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정보 캐고 다니는 이들…"쌓을 수록 돈이 됩니다"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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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 막대한 자금과 인재가 몰려들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데이터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상장사나 대기업처럼 공개되는 정보가 많지 않기 때문이죠. 벤처캐피털(VC)이 관심 분야 기업들을 찾아내기도 쉽지 않고, 이직을 원하는 이들은 언론 보도 등을 참고할 수밖에 없죠.
실리콘밸리의 경우 크런치베이스나 피치북, CB인사이트 등이 10년이 넘는 업력과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스타트업 통계를 만들고, 관련 정보를 유통하면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돕는 것을 보면 부러운 생각이 듭니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의 성장을 위해 스타트업 공개 정보가 많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스타트업 정보를 캐는 스타트업'들이 있습니다. 한경 긱스(Geeks)가 만났습니다.
변재극 더브이씨 대표는 "스타트업들과 투자자들 간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해 투명한 창업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더브이씨는 2016년 문을 열었다. 공공 데이터와 자체 스크래핑 기술을 통해 비상장사의 정보를 한데 모아 DB로 만들었다. 더브이씨 플랫폼에서 스타트업 이름을 검색하면 투자 단계부터 주요 투자자, 주력 사업, 재무 정보, 직원 수, 언론에 보도된 주요 뉴스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식이다. 반대로 벤처캐피털(VC)과 같은 투자사 이름을 검색하면 피투자기업과 운용 중인 펀드 정보, 투자 금액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투자 금액이나 최근 투자 유치 등을 필터로 정렬해 순위를 뽑아낼 수도 있다.
이를테면 지난 5월 2300억원대의 투자금을 유치한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의 기존 투자자 정보나, 과거 투자 라운드 내용 등을 정리해 볼 수 있다. 또 활발한 해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KB인베스트먼트의 포트폴리오 기업이나 최근 투자 현황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설립 이후 6년 동안 쌓인 데이터는 더브이씨의 자산이 됐다. 현재 회원은 6만1000명 정도다. 월간 이용자 수(MAU)는 20만 명을 넘어섰다. 다루고 있는 투자 데이터는 1만5000건 수준까지 불어났다. 스크래핑을 통해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주력이지만, 서비스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스타트업이나 투자사들의 '직접 제보'도 늘어났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투자 정보들도 더브이씨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체 데이터 중 4분의 1 가량이 직접 제보된 정보다.
방대한 데이터를 가진 플랫폼이 됐지만, 시작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변 대표는 대학 중퇴자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것보다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더 좋았다. 경기콘텐츠진흥원에서 문화창업플래너 교육을 이수하기도 하고, 캄보디아 여행 경험을 토대로 여행 가이드 앱을 만들기도 했다. 창업하던 그는 정작 창업가가 목말라하는 정보를 속 시원히 제공해주는 곳이 없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변 대표는 "초기 스타트업들은 경쟁사가 어떤 투자자를 주주로 두고 있는지, 또 미팅하기로 한 VC가 어떤 포트폴리오를 가졌는지 등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며 "해외의 CB인사이트나 크런치베이스와 같은 스타트업 정보업체가 우리나라엔 왜 없는지 고민하다가, 결국 내가 직접 해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비슷한 회사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지만, 2010년대 중반만 해도 이런 사업모델은 흔치 않았다. 더브이씨가 스타트업 데이터 분야에서는 1세대인 셈이다. 창업 초반엔 직원을 모으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아 함께 한 창업자들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묵묵히 나아갔다. 6개월 만에 시장에서 반응이 왔다. 서울시와 경기도 산하기관 등에서 데이터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이후론 하나둘씩 데이터를 사겠다는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이 생겨났다.
이제 더브이씨는 DB에 들어갈 데이터를 다양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우선 글로벌 특허 데이터를 가진 기업과 업무협약(MOU)을 맺을 예정이다. 지금은 국내 특허청에서 데이터를 받는 방식이다. 해외에서 특허를 출원한 스타트업의 데이터는 모을 수 없었다. 관련 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이다.
