시대정신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
지금 민주당 위기의 본질은 신뢰 상실에 있다. 원래 민주당의 정체성인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을 비롯해 포용력, 태도와 품격 등 정치 윤리를 회복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출마한 후보들 가운데 비교적 당 정체성을 가장 잘 체화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당을 정말로 사랑하고, 어려서 정치를 시작하면서 가진 무한 책임감이 있다. 지금은 당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필요한 때다."
▷왜 김 의원이 당 대표가 돼야 하나. 강점은?
"역량이란 측면에서 내가 가장 준비가 잘 돼 있다. 지금 당 대표로서 필요한 역량은 뭐니 뭐니 해도 당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화합력. 또 나에겐 당의 큰 승리를 만들었던 성공 경험이 있다. 혁신이나 선거를 이끌어 본 경험이다. 30대부터 당의 중심부에서 일했다. 새천년민주당 시절부터 당이 치열한 갈등 국면에 있을 때, 큰 선거를 치를 때 혁신안 및 선거 전략을 처음부터 끝까지 아우르고 디자인 해봤다. '현실 가능한 최선의 진보를 추구한다'는 모토로 큰 갈등 없이 성공을 끌어내는 능력은 검증되지 않았나. 특정 계파나 운동권 그룹으로 활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요즘같이 갈등 국면이 심할 때 이를 봉합할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내가 대표를 맡으면 가장 잘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나왔다.
지금은 초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다. 국정 위기, 민생 위기에 무엇이 필요한가 읽어내는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시대 정신을 읽는 감각이다. '86세대'로 일찍 정치를 시작해 화끈하게 6년 국회의원 생활을 했다. 재정경제위원회와 정무위원회 등을 거치는 동안 의원 평가, 언론 평가 모두 줄곧 1등이었다. 의정활동은 검증을 받았다. 86세대 용퇴론이 나왔지만 같은 세대 운동권이 정치권에 있는 동안 나는 정치를 떠나 비교적 세상 구경을 좀 했다. 미국, 중국 등 해외에서 공부하거나, NGO 활동 등을 하면서 여의도 밖에서 세상 보는 눈을 키웠다. 야인 생활을 하면서 시대 흐름 읽는 법을 익혔다고 생각한다.
이번 코로나19 국면에서도 먼저 WHO의 '글로벌 바이오 인력양성 허브' 유치를 이끌었고, 온 국민 재난지원금을 선제적으로 제안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초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보고는 유류세 인하도 앞장서 발의했다. '글로벌 질서 속 선진국 한국'에 대해 문제의식과 흐름을 읽는 감을 가지고 있는 소수에 속한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내가 후보 중 비교우위에 있지 않을까."
▷대선과 지방선거 연이은 패배 책임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대선은 어쨌든 지난 정부 평가가 주를 이루는 어려운 상황에서 후보도 당도 최선을 다했다. 상대 후보에게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거의 동점에 근접했다. 물론 아쉬움은 있다. 우리가 일관된 가치나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깊이 있게 숙고된 일관된 정치, 가치 방향성 측면에서 남는 게 없다는 게 아픈 대목이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진보의 가치를 제시하지 못했다.
지방선거는 다르다. 대선과 불과 몇 달 차이였지만 윤석열 정부가 초기부터 이미 난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우리가 오히려 계속 자책점을 냈다. 실점했기 때문에 큰 패배를 했다. 그 점은 누가 뭐라 해도 지휘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6·1 지방선거에서 당의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다. 김 의원도 지휘부 아니었나.
"선거는 구도를 맞게 짜는 것이 첫 번째인데, 처음부터 틀어져 있었다. 가장 큰 건 서울시장 공천이었다. 나는 (송영길 전 대표의 출마 등) 서울시장 선거 구도에 대해 공개 반대한 극소수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한계를 딛고 최선의 결과를 가져와야겠다는 생각에 당에서 총괄선대본부장을 권했을 때 책임감을 갖고 수락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선거를 끌어가는 과정에서의 내 판단은 비교적 틀리지 않았다고 본다. 선거운동 초기 정권 견제론만 내세웠던 것에서 인물론, 균형론 등으로 프레임을 옮겨간 것은 맞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통제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비대위 내부 갈등이나 막판 김포공항 공약 파동 등은 내 손 밖의 문제들이었다. 선거나 정치는 특별한 전략이나 공학이 아니다. 국민 상식에 맞추면 된다. 상식에 어긋나는 걸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면서 심각한 위기감을 느꼈다.
