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조사든 특별조사든 한 번 당해본 기업이나 사업자는 세무조사가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안다. 말로는 늘 서비스 기관이라 하고, 영문 기관명(National Tax Service)도 그렇게 표기해왔지만 실상은 많이 다르다. 기업에 대한 중과세 등 기형적인 세제가 근본 문제겠지만, 일선 세무관서의 군림형 징세 행정은 아직도 그만큼 무섭다. 거액의 과징금을 남발하는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감독원처럼 제재의 칼을 쥔 기관의 업무가 다 마찬가지다. 국세청이 주요한 본업의 하나인 세무조사를 줄여주겠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친기업 행정이 되는 현실이 ‘권력형 제재기관’의 행정 속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경제위기에 경영도 어려우니 일시적으로 세무조사의 칼을 휘두르지 않겠다’는 차원이 아니라, 국민소득 4만달러의 선진 경제로 가는 과정에서 세정(稅政)도 완전히 환골탈태한다는 차원의 변화여야 한다. 모든 세목에 걸쳐 과세자료의 신고·납부·점검·확인을 최대한 전자·전산화해 대면 접촉부터 최소화해야 한다. 일단 때리고 보는 세금 부과도 문제다. 국세청 과세의 행정소송 패소율이 최근 4년 새 11%를 오르내린 것도 심하게 말하면 ‘아니면 말고 행정’에 따른 것이다. 부당한 과세로 조세심판원과 법원으로 가야 하는 사업자 입장을 헤아려야 한다. 정부를 상대로 하는 긴 쟁송 과정에서의 마음고생이 적지 않은 데다 법률 비용도 만만찮다.
세금을 잘못 매긴 담당자에 대한 징계 조치는 진작 나왔어야 했다. 공정위 금감원 등도 이런 방식의 자체 징계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게 책임행정이다. 이런 변화가 다른 정부기관으로 퍼져야 한다. 거창한 슬로건을 붙이지 않아도 이게 국민을 위하는 행정혁신이다. 낮은 자세로 가겠다는 국세청의 하반기 행정이 새 정부 출범기에 새 청장이 부임하면서 내놓는 일회성 다짐이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