대기업과의 협업(오픈 이노베이션)도 강화한다. 신한카드와 손잡고 카드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 중이다. 여기에 스타트업이 보유한 정보를 접목할 계획이다. 연내 서비스 출시가 목표다. 변 대표는 "신한카드를 통해 결제된 배달의민족 데이터를 비식별화해 집계하면 이를 바탕으로 배민에서 거래가 얼마나 일어났는지 표본을 뽑아낼 수 있다"며 "요기요와 같은 타 플랫폼과 비교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창업진흥원과 스타트업 투자유치 대회인 '스타트업 넥스트콘' 행사도 매달 진행하고 있다. 스타트업 4~5개 사와 투자업계 관계자 40~50여 명을 한자리에 모으는 행사다. 변 대표는 "검증된 회사들을 우리 플랫폼 가입자들에 소개해준다는 점에서 회사 입장에서도 '밸류 애드'가 가능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변 대표는 "그동안은 NICE 기업정보 같은 회사들을 통해 기업 데이터를 모았는데, 비상장사 정보를 얻기엔 한계가 있었다"며 "이런 점을 더브이씨가 비집고 들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이런 회사들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타트업 데이터 분석 서비스 '혁신의 숲'을 운영하는 마크앤컴퍼니의 홍경표 대표는 "스타트업 업의 본질도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처럼 투자 유치 규모보다는 사업 실적과 재무 현황”이라며 “국내 스타트업은 관련 공개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벤처캐피털(VC)도 아는 만큼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 데이터가 많을수록 투자하기 수월해진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국내 VC업계가 주로 투자하는 방식인 지인 추천 대신 특정 스타트업의 월간 서비스 이용자 수 증가 추이, 온라인 커뮤니티 평판 등 구체적인 근거를 통해 투자 기회를 쉽게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10월에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 혁신의숲은 현재 국내 스타트업 4000여개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투자유치 이력, 고용 현황, 재무정보 등 기본 정보에 보유 특허, 소비자 거래분석, 서비스 트래픽,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한 평판 분석 등 심층 데이터까지 혁신의숲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관련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그래픽 콘텐츠도 강점이다.
최신 데이터를 발 빠르게 제공하는 것도 눈에 띈다. SNS 분석, 소비자 거래액 추이, 조직 분석 등의 정보를 월 단위로 확인할 수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추가한 스타트업 정보만 11만 건이 넘는다. 홍 대표는 “최신 정보를 매월 자동으로 업데이트하고 있어 관련 업무 부담이 크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마크앤컴퍼니는 이런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 5월 시리즈A(첫 번째 기관 투자)에서 네이버, 제트벤처캐피탈, 두나무, 나이스평가정보 등으로부터 투자받았다.
홍 대표는 이번이 첫 창업은 아니다. 그는 연쇄 창업자다. 온라인 결제와 모바일 광고 플랫폼 회사를 7년간 운영한 경험이 있다. 2013년에는 한화생명 드림플러스에 합류해 투자총괄 업무를 맡았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오픈이노베이션 사업도 추진했다. 2017년에는 서울 강남 지역의 주요 스타트업 업무 공간인 '드림플러스 강남센터'를 짓는 데 힘을 보탰다. 홍 대표는 2019년 마크앤컴퍼니를 설립했다. 그는 "스타트업 관련 사업을 보다 보다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창업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스물 엑시트' 시장에도 도전 업계에서 혁신의 숲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이다. 단순 정보뿐만 아니라 비교 분석 데이터도 제공하기 때문이다. 혁신의 숲에서는 비슷한 스타트업 간 비교·분석 데이터도 손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다른 스타트업을 참고해 성장 전략을 짜거나 투자 유치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된다. 투자자는 혁신의 숲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홍 대표는 "스타트업의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면 성장이 기대되는 스타트업을 먼저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마크앤컴퍼니는 작년 10월 유망 스타트업을 찾아 올해 4월까지 6개월간 앱 트래픽, 소비자 거래 규모 등 성장 정도를 추적해 관리했다. 해당 20개 기업 중 14개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국민대 혁신기업연구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국내 스타트업 업계 분석을 강화할 계획이다. 양측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과 구축에서 분석까지 협업할 예정이다. 김도현 국민대 혁신기업연구센터장은“마크앤컴퍼니와 산업계와 학계가 스타트업 생태계를 다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틀을 제시하겠다”라고 말했다.