민주당이 상식적인 판단을 못 했다. 선거 구도부터 공적 판단까지 전체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책임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벌어졌다. 상식과 신뢰가 무너진 것을 크게 우려한다. 나도 실수하거나 정치공학에 빠진 적도 있었지만 나를 먼저 앞세운 판단은 안 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잘못됐다고 본 부분이다. 당이 다시 일어서기 위해선 상식적 판단, 공적 판단을 다시 세워야겠다고 결심했다."
▷5년 만에 정권을 내줬다. 민주당이 어떤 점을 반성하고 극복해야 할까.
"큰 틀에서 보면 여러 가지 판단과 가치가 충돌할 때 항상 상대적으로 민생의 문제를 우선 선택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흔들렸던 것 아닌가 싶다. '중산층과 서민 정당' '통합' '합리적 중도 개혁' 이런 오랜 민주당의 가치를 지키는 데 있어 치우침이 있었다.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꼭 지켜야 할 원칙, 민주주의적 접근, 도덕성, 신뢰가 있는데 목표 자체에만 매몰돼 때론 상식적이지 않은 접근들이 있었다. 그런 게 다 축적되면서 극단적으로는 정치의 윤리까지 무너지는 데 이르렀다고 본다."
▷문재인 정권 내 민주당의 입법 중 대표적인 실책은?
"의원총회에서도 고백한 바 있다. 먼저 소득주도성장 경우엔 임기 초부터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내부에서 문제 제기와 토론도 있었다. 소주성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기보다 유럽의 임금주도성장론을 한국에 변형 적용하기에 근본적인 기반 차이가 있었다. 예를 들면 유럽과 달리 한국은 소상공인이 많다는 점, 사교육과 부동산 비중이 커 임금 상승만으로 가처분소득 늘리는 효과가 나타나기 어려운 점 등 차이가 존재한다. 정책의 핵심 결정권자들에게 이 같은 지형 차이를 강조하며,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것이 목표라면 사교육, 부동산 등 비용을 내리는 것부터 우선해야 하지 않겠냐는 제언도 했다. 그러나 문제 제기를 더 진전시키지 못했다는 한계가 스스로 있었다. 정부 정책의 진폭이 너무 컸다는 것도 아쉽다.
부동산 문제도 마찬가지다. 현실에 비해 무리라고 생각되면 집요하고 치열하게 토론하고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그렇지 못했던 점을 반성한다. 이런 대목들이 우리가 놓친 것이라고 본다." ▷강병원 박용진 의원 등 '97그룹' 일부 주자들이 나머지 후보들에게 예비경선 전 단일화를 제안했다.
"단일화를 전제로 달기보단 본선으로 가면 자연스럽게 후보 세 명이 압축된다. 세 후보의 색깔과 가치가 다르면 각자 갈 수 있는 거고, 방향이 맞으면 단일화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컷오프 이후 조정하는 건 열려 있다. 하지만 예비경선 전 단일화를 벌이는 건 자연스럽지 않다. 정치는 순리대로 하는 게 좋다.
단일화라는 프레임은 97그룹론에서 제기된 것이다. 97그룹 출마 자체가 기존에 출마하려는 분들이 포기하면서 일종의 대안적 권유 형식으로 이뤄진 것 아닌가. 후보 본인의 결단도 있긴 하겠지만, 특정 그룹이 당을 바꿔보자는 일종의 이벤트처럼 돼 있다. 그렇게 제기됐다면 그분들부터 정리하는 게 맞다.
나는 처음부터 그룹을 내세워 출마한 것도 아니고 내가 잘 할 수 있다고 판단해 개인적으로 결단한 것이라 출마 배경이 다르다."
▷당내 이재명 의원 '책임론'에 대한 생각은. 이 의원은 '당 대표가 돼 헌신하는 것도 책임'이라고 언급했다.
"시시콜콜 얘기할 필요 있을까. 다만 '사법 리스크' 비판도 하는데 그런 접근은 동의하지 않는다. 소위 사법 리스크 논란의 핵심은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무분별한 정치적 사정이다. 자칫 상대 프레임에 끌려가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당에서 그런 문제 제기는 탐탁지 않다.
