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원숭이두창 확산 현황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 원숭이두창은 현재까지 70개국에서 발병 사례가 확인됐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2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원숭이두창에 대해 PHEIC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과반수 찬성표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이례적으로 PHEIC를 결정했다.

지난 21일 열린 긴급위원회에서는 위원 상당수가 PHEIC를 반대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5명의 위원 가운데 6명은 찬성했지만 9명은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위원들의 관점이 엇갈렸던 점을 알고 있고, 쉽고 간단하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면서도 “원숭이두창은 우리가 잘 모르는 새로운 전파 방식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숭이두창이 세계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는 질병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파악한 전 세계 원숭이두창 환자 수는 20일 기준 72개국 1만5800명이다. PHEIC는 WHO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공중보건 경계 선언이다. PHEIC가 선언되면 WHO가 질병 억제를 위한 연구와 자금 지원, 국제적 보건 조치 등을 강력 추진할 수 있게 된다. 과거 신종 인플루엔자 A(H1N1)와 에볼라 바이러스 등에도 내려진 바 있다. 현재는 코로나19와 소아마비에 대해서만 유지되고 있다.

한국 질병관리청은 WHO의 PHEIC 선언과 관련해 다음주 위기상황 평가회의를 열어 조치사항을 점검할 예정이다. 정부는 다부처 협력체계 및 전국 시·도 방역대책반을 통한 비상방역체계를 유지하고, 원숭이두창 24시간 종합상황실 및 즉각대응팀을 운영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원숭이두창 빈발국인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5개국 입국자를 대상으로 발열 감시 기준을 강화하고 치료제인 테코비리마트를 504명분 도입했다. 국내 원숭이두창은 첫 환자가 6월 22일 확진된 지 보름 만인 이달 7일 격리 해제돼 퇴원했고, 이후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김리안/김정은 기자 knra@hankyung.com