마크앤컴퍼니는 향후 일명 '스물 엑시트' 시장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스몰 엑시트'는 스타트업 직원이 보유한 주식이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전에 거래되는 것을 뜻한다. '스몰 엑시트' 시장이 커지면 스타트업 생태계에 투자금이 더 많이 몰리고 인력 수급도 빨라진다는 것이 홍 대표의 생각이다. 스타트업 직원의 자금 회수(엑시트)가 지금보다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관련 펀드도 조성하고 스타트업의 적정 가치를 평가하는 시스템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완/김종우 기자참, 한 가지 더
정부도 활용하는 해외 스타트업 정보 서비스
해외에서는 미국 실리콘밸리 중심으로 다양한 스타트업 정보 서비스가 운영 중이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씨비인사이트'(CB Insights)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씨비인사이트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규모를 정기적으로 발표한다. 상반기 기준 한국 유니콘 기업 수는 15개였다. 미국(628개 사), 중국(174개 사), 인도(68개 사) 등에 이어 세계 10위이다.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씨비인사이트 정보가 정확하지는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씨비인사이트가 집계한 한국 유니콘 중 옐로모바일은 현재 사실상 폐업 상태다. 씨비인사이트는 주로 업체가 직접 제공한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옐로모바일에서 관련 데이터의 수정 요청하지 않아 여전히 유니콘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부 관계자는 “국가 간 유니콘을 비교할 수 있는 정보는 씨비인사이트만 제공하기 때문에 옐로모바일은 부득이 한국 유니콘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런치베이스, 피치북 등 글로벌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자주 찾는 스타트업 정보 서비스다.
실리콘밸리의 경우 크런치베이스나 피치북, CB인사이트 등이 10년이 넘는 업력과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스타트업 통계를 만들고, 관련 정보를 유통하면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돕는 것을 보면 부러운 생각이 듭니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의 성장을 위해 스타트업 공개 정보가 많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스타트업 정보를 캐는 스타트업'들이 있습니다. 한경 긱스(Geeks)가 만났습니다.
스타트업 정보 서비스 1세대 더브이씨
"한국의 CB인사이트, 피치북이 돼야죠"변재극 더브이씨 대표는 "스타트업들과 투자자들 간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해 투명한 창업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더브이씨는 2016년 문을 열었다. 공공 데이터와 자체 스크래핑 기술을 통해 비상장사의 정보를 한데 모아 DB로 만들었다. 더브이씨 플랫폼에서 스타트업 이름을 검색하면 투자 단계부터 주요 투자자, 주력 사업, 재무 정보, 직원 수, 언론에 보도된 주요 뉴스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식이다. 반대로 벤처캐피털(VC)과 같은 투자사 이름을 검색하면 피투자기업과 운용 중인 펀드 정보, 투자 금액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투자 금액이나 최근 투자 유치 등을 필터로 정렬해 순위를 뽑아낼 수도 있다.
이를테면 지난 5월 2300억원대의 투자금을 유치한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의 기존 투자자 정보나, 과거 투자 라운드 내용 등을 정리해 볼 수 있다. 또 활발한 해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KB인베스트먼트의 포트폴리오 기업이나 최근 투자 현황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설립 이후 6년 동안 쌓인 데이터는 더브이씨의 자산이 됐다. 현재 회원은 6만1000명 정도다. 월간 이용자 수(MAU)는 20만 명을 넘어섰다. 다루고 있는 투자 데이터는 1만5000건 수준까지 불어났다. 스크래핑을 통해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주력이지만, 서비스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스타트업이나 투자사들의 '직접 제보'도 늘어났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투자 정보들도 더브이씨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체 데이터 중 4분의 1 가량이 직접 제보된 정보다.