어디까지나 내가 대표로서 잘할 수 있는가만 보면 된다. 이재명 개인이 아니라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서 내가 선당후사 등 측면에서 낫다고 판단해 출마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단일화는 맹점을 가질 수 있다. 당 대표가 되려고 나온 사람은 당 대표 관점에서 보고 판단하고, 발언하는 게 맞지 않겠나."
▷이재명 의원의 인기 비결은 뭘까.
"안 그러면 이상한 것 아닌가. 직전 대통령 선거 후보고 압도적인 인지도와 지지 세력을 갖고 있다. 당 전체가 대선에서 뛰었으니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 이 의원과 나도 사이 나쁘지 않다. 더구나 상대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저렇게 못 하고 있으니 더 아쉬움이 남는 것 아니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출마 자체를 놓고 논란이 있었고, 책임론이 나오는지는 성찰해 봐야 한다. 지금 대통령 선거 후보를 뽑는 게 아니지 않나. 5년 뒤 대선을 잘 준비하기 위한 당 대표 선거를 하는 거니까. 지금 (이 의원) 지지세가 강한 건 사실이지만, 후보가 셋으로 추려져 마주 보고 토론하고 쟁점을 다루기 시작하면 상당 부분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때부터 시작이라고 본다."
▷윤석열 정부에 대해 최근 '탄핵'까지 언급했다. 국정 지지율이 30%대까지 하락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탄핵을 강조한 게 아니라 과거 탄핵도 공적 시스템 일탈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현재 제기된 공적 시스템 일탈 문제를 절대 경시하지 말고 중하게 봐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결국 윤석열 정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국정 방향을 확고하게 하는 것이다. 국민이 집권 세력에게 바라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잘 먹고 잘사는 것이다.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게 첫째다. 코로나19 이후 좀 나아지나 했더니 경제적 위기가 다시 찾아오고 있다. 정부가 현재 상황을 복합 위기로 규정하고 집중해야 하는데 이 정부의 우선순위를 잘 모르겠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면 국민 통합도 필요하다. 사회적 타협, 여야의 정치적 타협이 중요하다. 과거 IMF 위기 때는 DJP 정치적 연합 등 끊임없이 포용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그렇게 해도 어려울 판인데 우발적도 아니고 의도와 계획을 갖고 사정·북풍 정국으로 몰고 간다. 황당하다. 권성동 원내대표 시정 연설도 그랬지만 지금 남 탓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너무 한가해 보인다는 게 정부의 가장 큰 문제다. 뭐가 중한지를 모른다. 정치는 선택과 집중이다. 가장 중요한 경제와 민생 집중하고, 갈등 최소화하고 타협하는 것. 국정 기조를 그렇게 이끌어줘야 사회적 분위기가 집중력을 갖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 전문가는 아니지만 허심탄회하게 사람들 불러 '경제가 문제니, 집중하자' '갈등 없이 사회적 타협하자' '민생 방향 같이 얘기하자'고 한다면 분위기가 확 달라질 것이다. 대통령 지지율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대통령은 분위기 잡는 사람이다."
▷당 대표가 된다면 최우선으로 해결할 과제는?
"여야가 함께 지금의 상황을 '복합 경제 위기'로 규정하고 민생 문제 합의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선 때 서로 공통으로 약속한 것 정리도 해야 한다. 여당에서도 재정 한계 있다고 얘기하잖나. 이 상황에서 어떤 방향으로 갈지 합의를 해야 한다. 감세하더라도 법인세냐 소득세냐 등. 향후 6개월은 경제 민생 문제에 초당적으로 집중해야 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은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상식이 무너지면서 신뢰를 잃은 것이 현재 당이 처한 위기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8·28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김 의원은 “공적 판단, 정치 윤리를 다시 세워 당을 일으키기로 결심했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그는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대표 인사로 꼽힌다. 15·16대 총선에서 당선됐으나, 2002년 서울시장 낙선 후 오랫동안 야인 생활을 했다. 그리고 2020년 20대 총선에서 당선돼 18년 만에 원내 복귀했다.
