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년 만에 최악의 수준인 미국 인플레이션이 지난달 정점을 찍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고물가의 직접적 원인인 국제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이 최근 꺾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해소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 리서치업체 에버스코어ISI의 에드 하이먼 회장의 발언을 인용,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지난달 9.1%로 정점을 찍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지표가 다수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선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23일 기준 미 전국 휘발유 가격 평균은 갤런당 4.38달러를 기록했다. 휘발유 가격은 미국인들의 연료비 부담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지난달 중순 갤런당 5.02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하락세다. 지난달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했던 서부텍사스원유(WTI)도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급등한 곡물 가격도 주춤하고 있다. 밀 선물은 지난 5월 중순 대비 37% 하락했고 옥수수 선물 가격은 지난달 중순보다 27% 떨어졌다.

미국 소비자들의 경제 신뢰도를 보여주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는 7월 51.1로, 역사적 저점(50)이었던 지난달보다 반등했다.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장기(5~10년)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2.8%로 지난달 3.1%보다 하락했다. 작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투자은행 웰스파고의 사라 하우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4분기 CPI 상승률이 7.5~7.8%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정점이든 아니든 인플레이션은 올해 말까지 고통스러운 수준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렛 라이언 도이체방크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는 속도가 느리면 느릴수록 경기침체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