방대한 데이터를 가진 플랫폼이 됐지만, 시작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변 대표는 대학 중퇴자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것보다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더 좋았다. 경기콘텐츠진흥원에서 문화창업플래너 교육을 이수하기도 하고, 캄보디아 여행 경험을 토대로 여행 가이드 앱을 만들기도 했다. 창업하던 그는 정작 창업가가 목말라하는 정보를 속 시원히 제공해주는 곳이 없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변 대표는 "초기 스타트업들은 경쟁사가 어떤 투자자를 주주로 두고 있는지, 또 미팅하기로 한 VC가 어떤 포트폴리오를 가졌는지 등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며 "해외의 CB인사이트나 크런치베이스와 같은 스타트업 정보업체가 우리나라엔 왜 없는지 고민하다가, 결국 내가 직접 해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비슷한 회사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지만, 2010년대 중반만 해도 이런 사업모델은 흔치 않았다. 더브이씨가 스타트업 데이터 분야에서는 1세대인 셈이다. 창업 초반엔 직원을 모으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아 함께 한 창업자들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묵묵히 나아갔다. 6개월 만에 시장에서 반응이 왔다. 서울시와 경기도 산하기관 등에서 데이터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이후론 하나둘씩 데이터를 사겠다는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이 생겨났다.
이제 더브이씨는 DB에 들어갈 데이터를 다양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우선 글로벌 특허 데이터를 가진 기업과 업무협약(MOU)을 맺을 예정이다. 지금은 국내 특허청에서 데이터를 받는 방식이다. 해외에서 특허를 출원한 스타트업의 데이터는 모을 수 없었다. 관련 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이다.
대기업과의 협업(오픈 이노베이션)도 강화한다. 신한카드와 손잡고 카드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 중이다. 여기에 스타트업이 보유한 정보를 접목할 계획이다. 연내 서비스 출시가 목표다. 변 대표는 "신한카드를 통해 결제된 배달의민족 데이터를 비식별화해 집계하면 이를 바탕으로 배민에서 거래가 얼마나 일어났는지 표본을 뽑아낼 수 있다"며 "요기요와 같은 타 플랫폼과 비교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창업진흥원과 스타트업 투자유치 대회인 '스타트업 넥스트콘' 행사도 매달 진행하고 있다. 스타트업 4~5개 사와 투자업계 관계자 40~50여 명을 한자리에 모으는 행사다. 변 대표는 "검증된 회사들을 우리 플랫폼 가입자들에 소개해준다는 점에서 회사 입장에서도 '밸류 애드'가 가능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변 대표는 "그동안은 NICE 기업정보 같은 회사들을 통해 기업 데이터를 모았는데, 비상장사 정보를 얻기엔 한계가 있었다"며 "이런 점을 더브이씨가 비집고 들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이런 회사들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타트업 업계를 울창하게 만들겠다는 '혁신의 '숲
“건강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의 심각한 정보 비대칭 문제만 해결해도 큰 도움이 됩니다”스타트업 데이터 분석 서비스 '혁신의 숲'을 운영하는 마크앤컴퍼니의 홍경표 대표는 "스타트업 업의 본질도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처럼 투자 유치 규모보다는 사업 실적과 재무 현황”이라며 “국내 스타트업은 관련 공개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벤처캐피털(VC)도 아는 만큼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 데이터가 많을수록 투자하기 수월해진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국내 VC업계가 주로 투자하는 방식인 지인 추천 대신 특정 스타트업의 월간 서비스 이용자 수 증가 추이, 온라인 커뮤니티 평판 등 구체적인 근거를 통해 투자 기회를 쉽게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10월에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 혁신의숲은 현재 국내 스타트업 4000여개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투자유치 이력, 고용 현황, 재무정보 등 기본 정보에 보유 특허, 소비자 거래분석, 서비스 트래픽,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한 평판 분석 등 심층 데이터까지 혁신의숲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관련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그래픽 콘텐츠도 강점이다.