김 의원은 "오랜 야인생활을 하며 나름의 준비가 있었다"며 "'친문'이니 '친명'이니 '친낙'이니 하는 계파로부터 자유롭고, 그렇지만 큰 선거를 치러낼 수 있는 성공 경험과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
▷젊은 나이에 세대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활약했지만 오래 야인 생활을 하다 18년 만에 원내 복귀해 이번에 당 대표에 도전했다. 어떤 마음으로 출마를 결심했나.
"일찍 정치에 입문해 굉장히 잘 나가도 봤지만, 18년 동안 바닥에서 야인 생활도 해봤다. 거의 기적적으로 약 20년 만에 다시 정치에 돌아오니 정치를 바라보는 눈이 한편으론 단순해졌다. 단순해졌다는 건 정치가 결국 정치공학이 아니라 상식, 원칙, 가치, 시대정신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
지금 민주당 위기의 본질은 신뢰 상실에 있다. 원래 민주당의 정체성인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을 비롯해 포용력, 태도와 품격 등 정치 윤리를 회복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출마한 후보들 가운데 비교적 당 정체성을 가장 잘 체화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당을 정말로 사랑하고, 어려서 정치를 시작하면서 가진 무한 책임감이 있다. 지금은 당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필요한 때다."
▷왜 김 의원이 당 대표가 돼야 하나. 강점은?
"역량이란 측면에서 내가 가장 준비가 잘 돼 있다. 지금 당 대표로서 필요한 역량은 뭐니 뭐니 해도 당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화합력. 또 나에겐 당의 큰 승리를 만들었던 성공 경험이 있다. 혁신이나 선거를 이끌어 본 경험이다. 30대부터 당의 중심부에서 일했다. 새천년민주당 시절부터 당이 치열한 갈등 국면에 있을 때, 큰 선거를 치를 때 혁신안 및 선거 전략을 처음부터 끝까지 아우르고 디자인 해봤다. '현실 가능한 최선의 진보를 추구한다'는 모토로 큰 갈등 없이 성공을 끌어내는 능력은 검증되지 않았나. 특정 계파나 운동권 그룹으로 활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요즘같이 갈등 국면이 심할 때 이를 봉합할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내가 대표를 맡으면 가장 잘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나왔다.
지금은 초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다. 국정 위기, 민생 위기에 무엇이 필요한가 읽어내는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시대 정신을 읽는 감각이다. '86세대'로 일찍 정치를 시작해 화끈하게 6년 국회의원 생활을 했다. 재정경제위원회와 정무위원회 등을 거치는 동안 의원 평가, 언론 평가 모두 줄곧 1등이었다. 의정활동은 검증을 받았다. 86세대 용퇴론이 나왔지만 같은 세대 운동권이 정치권에 있는 동안 나는 정치를 떠나 비교적 세상 구경을 좀 했다. 미국, 중국 등 해외에서 공부하거나, NGO 활동 등을 하면서 여의도 밖에서 세상 보는 눈을 키웠다. 야인 생활을 하면서 시대 흐름 읽는 법을 익혔다고 생각한다.
이번 코로나19 국면에서도 먼저 WHO의 '글로벌 바이오 인력양성 허브' 유치를 이끌었고, 온 국민 재난지원금을 선제적으로 제안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초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보고는 유류세 인하도 앞장서 발의했다. '글로벌 질서 속 선진국 한국'에 대해 문제의식과 흐름을 읽는 감을 가지고 있는 소수에 속한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내가 후보 중 비교우위에 있지 않을까."
▷대선과 지방선거 연이은 패배 책임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대선은 어쨌든 지난 정부 평가가 주를 이루는 어려운 상황에서 후보도 당도 최선을 다했다. 상대 후보에게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거의 동점에 근접했다. 물론 아쉬움은 있다. 우리가 일관된 가치나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깊이 있게 숙고된 일관된 정치, 가치 방향성 측면에서 남는 게 없다는 게 아픈 대목이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진보의 가치를 제시하지 못했다.
지방선거는 다르다. 대선과 불과 몇 달 차이였지만 윤석열 정부가 초기부터 이미 난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우리가 오히려 계속 자책점을 냈다. 실점했기 때문에 큰 패배를 했다. 그 점은 누가 뭐라 해도 지휘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6·1 지방선거에서 당의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다. 김 의원도 지휘부 아니었나.
