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반도체학과 육성책이 수험생들의 수도권대 이과 쏠림 현상을 더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이런 부작용이 현실화할 경우 지방의 반도체학과들이 ‘프라임대학’처럼 대규모 미달 사태를 겪을 것이란 지적이다. 프라임대학으로 선정된 대학들은 첨단산업 인재를 기른다는 정책 목표에 따라 2017년 공대 정원을 늘리고 국비 지원을 받았지만, 지방대들은 늘어난 공대 정원을 감당하지 못하고 최근 입시에서 200~500명씩 미달을 기록했다.

종로학원은 24일 반도체 관련 학과 전망 자료를 내고 “졸업 후 취업과 양질 교육프로그램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수도권대와 지방대의 양극화 문제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일부 경쟁력이 없는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에서는 모집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교육부는 지난 19일 향후 10년간 반도체 인재 15만 명을 키우기 위해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2027년까지 반도체 관련 학과에서만 일반대학(학부) 2000명, 대학원 1102명, 전문대학 1000명을 증원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충분한 준비 없이 반도체학과 정원만 늘릴 경우 2017년 출범한 프라임대학처럼 충원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17년 바이오, 소프트웨어, 정보통신기술 분야 등 첨단산업 인재를 키우기 위해 ‘산학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일명 프라임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은 타 단과대 정원을 줄이는 대신 공대 정원을 늘리고 국비를 지원받았다. 프라임대학 중 서울과 수도권 대학 경쟁률은 아직까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지방대는 급락했다. 서울권 프라임대학 수시 경쟁률은 2017년 12.9 대 1에서 지난해 12.5 대 1로 유지된 반면 지방대는 5.5 대 1에서 3.5 대 1까지 추락했다.

프라임사업 때문에 늘린 공대 정원이 미충원의 부메랑이 됐다. 부산의 신라대는 2022학년도 입시에서 공대생 376명을 모집했지만 충원율이 30%에 그쳤다. 주요 20개 학과는 충원율이 100%에 가까웠음에도 공대에서 생긴 구멍이 심각해 전체 충원율이 72.6%에 그쳤다. 미등록 인원 500여 명 중 절반이 공대에서 나온 셈이다. 동명대, 인제대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규모 미달 사태에도 프라임대학들은 공대 인원을 줄일 수가 없다. 정부 지원사업 조건 때문에 내년까지는 공대 정원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프라임 학과도 발표 당시 상당한 이슈가 됐지만 6년이 지난 지금 수시, 정시 선발에 사실상 어려움을 겪는 대학이 지방을 중심으로 속출하고 있다”며 “반도체학과도 대기업 연계 대학, 상위권 대학 위주로 수험생이 쏠릴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