최신 데이터를 발 빠르게 제공하는 것도 눈에 띈다. SNS 분석, 소비자 거래액 추이, 조직 분석 등의 정보를 월 단위로 확인할 수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추가한 스타트업 정보만 11만 건이 넘는다. 홍 대표는 “최신 정보를 매월 자동으로 업데이트하고 있어 관련 업무 부담이 크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마크앤컴퍼니는 이런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 5월 시리즈A(첫 번째 기관 투자)에서 네이버, 제트벤처캐피탈, 두나무, 나이스평가정보 등으로부터 투자받았다.
홍 대표는 이번이 첫 창업은 아니다. 그는 연쇄 창업자다. 온라인 결제와 모바일 광고 플랫폼 회사를 7년간 운영한 경험이 있다. 2013년에는 한화생명 드림플러스에 합류해 투자총괄 업무를 맡았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오픈이노베이션 사업도 추진했다. 2017년에는 서울 강남 지역의 주요 스타트업 업무 공간인 '드림플러스 강남센터'를 짓는 데 힘을 보탰다. 홍 대표는 2019년 마크앤컴퍼니를 설립했다. 그는 "스타트업 관련 사업을 보다 보다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창업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스물 엑시트' 시장에도 도전 업계에서 혁신의 숲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이다. 단순 정보뿐만 아니라 비교 분석 데이터도 제공하기 때문이다. 혁신의 숲에서는 비슷한 스타트업 간 비교·분석 데이터도 손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다른 스타트업을 참고해 성장 전략을 짜거나 투자 유치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된다. 투자자는 혁신의 숲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홍 대표는 "스타트업의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면 성장이 기대되는 스타트업을 먼저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마크앤컴퍼니는 작년 10월 유망 스타트업을 찾아 올해 4월까지 6개월간 앱 트래픽, 소비자 거래 규모 등 성장 정도를 추적해 관리했다. 해당 20개 기업 중 14개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국민대 혁신기업연구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국내 스타트업 업계 분석을 강화할 계획이다. 양측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과 구축에서 분석까지 협업할 예정이다. 김도현 국민대 혁신기업연구센터장은“마크앤컴퍼니와 산업계와 학계가 스타트업 생태계를 다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틀을 제시하겠다”라고 말했다.
마크앤컴퍼니는 향후 일명 '스물 엑시트' 시장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스몰 엑시트'는 스타트업 직원이 보유한 주식이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전에 거래되는 것을 뜻한다. '스몰 엑시트' 시장이 커지면 스타트업 생태계에 투자금이 더 많이 몰리고 인력 수급도 빨라진다는 것이 홍 대표의 생각이다. 스타트업 직원의 자금 회수(엑시트)가 지금보다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관련 펀드도 조성하고 스타트업의 적정 가치를 평가하는 시스템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완/김종우 기자참, 한 가지 더
정부도 활용하는 해외 스타트업 정보 서비스
해외에서는 미국 실리콘밸리 중심으로 다양한 스타트업 정보 서비스가 운영 중이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씨비인사이트'(CB Insights)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씨비인사이트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규모를 정기적으로 발표한다. 상반기 기준 한국 유니콘 기업 수는 15개였다. 미국(628개 사), 중국(174개 사), 인도(68개 사) 등에 이어 세계 10위이다.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씨비인사이트 정보가 정확하지는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씨비인사이트가 집계한 한국 유니콘 중 옐로모바일은 현재 사실상 폐업 상태다. 씨비인사이트는 주로 업체가 직접 제공한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옐로모바일에서 관련 데이터의 수정 요청하지 않아 여전히 유니콘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부 관계자는 “국가 간 유니콘을 비교할 수 있는 정보는 씨비인사이트만 제공하기 때문에 옐로모바일은 부득이 한국 유니콘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런치베이스, 피치북 등 글로벌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자주 찾는 스타트업 정보 서비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