"선거는 구도를 맞게 짜는 것이 첫 번째인데, 처음부터 틀어져 있었다. 가장 큰 건 서울시장 공천이었다. 나는 (송영길 전 대표의 출마 등) 서울시장 선거 구도에 대해 공개 반대한 극소수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한계를 딛고 최선의 결과를 가져와야겠다는 생각에 당에서 총괄선대본부장을 권했을 때 책임감을 갖고 수락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선거를 끌어가는 과정에서의 내 판단은 비교적 틀리지 않았다고 본다. 선거운동 초기 정권 견제론만 내세웠던 것에서 인물론, 균형론 등으로 프레임을 옮겨간 것은 맞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통제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비대위 내부 갈등이나 막판 김포공항 공약 파동 등은 내 손 밖의 문제들이었다. 선거나 정치는 특별한 전략이나 공학이 아니다. 국민 상식에 맞추면 된다. 상식에 어긋나는 걸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면서 심각한 위기감을 느꼈다.
민주당이 상식적인 판단을 못 했다. 선거 구도부터 공적 판단까지 전체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책임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벌어졌다. 상식과 신뢰가 무너진 것을 크게 우려한다. 나도 실수하거나 정치공학에 빠진 적도 있었지만 나를 먼저 앞세운 판단은 안 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잘못됐다고 본 부분이다. 당이 다시 일어서기 위해선 상식적 판단, 공적 판단을 다시 세워야겠다고 결심했다."
▷5년 만에 정권을 내줬다. 민주당이 어떤 점을 반성하고 극복해야 할까.
"큰 틀에서 보면 여러 가지 판단과 가치가 충돌할 때 항상 상대적으로 민생의 문제를 우선 선택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흔들렸던 것 아닌가 싶다. '중산층과 서민 정당' '통합' '합리적 중도 개혁' 이런 오랜 민주당의 가치를 지키는 데 있어 치우침이 있었다.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꼭 지켜야 할 원칙, 민주주의적 접근, 도덕성, 신뢰가 있는데 목표 자체에만 매몰돼 때론 상식적이지 않은 접근들이 있었다. 그런 게 다 축적되면서 극단적으로는 정치의 윤리까지 무너지는 데 이르렀다고 본다."
▷문재인 정권 내 민주당의 입법 중 대표적인 실책은?
"의원총회에서도 고백한 바 있다. 먼저 소득주도성장 경우엔 임기 초부터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내부에서 문제 제기와 토론도 있었다. 소주성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기보다 유럽의 임금주도성장론을 한국에 변형 적용하기에 근본적인 기반 차이가 있었다. 예를 들면 유럽과 달리 한국은 소상공인이 많다는 점, 사교육과 부동산 비중이 커 임금 상승만으로 가처분소득 늘리는 효과가 나타나기 어려운 점 등 차이가 존재한다. 정책의 핵심 결정권자들에게 이 같은 지형 차이를 강조하며,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것이 목표라면 사교육, 부동산 등 비용을 내리는 것부터 우선해야 하지 않겠냐는 제언도 했다. 그러나 문제 제기를 더 진전시키지 못했다는 한계가 스스로 있었다. 정부 정책의 진폭이 너무 컸다는 것도 아쉽다.
부동산 문제도 마찬가지다. 현실에 비해 무리라고 생각되면 집요하고 치열하게 토론하고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그렇지 못했던 점을 반성한다. 이런 대목들이 우리가 놓친 것이라고 본다." ▷강병원 박용진 의원 등 '97그룹' 일부 주자들이 나머지 후보들에게 예비경선 전 단일화를 제안했다.
"단일화를 전제로 달기보단 본선으로 가면 자연스럽게 후보 세 명이 압축된다. 세 후보의 색깔과 가치가 다르면 각자 갈 수 있는 거고, 방향이 맞으면 단일화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컷오프 이후 조정하는 건 열려 있다. 하지만 예비경선 전 단일화를 벌이는 건 자연스럽지 않다. 정치는 순리대로 하는 게 좋다.
단일화라는 프레임은 97그룹론에서 제기된 것이다. 97그룹 출마 자체가 기존에 출마하려는 분들이 포기하면서 일종의 대안적 권유 형식으로 이뤄진 것 아닌가. 후보 본인의 결단도 있긴 하겠지만, 특정 그룹이 당을 바꿔보자는 일종의 이벤트처럼 돼 있다. 그렇게 제기됐다면 그분들부터 정리하는 게 맞다.
나는 처음부터 그룹을 내세워 출마한 것도 아니고 내가 잘 할 수 있다고 판단해 개인적으로 결단한 것이라 출마 배경이 다르다."
▷당내 이재명 의원 '책임론'에 대한 생각은. 이 의원은 '당 대표가 돼 헌신하는 것도 책임'이라고 언급했다.
"시시콜콜 얘기할 필요 있을까. 다만 '사법 리스크' 비판도 하는데 그런 접근은 동의하지 않는다. 소위 사법 리스크 논란의 핵심은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무분별한 정치적 사정이다. 자칫 상대 프레임에 끌려가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당에서 그런 문제 제기는 탐탁지 않다.
어디까지나 내가 대표로서 잘할 수 있는가만 보면 된다. 이재명 개인이 아니라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서 내가 선당후사 등 측면에서 낫다고 판단해 출마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단일화는 맹점을 가질 수 있다. 당 대표가 되려고 나온 사람은 당 대표 관점에서 보고 판단하고, 발언하는 게 맞지 않겠나."
▷이재명 의원의 인기 비결은 뭘까.
"안 그러면 이상한 것 아닌가. 직전 대통령 선거 후보고 압도적인 인지도와 지지 세력을 갖고 있다. 당 전체가 대선에서 뛰었으니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 이 의원과 나도 사이 나쁘지 않다. 더구나 상대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저렇게 못 하고 있으니 더 아쉬움이 남는 것 아니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출마 자체를 놓고 논란이 있었고, 책임론이 나오는지는 성찰해 봐야 한다. 지금 대통령 선거 후보를 뽑는 게 아니지 않나. 5년 뒤 대선을 잘 준비하기 위한 당 대표 선거를 하는 거니까. 지금 (이 의원) 지지세가 강한 건 사실이지만, 후보가 셋으로 추려져 마주 보고 토론하고 쟁점을 다루기 시작하면 상당 부분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때부터 시작이라고 본다."
▷윤석열 정부에 대해 최근 '탄핵'까지 언급했다. 국정 지지율이 30%대까지 하락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탄핵을 강조한 게 아니라 과거 탄핵도 공적 시스템 일탈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현재 제기된 공적 시스템 일탈 문제를 절대 경시하지 말고 중하게 봐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결국 윤석열 정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국정 방향을 확고하게 하는 것이다. 국민이 집권 세력에게 바라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잘 먹고 잘사는 것이다.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게 첫째다. 코로나19 이후 좀 나아지나 했더니 경제적 위기가 다시 찾아오고 있다. 정부가 현재 상황을 복합 위기로 규정하고 집중해야 하는데 이 정부의 우선순위를 잘 모르겠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면 국민 통합도 필요하다. 사회적 타협, 여야의 정치적 타협이 중요하다. 과거 IMF 위기 때는 DJP 정치적 연합 등 끊임없이 포용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그렇게 해도 어려울 판인데 우발적도 아니고 의도와 계획을 갖고 사정·북풍 정국으로 몰고 간다. 황당하다. 권성동 원내대표 시정 연설도 그랬지만 지금 남 탓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너무 한가해 보인다는 게 정부의 가장 큰 문제다. 뭐가 중한지를 모른다. 정치는 선택과 집중이다. 가장 중요한 경제와 민생 집중하고, 갈등 최소화하고 타협하는 것. 국정 기조를 그렇게 이끌어줘야 사회적 분위기가 집중력을 갖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 전문가는 아니지만 허심탄회하게 사람들 불러 '경제가 문제니, 집중하자' '갈등 없이 사회적 타협하자' '민생 방향 같이 얘기하자'고 한다면 분위기가 확 달라질 것이다. 대통령 지지율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대통령은 분위기 잡는 사람이다."
▷당 대표가 된다면 최우선으로 해결할 과제는?
"여야가 함께 지금의 상황을 '복합 경제 위기'로 규정하고 민생 문제 합의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선 때 서로 공통으로 약속한 것 정리도 해야 한다. 여당에서도 재정 한계 있다고 얘기하잖나. 이 상황에서 어떤 방향으로 갈지 합의를 해야 한다. 감세하더라도 법인세냐 소득세냐 등. 향후 6개월은 경제 민생 문제에 초당적으로 집중해야 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